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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성인, 농인 권리 더 강력히 투쟁할 것"
9일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고사 및 기자회견 열려
교육부 장관 면담하려 이동하다 2시간여 고립되기도
등록일 [ 2013년10월09일 17시12분 ]

8일부터 장애인의 교육받을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1박 2일 투쟁에 돌입했던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아래 전장야협), 수화언어권공대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의 이튿날 투쟁이 9일 오전 진행됐다. 

 

전장야협 등은 한글날인 9일 이른 10시 40분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수화언어 법 제정 기원고사'를 진행한 뒤 이어 '장애인평생교육 및 수화언어권 투쟁보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567돌 한글날.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아래 고사상이 차려져 있다. '수화는 언어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다.

 

이날 수화언어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세종대왕에게 기원하는 고사에서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함효숙 활동가는 "농학교 선생이 수화를 잘 모르니 학습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라면서 "회사 동료와의 필담에서 한계를 많이 느꼈고, 구화를 쓰고 훈련하는 경우 내용을 제대로 듣지 못하기 때문에 이해도가 떨어진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참가자들은 고사문을 통해 "이 땅의 농인들은 수화로 소통하고 싶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만백성의 언로(言路)를 열기 위해 훈민정음을 반포하셨듯이 '수화언어 및 농문화 기본법'이 무탈하게 제정되어 농인의 언로가 열리고, 차별이 제거될 수 있도록 간청하나이다"라고 기원했다.

 

고사에 이어 '장애인평생교육 및 수화언어권 투쟁보고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노들장애인야학 방상연 학생회장은 "한글을 몰라서 이정표를 읽지 못하고 물건을 살 때 불편을 겪지만, 무엇보다 내가 한글을 못 배워서 모르는 것이 많아 답답하다"라면서 "아이 때 못 배워서 지금 야학에서 공부 중인데 우리를 도와주어야 할 국가가 교육받을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글을 못 배워서 이 자리에 나와 투쟁하고 있다"라고 밝힌 인천 민들레장애인야학 김수미 활동가는 "나이 많은 지금에서야 나와서 싸우고 있는데 정부가 귀를 막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활동가는 "경찰들 중 단 한 사람도 수화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만약 청각장애인이 잡혀가면 누구와 소통할지 막막할 것"이라면서 "수화언어권을 쟁취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567년 전 세종대왕은 백성의 언어로 한글을 만들었는데 우리는 왜 못하느냐"라면서 "청각장애인의 언어가 배제되고 수화로 소통하지 못하는 현실을 꼭 이야기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우리의 요구를 무시하고 짓밟았지만, 세종대왕만큼 우리를 어여삐 여겨야 한다."라고 밝혔다.

 

전장야협 하금철 활동가는 비록 교육부 특수교육과장과의 면담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교육권과 수화언어권을 쟁취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각인시켰다"라면서 "이런 의지를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 중인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한편 이날 이른 7시 30분경부터 세종문화회관으로 이동하려는 장애인 활동가들을 경찰이 막는 과정에서 극심한 마찰을 빚었다.

 

한글날 경축식에 참석하는 서남수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요구안을 전달하기 위해 장애인 활동가들이 행사장인 세종문화회관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1시간 40여 분 동안 고립되기도 했다. 경찰은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를 막고 장애인 활동가들의 출입과 고사 물품의 반입을 통제했다.

 

경찰에 의해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 갇힌 참가자들은 교육부 장관에게 장애성인 및 농인에 대한 교육권을 요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은 "장애인 220만 명 중 43.3%인 100만여 명이 초등학교 이하의 학력이고, 늦게라도 공부하려고 야학 다니는데 국가는 성인 다 돼서 뭘 배우느냐며 무시하고 있다" 라면서 "교육부 장관을 직접 보고 우리의 권리를 이야기하려는데 경찰이 막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어린 시절 학교에 가지 못한 이야기를 확성기를 통해 전하는 전장야협 박명애 상임이사.

 

전장야학 박명애 상임이사는 "학령기에 남들처럼 학교에 다니고 싶었지만 47세가 되어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라면서 "교육부 과장에게 우리 처지를 이야기하고 이렇게, 저렇게 하자고 하면 다 안 된다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상임이사는 "'도가니'에서 시설에 갇혀 말도 못하고 폭행당하는 소녀들을 보면서 그동안 나만 살겠다고 이야기한 것이 미안했다"라면서 "우리가 같이 농아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 갇히거나 말 못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장차연 이형숙 공동대표는 "지역에 있는 사람들과 재미있게 살고 싶고, 당당하게 살고 싶다"라면서 "이 사회가 장애인을 비웃음거리로 만들기 때문에 교육부 장관을 만나러 이곳에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긴급 기자회견 도중 중증장애인들이 이동을 막는 경찰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몇 명의 장애인이 휠체어에서 끌어당겨져 바닥으로 내팽개쳐지기도 했다. 휠체어에서 떨어져 바닥에 쓰러진 경기 함께배움장애인야학 이도건 교장은 수 분간 고통을 호소했다.

 

1시간 40여 분 동안 진행된 긴급 기자회견은 한글날 경축식이 끝나고 국무총리, 교육부 장관 등 정부 인사들이 퇴장하면서 마무리됐다.

 

한편 △장애성인 교육권 및 평생 교육 보장 △수화의 공식 언어 지정과 농교육 현실 개선을 요구하며 1박 2일 투쟁을 진행한 전장야협 등의 단체들은 이후 교육부 장관 면담을 위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과 몸싸움 도중 휠체어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경기 함께배움장애인야학 이도건 교장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수화를 언어로 인정하고 언어권을 보장하라는 현수막 위에 차려진 고사상.
▲발언 중인 수화언어권공대위 김세식 공동대표

▲한글날 기념식이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앞.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면담하겠다며 모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회원들이 경찰에 의해 고립돼 있다.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를 빽빽이 메우고 서 있는 경찰들.
▲경찰에 의해 고립된 활동가들이 그 자리에서 확성기를 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1시간 40여 분간 경찰에 고립된 활동가들.
▲전동휠체어를 탄 사람을 뒤로 당겨 재끼는 경찰들.
▲움직이지 못하게 전동휠체어를 잡은 경찰과 이를 뿌리치려는 활동가 모습.
▲자신이 교육받지 못하고 차별받아온 역사를 이야기하다 눈물을 보이는 전장야협 박명애 상임이사.
▲경찰이 길을 막아 고립된 활동가.
▲'장애성인 교육권을 보장하라'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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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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