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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고 윤귀성 에바다 복지회 대표이사를 추모하며
등록일 [ 2013년12월27일 12시00분 ]

▲12월 27일 평택 에바다학교에서 열린 윤귀성 에바다복지회 대표이사 영결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함께할 때 늘 힘이 되어주었던 분, 그만한 사람이 없다 싶은 그런 분을 이렇게 황망히 보내고서, 그와 함께했던 기억들을 끄집어내어 추모의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고역스런 일인지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바로 지난주 금요일 저녁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던 술자리가 그분과의 마지막 자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분은 양심 있는 의료인이었습니다. 서울대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경기도 평택의 작은 시골 마을 안중에서 치과를 개원해 진료활동을 하셨던 그분은, 의료가 돈벌이의 수단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요즘의 세태 속에서도 자신의 양심과 원칙을 지키며 진료활동을 이어오셨습니다. 또한 지난 2004년에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서경지부 회장’을 역임하기도 하는 등 개인의 진료 수준을 넘어, 의료의 공공성과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 시대의 양심 있는 의료인이었습니다.

 

그분은 건강한 복지인이었습니다. 항상 자신이 열심히 일해서 벌어들인 돈이 깨끗한 과정을 통해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곳에 쓰일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2000년 여름, 에바다 대표이사직을 맡으신 이래 끊임없이 건강한 기부활동을 계속하셨습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대표이사의 직함과 권한 그리고 자신의 기부활동을 내세워 현장을 휘두를 수도 있었지만, 그분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대표이사의 권한보다는 책임을 우선시하고 공로는 현장 실무자들에게 돌리며, 자신은 그저 선생님들과 실무자들을 ‘믿고 거들 뿐’이라며 조용한 기부활동을 계속하셨습니다. 그런 그분의 책임 있는 역할 수행과 기부활동이 있었기에 우리 에바다복지회는 정상화 이후 수없이 많았던 위기들을 극복하고 오늘의 안정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분은 우리의 너무나 소중한 동료이자 리더였습니다. 돌이켜보면, 10년 전 그분을 평택 안중의 안세치과에서 에바다의 대표이사와 법인 사무국장으로서 처음 만났을 때, 그분은 그 때 이미 지역사회에서 인정받는 40대의 의사였고, 그때 저는 몸뚱이 하나만 가지고 에바다를 정상화시키겠다고 타지에서 굴러 온 20대 청년이었습니다. 자신의 연륜과 경험, 사회적 지위,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내세운다면, 어린 실무책임자 하나쯤 얼마든지 무시해 버릴 수 있는 그런 위치에 계셨지만, 그분은 저를 대할 때 단 한 번도 위에서 내려다보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함께하는 동료의 시선으로 저를 대해 주셨고, 힘들게 투쟁을 이어가는 선생님들과 공대위를 존중하셨습니다. 그분에 앞서 관선 대표이사를 맡았던 분들과는 바로 그 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이 대표이사직을 맡게 되면서부터 선생님들도, 공대위도, 그리고 실무자였던 저도, 위로부터의 어떤 휘둘림 없이 투쟁의 원칙을 지켜나갈 수 있었고, 함께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함께 책임진다는 신뢰 속에서 정상화 투쟁을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늘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만약 다른 사람이 대표이사였다면, 가능했을까?’하는 생각 말입니다.

 

그렇게 진정 양심 있는 의료인이었고 건강한 복지인이었으며, 우리 에바다의 진정한 동료이자 리더였던 그분을, 다시없을 좋은 사람을 황망히 보내며 다시 추모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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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다장애인종합복지관 이승헌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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