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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폐지,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어디까지 왔나?
기초법 개정? 부양의무제 폐지가 핵심
등록일 [ 2013년08월22일 05시55분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이 1주년을 맞았습니다. 이에 비마이너는 지난 농성 1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글과 사진으로 되돌아보고 공동행동이 요구하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가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또한 현장 간담회를 통해 이번 농성의 의미와 성과, 전망 등을 살펴봅니다.

 

① 광화문 농성 1년,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② 광화문 농성장 현장 좌담회
③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어디까지 왔나?
④ 사진으로 보는 광화문 농성 1년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농성 1주년을 맞아 21일 이른 11시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장애민중의 생존을 파탄 내는 새누리당을 규탄하고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역 농성이 1주년을 맞았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사이 광화문역 해치마당 길목에 있는 농성장은 어느덧 일상의 풍경처럼 자리 잡았다. 하지만 장애인활동가들은 그곳을 지키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장애인활동가들은 네 분의 영정을 들고 노제를 치러야 했고 복지부, 국회, 대선 선거캠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심지어 국제회의가 열리던 송도까지 찾아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목청껏 외쳐야 했다.

 

그래서일까? 특히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와 관련한 약속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아직 장애인의 피부에 와 닿는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는 현재 어느 지점까지 와 있을까?

 

우선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이 요구하고 있는 장애등급제 폐지 및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2012장애인대선연대의 첫 번째 정책요구안으로 반영됐다.

 

이어 각 대선후보가 2012장애인대선연대와 정책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이를 수용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도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과 장애등급제 폐지 및 개선’으로 이를 공약으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다음 정부가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가 됐으며, 쟁점은 장애등급제를 폐지 여부가 아니라 폐지의 시기와 과정, 내용의 문제로 넘어갔다.

 

이에 대해 공동행동은 장애등급제를 조속히 전면 폐지하고 장애등급제 체제 아래서 장애인의 소득을 간접적으로 보장하던 감면·할인 제도를 직접소득보장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또한 장애인권리보장법에는 △장애정의의 전환 △탈시설화, 전화서비스체계 구축 △장애인중심 복지전달체계 개편 △개인별 지원체계 구축 △간접 소득보장을 직접 소득보장으로 전환 △예산 확대 △권리옹호 체계 구축 △지역사회 자립생활권리 확보 등을 담을 것을 요구했다.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 200일 맞아 열린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출범식에서 박근혜 정부의 공약 후퇴를 비판하는 의미로 기자회견 동안 뻥튀기 기계를 돌리는 모습.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출범도 하기 전에 공약 후퇴 논란을 일으켰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과 장애등급제 폐지 및 개선’ 공약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에서는 ‘개인 욕구, 사회·환경 요인을 반영한 장애판정체계로 단계적 개선’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3월 열린 '장애인계 장애등급제 대토론회'에서 장애인계는 한 목소리로 장애등급제 단순화에 반대하며 장애등급제의 즉각적인 완전 폐지를 요구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지난 5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2014년에 중증과 경증으로 장애등급을 단순화하고 2017년에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장애인정책 국정과제 추진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과 장애등급제 폐지는 박근혜 정부 5년 내내 장애인계의 핵심 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형식적으로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예산 절감을 위해 이를 서비스 심사와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을 가능성이 짙은 상황이다. 따라서 장애등급제 폐지의 실질적인 힘겨루기는 이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박근혜 정부의 장애인정책 구정과제 추진일정표 중 장애판정체계개선 부문

 

부양의무제 폐지는 장애등급제 폐지에 비하면 갈 길이 더 멀다. 부양의무제 폐지도 장애등급제 폐지처럼 2012장애인대선연대의 정책요구 중의 하나로 각 대선후보에게 전달되었음에도 주요 대선후보들은 이를 ‘폐지’ 대신 ‘완화’로 수정하는 방식 등으로 마지못해 부분적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현재 통합급여 방식으로 지급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박근혜 정부가 내년 10월부터 개별급여 방식으로 전면 개편하기로 하면서 부양의무제 폐지 문제는 부차적인 쟁점처럼 논의되는 착시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국토연구원이 지난 6월 공청회에서 발표한 개편방안을 보면 교육급여를 제외한 다른 개별급여들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소폭 완화하는 안을 제안하는데 그쳤다. 즉, 부양의무제는 현재 개편의 핵심적인 내용으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부양의무제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던 정치인들도 정작 부양의무제 폐지 요구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 대선에서 유력 대선 후보 중의 한 명이었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지난 9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을 찾은 자리에서 장애등급제 폐지와 달리 부양의무제 폐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 없이 노력하겠다는 말만 남겼다.

 

안 의원은 대선을 앞둔 지난 10월 발표한 정책비전선언문에서 부양의무자인 사위가 취직했다는 이유로 수급에서 탈락한 뒤 거제시청에서 음독자살한 이 씨 할머니 사건을 언급하며 “정치와 정부가 할 일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기댈 데 없는 어르신이 세상을 떠났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국회의원 시절 부양의무제 폐지의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는 복지부 진영 장관도 지난 4월 15일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과의 면담에서는 재정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폐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이 이처럼 부양의무제 문제를 회피할수록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의 의미는 더욱더 커진다. 

 

왜냐하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발생하는 숱한 문제는 정부의 주장대로 급여방식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양의무제와 함께 낮게 설정한 빈곤선이 근본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서는 이미 정부도, 정치권도, 전문가들도 다 알고 있다. 가난한 이들에게 부를 재분배하는 것을 꺼리고 있을 따름이다. 

 

이처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는 '시대적 과제'라는 큰 고개를 넘기 위해 막 발을 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년동안 농성이 이어졌다. 그리고 언제까지 농성이 이어질지 누구도 알 수 없는 무기한 농성장으로, 오늘도 그 자리에 있다.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공동행동 주최로 지난 1일 복지부 앞에서 열린 '가짜소득, 가짜 부양의무로 수급자의 목을 조르지 마라! 현장조사 없는 탁상조사 반대한다!”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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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권호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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