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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인권을 묻어버린 인권위를 규탄한다!”
인권위, 765k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의 긴급구제 신청 기각해
“주민들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적 결정”
등록일 [ 2013년10월10일 22시02분 ]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밀양 송전탑 건설현장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에 대해 765k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아래 밀양대책위)의 긴급구제 요청을 9일 기각하자 인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일 밀양에서는 송전탑 건설을 위한 행정대집행이 시행되자 인권위는 지난 1~2일 일부 직원을 파견해 인권침해 감시활동을 벌였지만,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원 파견을 철수한 바 있다.

이후 밀양대책위가 4일 긴급구제를 요청해 재조사를 했으나, 인권위는 긴급구제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상임위원회 등의 안건으로도 상정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과 대치 중인 가운데 밀양지역의 한 할머니가 “경찰서장님, 우리 막지 막고 헬리콥터를 막아주세요”라며 경찰들에게 계속 큰절을 하고 있다. ⓒ참세상

 

이에 인권단체연석회의, 인권운동사랑방 등 19개의 인권단체는 이번 결정이 지극히 긴급구호에만 한정한 형식적인 결정이라는 비판 성명서를 10일 발표했다.

인권단체들은 성명서에서 “행정대집행 이후 밀양의 상황은 매우 참담하다. 주민들은 농성으로 반대의 뜻을 이어가고 있으며 공사를 강행했다고 해서 중단될 수 있는 농성도 아니다”라면서 “그런데도 인권위는 밀양 상황에 대해 인권침해의 지속성이 분명하지 않고 회복 불가능한 사항이 아니라며 심의조차 하지 않고 긴급구제 여부를 판단했다”라고 비판했다.

인권단체들은 “인권위는 대책위에서 요청한 사항 중 통행제한은 일반진정으로 처리하겠다고 했으며 음식물 반입과 의료진 출입, 천막설치 등에 대해서는 경찰이 협조를 약속했기에 권고가 필요 없다고 밝혔다”라면서 “그러나 현지의 사정은 다르다. 경찰이 반입 자체를 차단하지 않을 뿐이지 반입되는 음식물 및 물품의 내용은 여전히 통제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인권단체들은 “지난 4일 현병철 위원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인권위가 밀양의 투쟁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여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발언으로 정치적 판단을 밝힌 바 있다”라며 “이런 위원장 아래에서 인권위가 아무리 독립적인 조사를 했다고 한들 과연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단체들은 “더욱이 이날 현 위원장은 양쪽의 충돌로 인한 생명 등에 위협이 있을 때에 개입하겠다는 섬뜩한 발언을 쏟아내기까지 했다”라면서 “그런 사태로 몰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인권위의 조치에 대해서는 인식조차 없는 인권 무지를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질타했다.

인권위의 긴급구제요청 기각에 대해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은 “긴급구제에 대해 긴급한 사안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과정이 전혀 공개되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라면서 “열 명 이상의 인권지킴이단이 밀양의 현장 상황을 보고 돌아갔는데 이런 결정이 나온 것은 인권위가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민선 활동가는 “인권위의 이번 결정은 주민들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적 결정”이라며 “현장에 인권위 직원들도 있었는데 이런 결정이 나올 수가 있나”라고 분노했다.

민선 활동가는 “현재 밀양은 경찰에 의해 통행로가 제한돼 있고 농성장 가는 길은 대부분 차단돼 주민들이 농성장에 가려다가 길을 잃어 산속을 7시간 동안 헤맨 적도 있다”라며 “또한 인권위가 말한 것과 다르게 음식물도 경찰이 제한한 선까지만 보낼 수 있어서 농성장에서 사람이 한 시간 가까이 내려와 가져가야 한다”라고 인권위의 결정을 반박했다.

민선 활동가는 “인권위는 경찰이 협조하기로 했기에 긴급구제에 해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경찰의 협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지 등의 맥락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라면서 “인권위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과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일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가 재개된 이후 밀양 지역에서는 10일 처음으로 주민이 연행되는 등 긴박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성명서>
 

정치적 판단으로 밀양 주민들 인권을 묻어버린 국가인권위를 규탄한다

- 밀양 송전탑반대 대책위 긴급구제 기각에 대해


지난 9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의 긴급구제신청에 대해,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안건으로 심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의 안일하고도 무능한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끝내 무시하고 강행된 행정대집행 이후 밀양 현지의 상황은 매우 참담하다. 주민들은 농성장에서 반대의 뜻을 이어가고 있으며 공사를 강행했다고 해서 중단될 수 있는 성격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인권위는 밀양 상황에 대해 인권침해의 지속성이 분명하지 않고 회복 불가능한 사항이 아니라며, 매우 협소하게 긴급구제 여부를 판단해 해당 사안에 대해 심의조차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인권위의 기능상실이다.


