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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수’만 늘린다고 보건의료 문제 해결되나
인권으로 읽는 세상
의료 공공성 실현하기 위한 ‘공공의료체계’가 필요하다
등록일 [ 2020년08월13일 19시54분 ]

지난 7월 23일 당·정 협의를 통해 지역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의대 정원 한시적 증원방안」이 발표되었다. 정부가 발표한 주요 정책은 크게 의대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국립공공의료대학원) 신설 두 가지다. 의대 정원은 2022년부터 400명을 증원해 10년간 총 4,000명을 추가 선발하는데, 300명은 지역의 중증·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지역의사제’ 특별전형으로, 100명은 감염내과나 역학조사관 등 특수·전문분야와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의과학 분야로 선발한다. 또한 2018년 폐교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 규모만큼 공공의대를 설립해 역학조사관 및 감염내과 의사 등 국가 공중보건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두 방안 모두 선발된 정원에 대해 장학금을 지원하며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 지역병원 및 관련분야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의무복무기간’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계획이 발표된 후 대한전공의협회와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들은 즉각적으로 반발하며 집단 휴진 형태의 파업을 예고, 추진했다. 의사단체의 의대 정원 증원 반대는 2006년 이후로 현재까지 3,058명에 묶여 있는 의대 정원을 늘리는 정책이 수면 위로 올라올 때마다 등장했다는 점에서 놀랍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 의료인력의 확대와 공공의료대학 설립을 꾸준히 요구해왔던 보건의료 단체들조차 현재 정부 방안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취약한 공공의료체계의 문제를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해결될 것처럼 접근하고 있는 정부의 안일한 인식 때문이다.

 

수술을 하는 의사의 모습. 사진 언스플래시

 

보건의료의 위기는 어디에서 기인하나

 

“급증하는 코로나 19 확진자를 수용하고 치료할 병상과 의료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입니다.”

 

올해 3월 초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고 대규모의 확진자가 발생했던 당시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사회 보건의료의 위기는 ‘병상’과 ‘의료인력’의 문제로 각인되었다. 확진자를 치료할 음압격리병실의 부족으로 인해 2천여 명이 넘는 확진자가 병실에 들어서 보지도 못한 채 자가격리를 하며 기다려야 했다. 평소라면 생존할 수 있었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3월 한 달간 대구·경북 지역에서 사망한 초과사망자만 180여 명이었다.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할 수 없어 3천여 명의 환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송되었고, 다른 지역에서 대구·경북으로 의료인력이 파견되기도 했다. 전국의 감염내과 전문의가 275명에 불과하다는 사실 또한 연일 뉴스로 강조되었다. 코로나19가 일상화되고 2차 대유행이 예측되는 현재 위기의 대안이 ‘병상’과 그 병상을 담당할 ‘의료인력’의 확보로 수렴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보건의료 위기는 병상과 의료인력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대구만 보더라도 병상의 수는 3만 5천여 개가 있지만 긴급하게 확보가 가능한 병상은 1,600여 개에 머물렀다. 전체 병상의 대부분을 민간병원이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19 대응에 동원하기 어려웠을 뿐이다. 그나마 병원 이전으로 인해 일부가 비어 있던 민간병원인 대구동산병원이 병상 400여 개를 코로나19 치료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고, 그것조차 ‘전향적 결정’으로 여겨졌다. 3/4에 달하는 확진자를 수용하고 치료한 건 전체 병상의 10%대를 차지하고 있는 국공립병원이었다. 의료인력 또한 공공병원의 의료진에 더해 군 복무를 대체해 보건소 등에서 근무하던 전국 공중보건의 약 200명이 선별진료소와 같은 현장에 투입되었다. 코로나19를 통해 우리가 확인한 보건의료의 위기는 단순히 병상과 의료인력 부족이 아니라, ‘공공 의료기관’의 부족이자 지역사회의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공공 의료인력’의 부족이었다.

