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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에 노동자의 '인권'을 묻는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 권고하면서 내부 비정규직 문제 침묵”
노조 교섭결렬 선언 "인권위 바로 세울 것"
등록일 [ 2013년10월15일 16시53분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인권위분회가 지난 4월 18일 출범 이후 처음으로 15일 낮 12시 30분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섭결렬 및 조정신청에 따른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정작 내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엔 침묵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4월 18일 출범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인권위분회는 15일 낮 12시 30분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섭결렬 및 조정신청에 따른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인권위분회에는 인권위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 15명이 가입해있다. 노조는 4개월에 걸쳐 총 20번의 교섭을 진행하였으나 위원회의 사회적 책무, 징계위원회 구성, 근로시간 면제, 출산·육아휴직 시 대체근무자 투입, 임금 협약 등 주요 사항에 대해 합의하지 못해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인권위분회 정미현 분회장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권위분회 정미현 분회장은 “첫 교섭 자리에서 교섭위원이 ‘위아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용자, 노동자라고 왜 가르느냐. 불편하다’고 해서 인권위는 조금은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교섭 20차례를 거치며 사용자로서의 인권위를 경험하고는 허무맹랑하고 순진했던 생각임을 깨달았다.”라며 “여느 민간사업자나 타 국가기관보다 못한 것이 인권위 사용자들의 마인드”라고 꼬집어 말했다.

 

정 분회장은 “타 기관 사례가 없고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우리의 요구는 계속 거부당했다”라며 “인권위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하니 인권위는 ‘자꾸 인권, 인권 하지 마라, 우리도 국가기관일 뿐’이라는 답을 들었다”라며 분노를 표했다.

 

정 분회장은 “인권위는 우리가 공무원이 아닌 비정규직이기에 처우, 임금, 복지에서 공무원과 똑같이 대우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단체협약의 각종 규율에선 공무원답기를 요구한다. 다른 기관에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권고하면서 내부 비정규직 문제엔 눈 감고 있는 게 인권위”라고 지적하며 “그러나 우리에게 인권위는 여전히 인권이라는 가치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소중한 일터다. 인권위에도 비정규직이 있음을 알아 달라.”라고 강조했다.

 

인권위분회 양윤정 조합원은 “인권위 상담사로 일한 지 12년째지만 모든 수당을 포함해서 한 달에 205만 원, 세금 떼고 나면 180만 원 받는다. 인권위가 처음 출범해 임시청사에서 사무국을 준비할 때부터 함께 일했다.”라며 “인권위엔 현재 19명의 계약직과 무기계약직이 있다. 이들은 공무원과 똑같이 상담하고 책자를 만들며 인권위를 위해 일한다.”라고 소개했다.

 

양 조합원은 “올해 3월 인권위는 계약직과 무기계약직 노동자 규정을 개정한다며 새 임금안을 제시했다. 새로운 안을 적용하면 제 임금은 현재 180만 원에서 18만 원이 더 깎인다.”라며 “임금이 더 깎일 게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라고 꼬집어 말했다.

 

양 조합원은 “12년 전, 인권위는 민원실이 아닌 인권상담센터를 만들어 인권상담사를 두었으나 모두 일당직 일용노동자였다”라며 “지난번엔 군에서 아들을 잃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머님과 밤 10시까지 상담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인권위는 예산에 들어 있지 않다며 저녁 식권조차 주지 않아 저녁을 먹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양 조합원은 “현재 인권위는 조합이 제시한 임금 인상안이 예산에서 600만 원 초과한다며 거부하고 있다”라며 “그런데 현병철 위원장이 이번 멕시코 방문에 쓴 돈이 1149만 원이다. 비정규직 1년 연봉은 1599만 원”이라고 전했다.

 

▲ 양윤정 조합원은 인권위 첫 출범 당시부터 올해로 12년째 인권위에서 일하고 있지만 한 달 월급은 180만 원이다. 양 조합원이 등 뒤에 “12년의 기다림 끝에 노조 결성, 더 이상 기다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인권상담센터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이 유린당했을 때 상담해왔던 사람들로 인권옹호자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정작 인권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라며 “노동자의 권리를 차별받았을 때, 노조를 통해 인권과 권리가 어떻게 얻어지는지 쟁취하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라고 밝혔다.

 

명숙 활동가는 “노조는 인권위가 독립성을 가지고 활동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에 대해 인권위는 인권에 대해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며 거부했다. 그러나 인권위가 말하는 ‘불가침한 인권’은 인권위가 독립적 기구로서 기능할 때 보장할 수 있다”라며 “얼마 전에 전교조와 밀양 사태에 대해 인권위는 각하, 기각 결정을 했는데 이는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사용자’로서의 위치도 거부할 뿐만 아니라 인권위의 책무에 대해서도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 이상무 위원장은 “인권위에 노조가 생겼을 때 가장 아름다운 노동 조건을 가지리라는 망상을 했었다. 인권위는 각각의 인권이 침탈되지 않도록 잣대를 세우는 곳인데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조치는 권위적이고 시혜적”이라며 “인권위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단 하나도 수용하지 않았으며 그들의 노동조건을 위해 힘써본 적도 없다”라고 질타했다.

 

이 위원장은 “투쟁하지 않고서는 인권이 바로 설 수 없다”라며 “인권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처우 개선이 공공운수노조의 기본이 될 수 있도록 투쟁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위분회는 기자회견문에서 “임금협약의 경우, 노조는 최초요구안에서 명절수당 삭감, 가족수당 포기, 심지어 내년 임금도 동결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그리고 비정규직 간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그동안 일부 직렬의 비정규직만 받아오던 수당을 자진 삭감하면서 다른 직렬의 비정규직에 수당 지급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 사측은 거부했다.”라며 "현재 노조와 사측 간 임금인상안 차액은 인권위 한 해 예산 220여억 원 중 0.025%에 불과한 600여만 원 수준으로 인권위원장 한 달 업무추진비 수준에 불과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인권위분회는 “노조는 인권위와의 교섭 결렬을 선언한다. 대화와 타협으로 인권이 존중되고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인권위를 만들고자 했던 우리의 인내와 노력은 '사용자'인 인권위로부터 철저히 무시되고 짓밟혔다.”라며 “노조가 가진 정당한 권리인 쟁의행위를 통해 인권위를 바로 세우는 데 앞장서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구호를 외치는 인권위분회 조합원들.

▲인권위 조합원들이 각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넣은 보라색 티셔츠를 입고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나는 존엄하다”라는 문구가 적힌 티를 입은 한 조합원.

▲“나는 비정규직 문제를 상담하는 비정규직 상담원입니다”
▲"징계위원회에 노동자가 참여한다면 사용자가 눈치 보여 공정한(?) 판단이 안 된다고 합니다. 누구를 위한 공정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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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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