인권위는 대책위에서 요청한 사항 중 통행제한은 일반 진정으로 처리하고 음식물 반입과 의료진 출입, 천막설치 등에 대해서 경찰이 협조를 약속했기에 더 이상 권고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댔다. 그렇지만 현지의 사정은 이와 다르다. 경찰이 반입 자체를 차단하지 않을 뿐이지 반입되는 음식물 및 물품의 내용은 여전히 통제되고 있다. 또한 경찰은 천막설치에 거의 협조하지 않고 있으며, 날씨가 점차 추워지고 있는 상황에서의 이 천막도 큰 도움이 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그리고 더욱이 통행이 제한되면서 주민들은 수확철에 사실상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생계의 위협까지도 받고 있는 실정인데도 인권위는 매우 안일한 결정을 내렸다.


우리는 인권위의 이 같은 결정의 직접적인 배경은 바로 자신의 자리보존을 위해 인권위를 사실상 식물위원회로 시킨 현병철 위원장에게 있다고 본다. 이미 지난 2일 인권위는 밀양 현지에 인권지킴이단을 파견했지만,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판단해 철수하여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난 4일 현병철 위원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인권위가 밀양의 투쟁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여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발언을 통해 이미 관련 사안에 대해 정치적인 판단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위원장하에서 인권위가 아무리 독립적인 조사를 했다고 한들, 과연 신뢰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이날 현 위원장은 양쪽의 충돌로 인한 생명 등에 위협이 있을 때에 개입하겠다는 섬뜩한 발언을 쏟아내기까지 했다. 그런 사태로 몰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인권위의 예방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인식조차 없는 인권 무지를 스스로 드러냈다. 얼마 전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한 여인이 경찰의 부당수사에 대해 긴급히 인권위에 진정했지만, 인권위의 관료적 대응으로 결국 당사자가 자살하기에 이른 비극적인 사건을 벌써 잊었는가. 아니면 모두가 지탄할 때 스스로는 잘못한 줄도 모르고 있었던 건가. 한마디로 인권의식은 전혀 없다.


그리고 인권위는 이번 사안에 대해 법률상의 긴급구제 권고에만 한정해서 판단하였다. 이것은 인권침해 구제의 신속성을 위한 권한인데도, 그 외에는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해당 진정에 대해 왜곡해 판단을 내렸다. 현장에서 각종 탈법과 불법적인 일을 자행되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조사도 하지 않았고 인권침해 여부에 대해 판단할 생각조차 없다. 적절한 법적 근거도 갖추지 않은 경찰의 통행제한에 인권위가 왜 물러서는가. 또한 경찰은 비탈길 등의 농성장 주변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강제진압을 시도해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은 물론 직무범위를 벗어난 감정적이고 각종 모욕적인 행위로 불필요한 충돌을 유발해 연행을 유도하고, 불법적인 채증과 경찰표식 미부착 등도 아무런 제재 없이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인권위는 손 놓고, 단순히 인권위 결정의 권위를 높이는 데만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다. 그 권위는 신뢰에서 나오는 것임에도 말이다. 한마디로 관료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의 인권 무감수성과 관료적인 이번 결정에 깊은 분노를 느낀다. 인권단체들이 현장에서의 인권침해의 위험을 계속 경고하고 있는데도 평화적 생존권과 에너지 문제와 관련한 국민생존권의 문제에 대해서는 인권위는 들여다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위원장이나 위원 그 어느 누가 현장에 방문조차 해본 적이 있던가. 인권위는 사법기관이 아니다. 사안의 불법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중대한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늘 깨어 있는 권력의 감시기구가 되어야 하며, 인권침해가 일어나면 철저하게 조사해서 인권기준에 맞게 제대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곳이다. 한국사회 인권의 바로미터를 측정하는 오늘의 현장은 밀양이다. 그런데 과연 인권위는 그러고 있는가, 그리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는가.


2013년 10월 10일


건강세상네트워크, 국제민주연대,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새사회연대,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유엔인권정책센터, 인권단체연석회의, 인권교육센터'들', 인권운동사랑방,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주노동인권센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이상 19개 인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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