 

병원의 절대다수가 상업적인 민간병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감염병과 같은 국가 재난 대응이나 응급·외과·분만과 같은 필수의료 제공이 취약해진 배경은 무엇일까. 대구는 2009년부터 ‘대한민국 의료특별시 메디시티 대구’를 브랜드로 내세우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의료관광 유치에 힘을 쏟았다. 지역 공공종합병원의 역할을 해 왔던 대구 적십자병원은 누적적자를 이유로 그다음해인 2010년 폐원했고, 건설회사에 팔린 부지에는 현재 33층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대구뿐만 아니라 공공의료의 확충보다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간의료시장을 적극적으로 키워온 국가와 지자체의 정책은 많은 의사들이 의료 취약지역이나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기보다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 돈벌이가 쉬운 특정 진료과목과 민간대학병원에 쏠리게 한 조건이기도 하다.

 

의대 정원 증원이 곧 의료인력의 증원?

 

의료인력이 서울 중심의 수도권, 민간대학병원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은 ‘돈벌이를 쫓아가는 의사’라는 사회적 비난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공공병원의 인력 문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국가가 공공의료인력 양성이나 지원에 크게 역할을 해오지 못한 조건을 빼고서 이야기하기 어렵다. 지역 의료원의 의사 인력은 3~40%가 공중보건의사로 충원되고 있고, 그들의 평균 근무연수는 4년 3개월 정도다. 지역의료원뿐만 아니라 보건소나 보건지소, 보건의료원의 의사 인력 중 공중보건의사의 비율은 무려 82.7%에 달하고, 의사가 한 명도 없는 곳도 여전히 많다. 의대 정원 증원이 지역별 부족한 공공·필수 의료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면, 의사들이 근무하거나 교육·수련을 받는 지역의 공공의료기관 및 교육기관들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프라를 만드는 방안까지 포함해야 한다. 이는 적정한 일자리와 임금, 노동조건을 위한 지원부터 공공의료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포괄적으로 재정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는 의료진에게 그저 ‘헌신’하는 ‘영웅’이 되어주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는 성찰을 얻었다. 그러나 “체계적이고 양질의 교육·훈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모호한 방향만 밝힌 채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예산지원이 빠진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은 그 성찰을 무색하게 한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료계 집단휴진 관련 국민 및 의료인께 드리는 말씀”은 의료인들이 지니는 지역공공의료와 필수의료에 대한 책임을 그저 ‘숭고한 직업’이라는 단어로 지우는 불필요한 결과를 낳을 뿐이다. 의사라는 직업인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조건,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조건은 이를 지원하는 제도가 국가의 책임으로서 구축될 때 가능하다.

 

또한 감염병이나 중환자를 진료하는 필수의료 제공에서 필요한 의료인력에는 의사만이 아니라 간호 인력 또한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 최원영 간호사는 인력충원과 함께 간호사에 대한 충분한 교육․훈련을 요구하며 청와대 시위를 이어간 바 있다. 이는 간호인력이  환자에게 충분한 간호를 제공할 수 없게 만드는 수익성 중심의 병원 구조와 살인적인 노동조건, 감염병이나 필수의료를 담당하기에는 짧은 2개월 간호사 교육 체계에 대한 문제가 함께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건의료 전문직 중에 간호사가 59%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간호인력에 대한 교육과 양질의 일자리, 공정한 보수, 배치와 실무 등 및 간호 인력 유지에 필요한 지속적인 정책과 투자를 실행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공공필수의료에 대한 의료진의 대응 역량을 높여서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권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의사와 간호사를 포괄하는 의료인력을 고민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지난 7월 15일 대한의사협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웹자보.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정부의 의사 정원 확대 등에 대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씀드립니다. 우리가 언제까지 참아야 합니까?”라는 제목의 웹자보를 올렸다.

 

