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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는 어떻게 성폭력의 공범이 되는가
오산씨앗야학, 장애여성 성폭력 사건 대응 과정 발표
“장애인야학, 지역사회에서 인권활동 더욱 앞장서야 ”
등록일 [ 2013년12월04일 00시12분 ]
▲오산씨앗야학 강경남 교장이 장애여성 성폭력 사건에 대응했던 과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장애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야학 운영 주체들이 대응했던 과정을 발표하는 자리가 지난 2일 늦은 4시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진행됐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주최 ‘2013년 장애인야학 참교육실천대회’의 사례 발표 중 하나로 발표에 나선 오산씨앗야학 강경남 교장은 지난 7월에 지역사회에 알려져 장애인야학이 해결 과정에 개입하게 된 장애여성 성폭력 사건의 해결 과정 전반을 설명했다.

 

사건은 지난 7월 10일 한 제보자가 오산씨앗야학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가해자는 지역 장애인단체의 간부였고, 피해자는 지적장애여성이었다. 가해자는 5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이 장애여성을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핑계 등으로 차 안 또는 단체 사무실 등에서 강제 추행해 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오산시는 이 사건을 알고 있었음에도 피해자를 만나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가해자가 소속된 장애인단체 과장이나 가해자의 주변 사람을 만나 소문을 듣는 정도로 그쳤다. 오산시는 이후에도 추가로 사실관계 확인을 한 바도 없고, 오히려 해결을 요구하는 오산씨앗야학 등에게 “이 사실을 내가 알고 있고, 얘기했다는 것에 대해 말하지 말아달라”라는 부탁을 하는 지경이었다.

 

강 교장은 “오산시가 인권적 감수성이 있었다면, 정황상 드러난 사실을 바탕으로 좀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라고 당시 오산시의 무책임함을 지적했다.

 

똘똘 뭉친 지역사회, 성폭력 사건 덮어두기에 급급

 

오산씨앗야학은 해당 단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주무부서의 안일한 대응으로 성폭력 사건이 근절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담당공무원의 징계 및 오산시장 사과 △해당 단체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수립 △지자체 차원의 장애인권대책 마련 △진상조사단 구성 등을 요구하며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런데 장애인단체의 간부가 성폭력 가해자라는 사실을 공개하자, 오히려 해당 단체와 지역사회는 가해자 편을 들며 단결하기 시작했다. 강 교장은 “문제의 단체는 그 장애여성이 원래 그런 걸 좋아한다면서 그 여성이 먼저 ‘끼를 부렸다’는 식으로 말을 했고, 학연과 지연으로 연결된 지역사회가 똘똘 뭉쳐 이런 발언을 지지해 주었다”라고 설명했다.

 

지역사회 전체가 암묵적으로 가해를 공모하고 가해자를 덮어주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게다가 해결 과정에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한 정당의 여성 시의원이 결합하면서, 문제제기한 단체가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가해자는 활개치고 다니고, 피해자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오산씨앗야학이 관련 공무원의 징계를 요구하자 공무원노조 측은 “공무원 징계에 관한 건은 시민단체가 제기할 문제가 아니며, 이 문제를 떠벌려 피해자를 힘들게 했다”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강 교장은 “우리가 이 문제를 수면위로 띄운 건 드러나지 않은 더 많은 성폭력 사건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여성을 상대로 한 더 많은 성폭력 사건이 있음에도 관련 장애인단체와 시청에서는 쉬쉬하며 덮어두기에 급급해, 이런 분위기를 근절하기 위해서 ‘선전포고’를 한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가해자와 그 주변인들은 더욱 기세가 등등했다. 가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가슴 좀 만졌기로서니 그게 무슨 성추행이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 벌어졌고,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에게 “너 자꾸 떠들면 이 동네에서 못 살아, 자꾸 이러면 보호작업장에 못 다니게 한다”는 식의 협박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피해자를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듣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고 강 교장은 설명했다.

 

사법부의 판결도 가해자 편이었다. 가해자는 자신이 70세의 심장장애인이고, ‘급살’의 위험이 있으니 선처를 해달라고 호소했고, 이에 검찰은 기소유예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강 교장은 “‘급살’의 위험이 있는 사람이 5~6년간 계속 그런 짓을 했고, 알고 보니 술도 엄청 잘 먹고 피해자도 한 사람이 아니었다”라고 비판했다.

 

공무원들의 요지부동, 우리의 힘으로 바꿔내야

 

강 교장은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가해자가 활개치며 다니는 상황을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라면서 사건 해결 과정에서 힘든 선택을 해야만 했음을 설명했다. 또한 지자체가 이러한 사건을 문제로서 인식할 수 있도록, 강하게 압박하는 행동도 필요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 사건의 사법적 판결은 기소유예로 결정되고, 피해자가 항소하지 않아 종결되었다. 하지만, 오산씨앗야학이 지자체를 압박한 결과 오산시 차원의 장애인권보장 계획안을 만들었고, 공직자 인권교육, 장애인시설 및 종사자 인권교육, 통반장 및 주민자치위원 교육 등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런 교육의 프로그램은 오산씨앗야학이 직접 짜고 강사 섭외까지 맡았다.

 

또한 가해자가 속한 문제의 단체는 집행부가 사과하고 교체되었으며, 시청에선 보조금 환수 등의 조치를 취하는 등의 제재를 가했다.


강 교장은 “우리가 장애차별상담 전화를 올해 23건 받았는데, 7월 이 사건에 대한 대응 이후 더 많은 상담을 받았다”라면서 “인권은 어떤 이념보다 우위에 서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장은 장애인야학들이 지역사회에서 장애인 인권활동에 더욱 앞장서야 한다고 제안하며 발표를 마쳤다.
▲'2013년 장애인야학 참교육실천대회'에서 강의를 듣는 장애인야학 교사와 활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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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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