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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정신보건법 개정안은 시대 역주행"
한국정신장애인연합 당사자 총회 열려
"복지 없는 정신질환자 축소는 모순"
등록일 [ 2013년08월20일 16시14분 ]

▲ 한국정신장애인연합은 22일 늦은 2시 이룸센터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정신보건정책을 말하다' 총회를 열었다.

 

정부가 정신보건법 전면 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정신보건정책에 대해 직접 말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은 20일 늦은 2시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정신보건정책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총회를 열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23일부터 7월 2일까지 정신질환자의 범위 축소, 비자발적 입원요건과 입원 적정성 여부 심사 강화, 보험차별금지 규정 신설, 모든 시군구에 정신건강증진센터 설치, 국립정신건강연구기관 설치 등을 담은 정신보건법 전면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이날 총회에서 정신보건법 전면 개정안에 대한 발표를 맡은 한국정신장애인연합 김락우 대표는 "정신보건법 전면 개정안에서 당사자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보험차별금지 규정 신설과 6개월마다 퇴원심사를 거쳐 입원 기간을 연장하던 것을 2개월로 단축한다는 내용"이라면서 "그러나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보험차별금지 규정의 경우 과태료가 100만 원 이하에 불과해 이 조항만으로는 보험차별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라면서 "입원연장심사의 경우 또한 기간을 단축하더라도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규정이 기존 조항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또한 정부의 정신보건법 전면개정안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심하다는 이유로 정신질환자의 범주를 축소하면서 국민 정신건강사업은 확대한다고 하는데 이는 모순적"이라면서 "왜냐하면 정신질환자의 범주를 장애인복지법상의 정신장애인 수준으로 축소한다면 장애인복지 측면의 정책이 강화되어야 하는데 전면개정안에서는 예방 사업을 확대하는 내용만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아울러 정신보건법 전면개정안은 사회복귀 용어를 삭제하고 이를 재활 용어로 대체함으로써 장기 수용치료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지역사회지지체계를 구축할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다"라면서 "따라서 전면개정안이 정신질환자의 범주를 장애인복지법상의 정신장애인 수준으로 축소하고자 한다면 장애인복지정책의 이념을 수용하거나 별도의 정신장애인복지법안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인 입법정책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정신장애인연합 김락우 대표가 정부의 정신보건법 전면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이어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현행 정신보건정책과 정신보건법 전면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정신장애인 인권 활동을 하고 있는 이상은 씨는 "지난해 6월 보건복지부가 정신장애인 문제에 대한 관심 유발과 정책 개선을 위해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평가단을 초청했고 토론회에 당사자 대표로 참석했다"라면서 "그날 OECD 평가단은 한국의 정신장애인 현실에 대해 '정말 수치스럽고 창피하게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이 씨는 "이후 OECD 평가단의 보고서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복지부 담당자에게 보고서를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을 했더니 '정책 개선에 참고하기 때문에 평가를 받은 것으로 다른 기관이나 개인에게는 공개를 할 수 없다'라고 거절했다"라면서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임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정책 개선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 씨는 "장애의 문제는 장애가 있는 당사자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를 만드는 사회의 문제이며 당사자에 대한 폭행과 폭언, 강제적인 조치만이 인권침해의 전부가 아니다"라면서 "사람들이 정신장애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대우해주는 것만으로도 정신장애인은 약물 치료보다 더 많이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 유동현 회원은 "정신보건법 전면개정안은 정신질환의 개념을 축소해 오히려 이에 해당하는 당사자는 정신질환에서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는 식으로 낙인화시킬 수 있다"라면서 "반면 경증 우울증 당사자들은 정신보건서비스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 회원은 "또한 정부의 조기 예방 및 치료 중심의 정책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이러한 정책은 자칫 어린 나이에 약물 오남용을 초래해 학업능력 저하, 대인관계 단절, 극단적인 자살 등의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라면서 "정부의 이러한 정책이 오히려 개인의 가능성을 막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 신석철 회원은 "다른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직업재활시설은 전국에 140여 곳이 있는데 정신질환을 겪는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직업재활시설은 서울에 2곳, 부산에 2곳 밖에 없어 직업재활시설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라면서 "정신보건법 전면개정안에서는 수백억 원을 들여 국민정신건강연구원을 설립한다고 하는데 그보다는 직업재활시설을 더 늘려 다양한 취업 경험의 기회를 보장해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신 회원은 "또한 현재 사회복귀시설에서 알선하는 일자리는 장애인등록이 되어야만 지원할 수 있는 일이 대부분인데, 취업을 위해 당사자들이 병원에 가면 '증상이 안정화되었기 때문에 장애등록을 하기 어렵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라면서 "장애인등록을 통해 취업을 하는 경우에도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유지하면 '안정적으로 생활을 하니 장애등급을 내려야 할 것 같다' 또는 '장애인등록을 연장할 수 없다'라는 진단을 받고 일을 그만 두는 것을 고민하게 된다"라고 전했다.

 

신 회원은 "사회재활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 중 장애인등록을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장애인등록을 해주고, 취업을 시도하는 사람에게는 장애인등록 유무와 상관없이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면서 "이처럼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이 되는 정신보건법이 만들어지기를 요구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 김영균 회원은 "정신보건법 전면개정안에서 쓰고 있는 재활이라는 용어는 장애인정책에서 사용할 때에는 극도로 신중을 기해야 하는 용어"라면서 "왜냐하면 재활은 장애의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보고 장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지도를 따라야 한다는 관점이므로 장애인당사자운동에서는 적극적으로 배척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원은 "또한 세계적인 추세는 정신병원을 폐쇄하거나 줄이면서 지역사회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설을 확대해가고 있는데 반해 전면개정안은 정신병원 설치와 운영에 대한 강행규정을 지속시키면서 정신요양시설이나 사회복귀시설에 대해서는 임의규정으로 하고 있어 정부의 탈원화 정책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으며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상황"이라면서 "따라서 탈원화를 수행하도록 정책 목표를 새로이 하고, 정신질환자들이 지역사회 적응과 사회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예산을 편성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정신장애인연합, 한국정신장애인연대(KAMI),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복지학회 등 6개 단체들은 정부의 정신보건법 개정안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7월 5일 정신장애인지역사회생존권연대를 출범한 바 있다.

 

정신장애인지역사회생존권연대는 정신보건법 전면개정안 대응 관련 활동, 정신장애인인권센터 운영 등 정신장애인의 권익옹호를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할 예정이다.

 

▲당사자들이 현행 정신보건정책 및 정부의 정신보건법 개정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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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권호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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