공공의료를 가능하게 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만일 지난 3월 대구에 적자 누적을 이유로 폐원했던 적십자병원 150병상이 남아있었더라면 코로나19 확산과 필수의료의 부재로 인한 환자 사망률이 달라졌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공공의료원이 없는 울산·대전·광주 등에서 대규모 감염이 발생하게 될 경우를 상상하도록 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현재 서부경남 공공병원을 비롯해서 대전, 광주 등의 지역이 지역의료원 설립을 논의 중이지만, 현재의 조건은 지역에서 공공의료를 책임지는 지역의료원을 설립한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필요를 충족하면서도 공공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2015년 메르스 확산 때도 허술한 공공의료 체계의 문제가 지적되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거점 공공병원 강화와 감염병 전문병원 확충이 추진되어왔다. 그러나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된 병원당 2억 원이라는 아주 적은 예산만을 지원했고,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며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의료원들은 현재 수익 감소와 임금 체불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지역의사제’ 기반의 의대 정원 증원이 부족한 의료인을 양성하는 정책의 일환이라고 하더라도, 기존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 늘리고 49명 규모의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것으로는 지역공공의료를 책임지는 의료인 확보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권역별로 공공의대를 더 확충해서 신설해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필수의료를 전문적으로 교육․훈련할 수 있는 체계뿐만 아니라 계속 지역의사로 일할 수 있는 지원 계획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방안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공중보건과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료인이 부족하다는 사회적 요구에 기반한 정책이다. 지금의 방안은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없애기 위해 지역 의료기관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그 10년에는 인턴이나 레지던트 등 병원에서의 수련 기간 5~6년이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지역의사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고, 기간이 지난 뒤에는 다시 지역을 떠나 대도시로 이동할 가능성을 누구나 점칠 수 있는 이유다. 지역에서 공중보건과 필수의료를 책임지는 의료인의 확대는 단순히 의사의 숫자를 늘리는 일로 달성되지 않는다. 공공·필수 의료를 제공할 공공의료기관의 확충, 의료인력을 교육·훈련시킬 공공의대의 권역별 설치 등 공공의료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으면 지역 의료 격차는 줄어들 수 없다. 공공의료를 위한 정부의 정책이 그저 병상과 의료인력 숫자를 늘리는 데만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의료의 공공성을 원칙으로

 

코로나19 이후 K-방역에 이어 확진자의 입원치료비 등이 공개되면서 전국민건강보험의 역할이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었다.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의무가입 되어 있고 국민건강보험제도 내에서 의료수가가 통제되는 시스템은 한국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공공의료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이 그 자체만으로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건강보험이라는 ‘공공보험’ 운영 체계는 있지만, ‘공공의료’의 비중은 10%로 대표되는 공공병상의 비율만큼이나 낮은 것이 바로 한국사회다. 보건의료서비스의 공급이 민간병원을 통해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현실은 전국민건강보험이 도입된 이후에 의료수요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료기관을 늘리기보다 민간의료기관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왔던 정부 정책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수록 보건의료시스템은 민간의료기관에 계속 의존할 수밖에 없고, 적정진료가 아닌 과잉진료, 비급여 진료의 증가와 이로 인한 의료비의 증가, 필수진료보다는 수익을 담보하는 진료과목으로의 편중, 수도권 민간대학병원으로의 쏠림현상과 지역 불균형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러한 문제들이 지속될 경우 필요한 때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사람, 의료비를 충분히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진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약화시킨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사람들의 분류에 서로가 언제든지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코로나19의 과제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공공보건의료법」은 ‘공공보건의료’를 보편적인 의료로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의사단체들은 민간병원 역시 공공병원과 마찬가지로 국민건강보험체계에 속해 있고, ‘공공보건의료’는 보편적인 의료를 제공하는 ‘주체’가 아니라 ‘역할’로 규정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공공의료=공공병원’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단순히 국가가 운영한다고 해서 공공병원의 ‘공공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는 맞다. 하지만 민간병원이 보험환자의 대부분을 진료하기 때문에 ‘공공의료 생산자’라는 것은 ‘공공성’의 의미를 왜곡한 결과다.

 

공공성은 의료가 모든 사람들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하고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로서 건강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확보되는 것이다. 의료자원의 공정한 분배와 적정한 수준의 의료비, 편중되지 않는 의료 과목을 확보하려는 차원은 물론이고, 모두에게 보편적이고 평등한 의료접근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필수진료, 질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진료-재활에 이르는 포괄적인 진료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을 가리지 않는 의료의 공공성은 이러한 공적 가치와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다. 그리고 국가의 정책은 ‘의료의 공공성’이 발휘될 수 있는 물적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은 지역의사의 양적 확충을 넘어 지역의사제가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공공의료체계 구축과 동반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더 많은 병원과 의사가 아니라, 우리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는 병원과 의사이다.

 

* 인권운동사랑방은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인권의 이름으로 지키고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인권운동단체입니다. 인권운동사랑방이 발행하는 ‘인권으로 읽는 세상’은 [비마이너]와 [프레시안]에 공동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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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humanrights@sarangbang.or.kr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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