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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게 죽어가는 사람 없는 세상 만들자"
광화문광장에서 3일 고 김준혁 활동가 장례식 열려
"고인이 원한 세상, 우리 손으로 만들어가자"
등록일 [ 2013년12월03일 00시12분 ]
▲‘장애인운동가 고 김준혁 동지 장례식’이 3일 이른 11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누군가는 고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고 다른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다. 그 가운데 누군가는 고인의 뜻을 이어받자고 했고 다시는 이러한 죽음이 없도록 사회를 바꾸자고 역설했다.
 
‘장애인운동가 고 김준혁 동지 장례식’이 3일 이른 11시 광화문광장에서 장애인운동가 故김준혁 동지장례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고 김준혁 활동가는 정립회관 민주화 투쟁을 시작으로 장애인운동 현장투쟁과 장애인 인권운동 등에 투신했으며, 지난해부터 장애인문화예술 판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다 지난 11월 25일 복막염으로 인한 패혈증 쇼크 등의 증세로 향년 33세로 숨졌다.

가족이 없었던 고인은 장례식도 치르지 못한 채 사망 후 하루 동안 냉동고에 있다가 지난 11월 27일 고인의 친척에 의해 벽제 화장터에서 화장된 뒤 산골(散骨) 장소에 뿌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고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온 3백여 명의 참가자들은 고 김준혁 활동가의 활동을 기억하고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진영 소장은 고인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나 타인에게 도움을 주었지만, 정작 그가 혼자 죽어갈 때는 아무도 지켜주지 못했다고 자책하면서 고인의 활동을 이어나가자고 밝혔다.

“김준혁 동지는 언제나 힘든 일도 마다치 않고, 언제나 한걸음에 달려오곤 했습니다. 동지는 삶의 고민이 많아 그 고민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동지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아프고 서럽게 죽어간 준혁이, 외롭게 죽어간 준혁이를 기억해서 그가 활동하며 꿈꿔온 장애해방 세상으로 나아갑시다.”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원교 소장은 고인의 죽음이 남의 일 같지 않다면서 이는 결국 장례식에 모인 참가자 모두의 일이라고 밝히고 죽음에 대해 슬퍼하기보다 분노하며 투쟁하자고 역설했다.

“동지의 삶과 죽음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그가 우리의 친구이자 동지지만, 그의 몸 자체가 이 땅에 사는 장애인의 아픔과 고통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처절했던 김준혁 동지의 삶은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삶과 죽음이 남의 일이 아니기에 이곳에 모인 것입니다.… 우리의 곁을 떠나간 동지의 아픔을 슬픔만으로 끝낼 수는 없습니다. 슬퍼하지 맙시다. 슬퍼하기 전에 분노하고, 그 분노로 이 땅에서 어떻게 살고 또 어떻게 투쟁할지 생각합시다. 더 이상 이런 아픔과 고통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손으로 그런 세상 만들어갑시다.”

▲고인의 죽음에 분노하고 투쟁하자 역설하는 이원교 소장.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김광이 대표가 전하는 고인은 항상 전화할 때마다 ‘미안하다’, ‘감사하다’라고 하는 착한 동생이었지만, 이날 장례식에서는 김 대표가 고인에게 미안해했다.

“고민이 많았던 준혁이는 항상 전화해서 ‘죄송하다’, ‘감사하다’라고 했습니다.… 준혁이는 인권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적이고 항상 자기를 성찰했습니다. 우리는 준혁이와 같이 어떻게 동지들과 함께 활동해야 할지 고민하고 주변에 소수자가 없는지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준혁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미안하다. 누나가 챙겨주지 못해서, 잠시 잊고 살아서 미안하다.”

연극을 함께했던 장애인문화예술 판 최은정 활동가는 고인이 수급권자가 노동할 수 없는 현실을 알리기 위해 영상을 만들고 싶어했던, 밝고 성실한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일하고 싶지만, 수급권자라서 일을 할 수 없다. 수급권자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급권자라는 이유로 노동할 수 없는 현실의 이야기를 영화로 알리고 싶다.’라던 준혁 동지는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밝고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항상 남보다 먼저 도와주던 당신, 듬직했던 당신을 차디찬 바람 속에 혼자 떠나보내야 하다니…. 차마 당신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동부비정규노동센터 임미진 활동가는 장애아동과 함께하려 했던 고인의 꿈을 전하면서 고인이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고 바꿔보고자 했음을 밝혔다.

“너의 삶의 흔적을 찾아보다가 나한테 보냈던 메일 여러 편을 다시 읽어보았다. 그중에 준혁이가 살고 싶은 인생계획을 세워보라고 했을 때, 넌 이렇게 이야기했더라. ‘제가 원하는 공동체를 하나 만들고 싶어요. 오갈 데 없는 장애아동과 함께하는 공동체 하나를 만들어서 이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잘 적응해서 이 아이들 하고자 하는 것들 잘 이루어지도록 제가 도와주고 싶어요. 누나 이게 저의 꿈이자 소원이라고 말하고 싶어요.’라고.

그냥 보면 힘들고 외롭고 고단했던 30여 년 삶이었을지 모르지만, 누구보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열심히 자립하려고 애썼고, 약한 자를 도우려고 애썼고, 옳지 못한 것을 부딪쳐가며 바꿔보려 했던 마음과 삶의 흔적들이 너무 안타까워 더욱 준혁이를 보내기 힘들게 하는구나.”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고인에 대한 슬픔을 넘어 고인처럼 죽지 않는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지막 추모발언을 맡은 장애해방열사 단 박김영희 공동대표는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단순히 그를 기억하며 미안한 마음을 품는 것을 넘어 고인을 외롭게 죽어가게 한 사회를 변화시키자고 역설했다.

“우리는 또 다른 김준혁을 떠나보낼 때마다 눈물 흘리기보다 아플 때 바로 치료해주고 안전을 지켜주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말 김준혁이 원했던 세상은 그처럼 혼자 외롭게 죽어가지 않는 세상일 것입니다.”

박김 공동대표는 “오늘 우리는 고 김준혁 동지와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너의 넋이라도 함께 투쟁하겠다’고 약속하자”라면서 “내년에도 여기 모여서 준혁이가 원했던 세상을 만들었는지 함께 이야기해보자”라고 호소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단상 앞에 마련된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참가자들이 고인의 영정에서 애도하고 눈물 흘릴 때, 무대 화면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추모시가 새겨지고 있었다.

쓸쓸하게 떠나가셨을 그대여
정말 미안합니다

당신의 고통
당신의 아픔
당신의 외로움이
우리의 고통이었고 우리 아픔이었으며
우리 모두의 외로움이었답니다

그대 이젠 슬퍼 마세요
눈물을 거두세요
이젠 편히 떠나가세요

- ‘내 동생 준혁이를 보내며’, 박정혁
 
▲노래로 고인을 추모하는 노동가수 박준, 연영석 씨.
▲몸짓으로 고인을 추모하는 몸짓꾼 이삼헌 씨.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줄서 기다리는 참가자들.
▲헌화하는 참가자들.
▲묵념하는 참가자들.
▲한 참가자가 고인 영정 앞 국화꽃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하고 있다.
▲영정 앞에서 눈물 흘리는 참가자를 다른 참가자가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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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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