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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 중심 장애인 공공일자리’에 복지부·고용부 ‘긍정적 반응’
중증발달장애인 열에 일곱은 ‘비경제활동인구’
탈시설-자립생활 정책 뒷받침할 수 있는 중증장애인 고용 정책 필요
등록일 [ 2020년08월14일 22시44분 ]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전국 확대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14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사진 강혜민
 

지난 30년의 장애인고용정책에 ‘실패’의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전국 확대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14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하는 ‘2020 약자의 눈 -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 노동, 교육을 위한 연속세미나’의 하나로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서울시가 물꼬 튼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에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가 모처럼 긍정적 반응을 보여 향후 장애인고용정책 변화에 기대를 하게 했다.

 

- 중증발달장애인 열에 일곱은 ‘비경제활동인구’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기룡 중부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교수는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정책을 발달장애인 중심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지난 7년간 중증발달장애인의 고용률은 증가하고 실업률은 감소하는 등 주요 취업 지표의 긍정적 변화는 있으나, 비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은 변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비경제활동인구란 만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일할 수 있는 능력은 있으나 일할 의사가 없거나, 전혀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중증발달장애인의 고용률은 2013년 19.9%에서 2019년 34.9%로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실업률은 16.9%에서 21.8%로 소폭 증가했다. 반면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2019년 기준으로 76.1%로 지난 7년간 이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김 교수는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을 낮추고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업체의 자발적 노력과 기존 장애인 고용 촉진 정책에만 기댈 순 없다. 이제 과감히 변해야 한다”면서 “개인 맞춤형 형태의 새로운 공공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중증장애인의 선호 직무를 수집·분석하여 공공일자리 형태로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김 교수는 안정적 유지를 위해 “발달장애인이 일하고자 하는 직장에 직업훈련, 복지서비스 등이 함께 제공되는 ‘일자리-복지 통합 서비스’와 같은 적극적인 고용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체계적 관리를 위해 현재의 발달장애인맞춤훈련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고도 제안했다.

 

박경석 권리중심의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협업단 단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 중증장애인 맞춤형 ‘서울형 공공일자리’, 의미는 좋지만 ‘예산 부족’

 

올해 7월부터 도입된 ‘서울형 권리중심의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서울형 공공일자리)가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시행하고 있다. 서울형 공공일자리는 중증장애인 260명이 장애인 권익옹호활동, 문화예술활동, 장애인인식개선강사 세가지 직무에 참여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박경석 권리중심의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협업단 단장은 이 노동의 핵심은 “노동시장 내 이윤 추구가 아닌 중증장애인의 지역사회의 완전한 통합과 자립생활”임을 강조했다.

 

특히 문화예술활동과 관련해 박 단장은 “서울시립합창단은 1년에 대여섯 번 공연하기 위해 날마다 연습한다. 중증장애인들 또한 매번 연습하고 일 년에 몇 차례 공연을 한다. 이는 중증장애인의 평생교육 문제와도 연결된다”면서 “최중증장애인들이 노래하고 춤추면서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치를 왜 인정하지 않는가. 이것도 노동이다. 노들야학은 서울형 공공일자리로 최중증장애인 26명을 고용했으며 이 중 13명이 탈시설한 장애인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지원은 현재 충분하지 않다. 박 단장은 “서울시는 주 20시간 혹은 14시간의 노동에 맞춰진 장애인 인건비만 준다”면서 “이를 실행하기 위해선 문화예술공연 기획자, 행정인력, 근로지원인, 잡코치 등이 필요하나 현재는 지원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전국 확대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14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사진 강혜민
 

- 서울시가 물꼬 튼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에 복지부·고용부는 ‘긍정적 반응’ 

 

이날 토론회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서울시 등 각 정부 부처가 토론자로 나서 다양한 입장을 공유했다. 경기도는 특별한 이유 없이 불참했다.

 

김승일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장애인자립기반과 과장은 “장애계가 작년에 문화예술분야를 일자리로 제안했을 때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일자리 유형이 아니라 몹시 당황했는데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새로운 환경적 변화, 질적인 변화를 정책 담당자로서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며 소회를 밝혔다.

