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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 셰익스피어로 사랑과 욕망을 말하다
로미오와 줄리엣, 맥베스 모노드라마로 엮어내
“연극으로 자기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경험하는 시간”
등록일 [ 2013년11월29일 23시19분 ]

▲장애여성 연극힐링 프로젝트 ‘마음을 그리다’ 발표회가 28일 저녁 7시 카페 별꼴에서 열렸다


셰익스피어 희곡 속 사랑과 욕망이 장애여성의 삶과 만났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사랑’을, 맥베스에게서 ‘욕망’을 읽어낸다. 그리고 각자의 삶에 가까이 와 닿는 인물을 택해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연극을 새롭게 엮어냈다.

 

장애여성 다섯 명이 지난 3월부터 연극을 통해 감정을 탐험하고 이를 표현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 결과물을 표현하는 장애여성 연극힐링 프로젝트 ‘마음을 그리다’ 발표회가 28일 저녁 7시 카페 별꼴에서 열렸다.

 

장애는 삶의 모든 영역을 빨아들였다. 사랑도, 욕망도… 사랑하고 싶었으나 상처가 두려워 외사랑 만을 택했다. 그래서 사랑은 늘 슬픈 것이었다. 욕망도 장애에 가로막혔다. 욕망 이전에 타인의 말이 먼저 막아섰다. “너는 안 돼.”

 

소화되지 않는 고통을 꿀꺽 삼켰다. 내 삶은 온전히 나의 경험이기에 겪어야 하는 것은 나였다. 그러나 말하기 시작하니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나의 고통과 너의 고통의 닮음을 발견했고 모른 척 지나온 내 생의 여린 속내도 보았다. 아물지 않은 상처와 만났고 괜찮지 않음에 잠시 머물다 갔다.

 

연극은 허구다. 속성이 그러하다. 그러나 연극을 ‘하는’ 나 자신은 온전히 나다. 그래서 때로 연극은 허구가 아닌 진실이며 현실이다. 그것도 나의 현실이다. 그리하여 연극은 현실을 보다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예행연습이 되기도 한다.

 

김진옥 씨(56세, 뇌병변장애)는 자신의 엄마에 대한 기억을 펼쳐 올렸다. 자신의 엄마는 자신이 무엇을 하기도 전에 “너는 못한다”라며 자신을 가로막던 사람이었다.

 

“엄마는 저의 꿈을 무너뜨리고 마음속 희망의 불씨를 하나, 둘 소멸시켜 갔어요. 엄마는 당신 스스로 자신이 낳은 딸의 존재 자체를 지우려고 했지요. 전 두려웠어요. 안 된다고, 못한다고 하는데 그런데도 자꾸 솟아오르려는 욕망의 날갯짓. 비록 밀랍으로 만든 날개지만 온몸을 불태워서라도 태양 가까이, 더 높이 하늘을 날고 싶어 했던 이카로스처럼요.”

 

휠체어 탄 자신이 밖에 나가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결혼도, 아이도 엄마는 모두 원치 않아 했다. 하지만 자신은 원했다. 맥베스의 부인처럼. 원했기에, 그녀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강해져야만 했고 그래서 강해졌다. 사랑하고 한 남자를 만나 아이도 낳았다. 그리고 이젠 “17년째 살고 있지만 엄마 말처럼 버려지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이 그 남자를 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

 

그런데 아물지 않은 상처가 가슴 한편에 있음을 깨달았다. 이 상처는 죽을 때까지 치유되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별로 중요치 않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아물지 않은 상처지만 자신은 그것에 빠져 살지 않으며, 상처에 연연해 살기엔 오늘의 현실은 충분히 바쁘기 때문이다.

 

금민정 씨(32세, 지체장애)는 맥베스의 마녀 옷을 입었다. 맥베스를 파멸에 이끄는 마녀지만 사실 마녀도 자신처럼, 속은 편치 않은 게 아닐까. 그녀는 힘들 땐 더 힘내자 말했고 울어야 할 땐 더 크게 웃으며 참았다. 마녀 웃음 속에도 그러한 표정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언젠가부터 난 타인의 아픈 시선을 내 탓으로 돌리고 있었어. 난 점점 죽어가고 있었어. 그런데 난 겉으론 웃고 있었어. 하하하, 난 뭐든 할 수 있어! 하하하, 난 행복해! 무한긍정 금민정! 슬퍼도 웃고, 화나도 웃고, 외로워도 웃고 무서워도 웃어. 행복? 행복이 뭔데? 가르쳐줘. 진짜 행복이 뭔지, 제발 가르쳐줘. 난 행복해지고 싶어.”

 

▲‘줄리엣이 되고 싶은’ 최민경 씨

 

최민경 씨(32세, 뇌병변장애)는 자신은 줄리엣이기보다 ‘줄리엣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누가 날 사랑할까? 그 사람은 날 좋아하지 않을 거야. 나를 좋아한다 해도 언젠가는 날 떠날 거야. 사랑하고 나면 나만 상처받으니까. 사랑하지 마, 사랑하지 마, 사랑하지 마! 슬퍼, 슬퍼, 슬퍼! (생략) 난 줄리엣이 아니야.”

 

소심하고 겁이 많아 자기만 상처받으리라는 상상에 자신을 스스로 가뒀다. 그러나 나를 가둔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음을 깨달았다.

 

민경 씨는 또한 “민정 씨가 자신의 감정을 웃음으로 표현하는 모습, 진옥 씨가 가진 엄마에 대한 감정 모두 자신에게 있는 부분”이라 말했다. 무대 위엔 각자 한 사람의 역할로 섰지만, 그 무대에 서 있던 인물들 모두가 자신의 조각이었다. 

 

이번 연극작업을 진행했던 강사 강진희 씨는 “맥베스 작품을 다루며 자신의 욕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욕망에 관해 이야기하니 좌절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나왔고 장애 때문에 꺾인 상처가 나왔다.”라며 “그러나 여기에 서 있다는 것은 그것들을 이미 뚫고 나왔다는 것 아닌가”라며 희망의 지점을 보았다.

 

강 씨는 “사람은 가정에서부터 온전하게 지지받고 사랑받아야 자존감이 생긴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은 인간의 조건”이라며 “그러나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가정에서부터 이해받지 못하며 살아왔다. 이번 연극 시간은 자기 존재를 인정하며 이를 경험하는 시간이었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극은 장애인문화예술 판이 주관했으며, 2013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으로 진행했다. 

 

 

▲이번 연극작업을 진행했던 강진희 강사
▲이날 공연을 올린 다섯 명의 장애여성들.
▲장애여성 연극힐링 프로젝트 ‘마음을 그리다’ 발표회 배우와 스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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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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