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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장애인·빈민, ‘기초법 개악저지, 장애연금 공약이행’ 외쳐
새누리당사 앞까지 ‘깡통행진’ 뒤 퍼포먼스
등록일 [ 2013년12월17일 21시07분 ]
▲‘기초법 개악 저지! 장애연금 공약이행 결의대회’에서 대구반빈곤네트워크, 부산반빈곤센터, 빈민해방실천연대, 전국빈민연합 활동가들이 나와 투쟁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안녕할 리 있겠습니까.
지난 10일, 광주에 사는 한 장애인이 또 사망했습니다. 그는 얼마 전 장애등급심사에서 탈락한 뒤 활동보조 서비스가 중단됐습니다. 불과 15분 만에 진화된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연기에 질식해 죽어버렸습니다. 故 김주영 동지와 파주의 남매 지우와 지훈을 떠나 보낸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렇게 또 소리 없이 사람이 죽어 갔습니다.
 
안녕할 리 있겠습니까.
지난 9월, 신장투석환자였던 한 가난한 아버지가 딸의 취업으로 인한 수급탈락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는 월 백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딸에게 지울 수 없어 자살했습니다.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갔습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가족들에게 죄짓는다고 생각하며 살아갑니까. 언제까지 가난한 이들이 수치심을 느끼며 살아가야 합니까.
 
- 기초법 개악 저지, 장애연금 공약이행 결의대회 투쟁결의문 中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묻는 인사를 통해 억압되었던 청년들의 저항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요즘,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도 '안녕하지 못하다'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기초법 개악 저지! 장애연금 공약이행 결의대회’에 17일 늦은 2시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렸다. 이날 참가한 100여 명의 활동가들은 한목소리로 가난한 이들을 ‘안녕’치 못하게 하는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후퇴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 개악 시도를 규탄했다.

 

▲김미희(통합진보당) 의원과 장하나(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희 의원(통합진보당)은 정부의 장애인연금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대선 당시에는 전체 중증장애인에게 2배의 장애인연금을 지급하겠다고 해 놓고 이제 와서 하위 70%에게만 지급하겠다고 한다"라면서 "그런데 하위 70%라고 해도 소득과 재산의 소득인정액을 합하면 그 기준이 겨우 55만 원이다. 소득이 56만 원인 사람은 그마저도 못 받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 예산소위에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기초노령연금과 장애인연금의 정부안을 강행한 것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은 다른 예산 논의할 때는 선심성 예산으로 막 올리면서, 장애인연금 논의할 때는 1원의 선심도 쓰지 않았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발언에 나선 장하나 의원(민주당)은 “내일모레가 대선을 치른지 1년째 되는 날인데 마치 5년은 지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라면서 “경제민주화를 할 것처럼 약속했지만 모든 약속을 어기고 거짓말만 하는 박 대통령에게 더 무엇을 기대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이번에 제출된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의 기초법 개정안은 최저생계비 기준을 장관 재량으로 정하게 되어 있는데, 이것은 다른 예산 다 쓰고 겨우 남는 돈 가지고 최저생계 보장 예산을 쓰겠다는 것”이라며 “박근혜 복지의 얄팍한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의왕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윤상 소장.
의왕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정윤상 소장은 기초생활급여를 개별급여로 쪼개는 것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 소장은 “국회의원들이 받는 의정활동비를 쪼개서 받나? 직장인들이 받는 각종 수당을 쪼개서 받나?"라면서 "왜 우리가 받는 수급비는 다 쪼개서 지급하는가?”라고 성토했다.
 
급여를 쪼개는 개악을 시도할 것이 아니라 부양의무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홈리스행동 온달 활동가는 퇴직 후 장사하다가 빚이 생겨 노숙을 하게 됐지만, 자녀 둘을 키우며 월 200만 원으로 힘들게 사는 아들에게 기댈 수는 없었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온달 활동가는 “수급신청을 해서라도 살아보려고 했더니 아들이 버는 돈 때문에 안 된다고 한다”라면서 “이런 잘못된 부양의무제라는 법을 만든 사람들도 나중에 늙으면 이 법 때문에 피눈물 나게 되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의료민영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윤가브리엘 활동가는 “정부에서 최근 발표한 ‘투자활성화대책중점과제’에는 대형병원이 호텔을 운영하고 화장품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담고 있는데, 그러면 병원들이 더는 수가가 낮은 진료를 받는 의료급여 환자들을 받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활동가는 “의료민영화에 대한 피해는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는 것이 시급한 마당에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를 규탄한다”라고 비판했다.

 

진보정당의 연대발언도 이어졌다. 노동당 서울시당 김일웅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보편적 복지라는 시대정신 속에서 당선되었지만, 모든 공약을 파기하고 있다”라면서 “더 이상 그런 대통령은 필요 없다. 이에 노동당은 전국위원회를 통해 박근혜 정부를 대상으로 강력한 퇴진 투쟁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문정은 부대표는 “파지를 주워 근근이 살아가는 어르신에게까지 세금을 걷겠다고 하는 박근혜 정부는 결국 수백만 빈민의 엄청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가난한 이들의 깡통 행진’을 벌이며 새누리당사 앞까지 이동해 항의 퍼포먼스를 벌이며 결의대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결의대회에는 밀양 송전탑 건설에 맞서 싸우고 있는 주민도 참여해 연대사를 했으며, 야마가타 트윅스터, 노동가수 박준 씨 등이 문화공연을 펼쳤다.

 

▲발언하고 있는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정숙 활동가와 홈리스행동 온달 활동가.

▲'박근혜 깡통복지'를 상징하는 깡통탑 앞에, 부양의무제 때문에 죽어간 이들을 기억하는 영정들이 놓였다.
▲장하나 의원과 정의당 문정은 부대표가 부양의무제 폐지,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는 손펼침막을 들고 있다.
▲부양의무제 폐지! 기초법 개악 NO!
▲결의대회 참가자와 춤을 추고 있는 야마가타 트윅스터
▲노동가수 박준 씨의 노래공연.
▲가난한 이들의 깡통행진.
▲가난한 이들의 깡통행진.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새누리당사 앞에서 깡통을 두드리며 항의하고 있다.
▲결의대회를 마치며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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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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