 

김 과장은 “문화예술을 통해서 사회참여를 할 수 있다면 사회적 일자리로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 “중앙부처 입장에서는 방향성에 대해 동감하나 먼저 하는 게 부담이 있었다. 서울시에서 먼저 시작하여서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데 힘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최해리 고용노동부 통합고용정책국 장애인고용과 사무관은 “지난해 공공일자리 사업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했지만 ‘복지부 공공일자리와 중복’이라며 반영되지 않았다”라면서 “현재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최 사무관은 “이 사업을 고용노동부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라는 이야길 하는데, 복지부가 이미 장애인에게 직접 인건비를 지급하는 장애인일자리 사업을 하고 있고, 고용노동부는 사업주를 지원하여 고용 촉진하는 사업을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 의무고용을 하지 않은) 사업주의 부담금이 재원이 되는 기금으로,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따라 용도가 정해져 있어 공공일자리 인건비로 사용하기 위해선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경익 서울특별시청 복지정책실 복지기획관 장애인복지정책과 과장은 사업 진행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조 과장은 “중증장애인 260명이 12월까지 일하는데 총사업비 12억 원을 전액 서울시가 부담한다. 1년 사업으로 하려고 했으나 예산 확보를 못했다”면서 “올해만 하고 접는 사업이 아니라, 올해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확대하고 다른 지자체에도 확산시킬 큰 그림으로 출발한 사업”이라고 전했다.

 

조 과장은 예산 확보가 어려웠던 이유에 대해 “근본적으로 정책 담당 공무원들의 인식 부족”이라고 지적하며, “아무리 권리중심 일자리라고 설명해도 못 알아듣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무슨 효과가 있느냐, 성과표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으니 답이 안 나온다. 사실 평가지표 개발하는 데 쉽지는 않다”고 하면서도 “비장애인에게 노동의 권리가 있듯, 중증장애인에게도 노동의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가 기획재정부를 설득하는 데 무척 힘이 들 것이기에 국회의원들의 관심과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심진예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부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 장애인고용공단 “논의 더 필요하다” …장애계 “30년 노동정책의 실패, 새롭게 가야”

 

반면, 심진예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부연구위원은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심 부연구위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 일자리 사업의 제도 개선이 아닌 새로운 접근 방식의 공공일자리 창출이 왜 필요한지,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면서 “사업 효과성을 어떻게 측정하고 입증할지에 대한 사전 검토도 필요하다. 기존 시장경제에서 벗어나는 공동체적 측면을 사업 효과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업 확산의 명분을 갖기 위해서는 효과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화예술활동 직무와 관련해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장애인 문화예술인을 발굴 양성하여 더 나은 전문 예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야 한다”면서 “그래야 정책적 가치도 높아지고 외연도 확장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에 박경석 단장은 “‘합리적 기준’이라는 것은 이제까지 비장애인 중심, 시장 내에 있었던 사람들의 시각에서 나온 것이지 ‘우리의 기준’이 아니다”면서 “중증장애인의 시각에서 재생산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전문 예술인도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전문 예술인을 꿈꾸지는 않으나, 무언가를 의미 있게 표현해내고 지역사회 변화로 연결시키는 사람들을 그 자체로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다. 중증장애인 당사자를 그대로 인정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구 장애인 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30년 됐다. 지난 30년의 장애인 고용정책은 실패했다. 장애인수용시설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정책이 아니었다”면서 “그 실패를 넘어 이제 탈시설의 흐름에 맞춰 중증장애인 기준에 맞는 노동의 영역으로 같이 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토론회 주최자이자 자리를 끝까지 함께한 김민석 의원은 “‘이것은 노동이다’라는 이야기가 저의 녹슬어 있는 생각을 굉장히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면서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노동문제는 이미 변하고 있다. 아주 막연하지만 구체적 문제를 오늘 논의하였는데 이 사회가 변화하는 흐름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향후 지자체 가는 곳마다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제도에 관한 의지를 물어보겠다”고 장애계와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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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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