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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세 모녀의 삶을 기리며
‘신청’하지 않으면 누릴 수 없는 ‘권리’
진짜 죄송해야 하는 것은 잘못된 복지제도이다
등록일 [ 2014년03월04일 22시36분 ]

서울에 살던 세 모녀가 지난 2월 26일 저녁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대로 12년 전 아버지가 떠난 뒤 이들 모녀는 어머니의 식당 노동과 작은딸의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왔다. 36세, 33세였던 두 딸은 어려운 생활과 지병으로 신용불량자가 되어 있었고, 병원비 부담 때문에 치료조차 포기하고 지내왔다고 한다. 61세 어머니는 지난 1월 팔을 다친 뒤 식당 일조차 하지 못해왔다. 이런 상황에 빠져 있었지만 그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한 최후의 안전망,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왜 이들은 이런 지경에 빠져버린 것일까? 많은 진단이 있으나 확실한 점은 이번 일이 처음은 아니라는 것이다. 2012년 겨울,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되지 못하던 할머니와 손주가 한전의 전류제한 조치로 촛불을 켜고 생활하다 화재로 사망했다.

 

또한 2011년 4월 폐결핵을 앓던 김씨 할머니는 건강보험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병원과 보건소를 오가다 거리에서 객사했다. 김씨 할머니 역시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조차 받지 못하고 있었다. 2010년 10월엔 건설일용직으로 일하던 아버지가 장애가 있는 아들의 병원비를 해결하지 못하고 수급신청을 했다가, 근로능력이 있는 본인 때문에 수급을 못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들이 나 때문에 못 받는 게 있다’며 자살했다.

 

이들 모두 복지제도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근로능력 때문에 마지막 복지조차 거절당한 이들이다. 누군가는 약간의 재산이나 소득 때문에 같은 일을 경험했을지 모른다. 우리는 이렇게 잔인한 사회에 살고 있다. 고인이 된 세 모녀가 남기고 간 짧은 글에는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두 번이나 등장했다. 가난 때문에 생명을 포기한 이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것이 이토록 강한 염치였다는 것이 우리 사회를 여러 번 울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죄송해야 할 것은 세 모녀를 방치한 이 나라의 복지와 사회일 것이다.

 

▲"송파구 3모녀의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 지난 3일 청와대 앞 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신청’하지 않으면 누릴 수 없는 ‘권리’

 

우리나라의 복지 수급권은 ‘신청’을 통해서만 발생한다. 본인이 신청하기 전에는 어떤 상태에 놓인다 해도 누구에게도 책임이 없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권리로서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신청주의는 이를 소극적 권리로 방치하고 있다. 따라서 사각지대에 빠져 있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복지제도에 다가올 수 있도록 안내할 때 법의 권리는 비로소 실현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가장 일선에서 사회복지를 실천하는 읍면동의 사회복지 전담공무원들은 인력부족과 과도한 업무 쏠림 현상 때문에 1인당 수백 명의 수급자를 담당하고 있어, 아웃리치(적극적 현장활동)를 통한 사각지대 발굴이나 현장 조사는 꿈꾸기 힘든 현실이다.

 

더구나 2010년 통합전산망이 도입된 이후 현장조사보다 단순한 공적 자료의 합을 더 우선시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 가장 신뢰받아야 할 복지 당사자인 수급(신청)자와 전담공무원의 판단을 정부는 신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생존권은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이다. 부양의무니 근로능력에 대한 평가에 앞서 국가는 최저생계비 미만 국민에게 기초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복지대상자 ‘발굴’보다 ‘검열’에 힘을 쏟는 제도

 

더 절망스러운 것은 만약 이들 모녀가 수급신청을 했더라도 수급권을 보장받기 어려웠을 거라는 점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모든 국민'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최저생계비)을 '권리'로서 보장한다.

 

세 모녀의 경우, 어머니에게 소득이 있는 경우에는 150만 원으로, 3인 가구 최저생계비 132만 원을 상회하기 때문에 50만 원의 월세를 내고 나면 실제 최저생계비에 미달함에도 기초생활수급을 받을 수 없다.

 

어머니가 일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수급신청을 했더라도 문제점이 있다. 첫째 딸은 당뇨와 고혈압이 심했다지만 병원을 1년째 다니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만성질환을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다. 두 딸 모두 신용불량상태에 놓여 있었지만 이 역시 근로무능력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다친 팔도 일시적인 부상이기 때문에 근로능력이 있다고 볼 것이다. 결국 이들 세 모녀는 아무런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도 (1인당 60만 원 정도를 가정할 때) 총 180만 원의 소득을 정부로부터 추정 당한다.

 

아주 만약,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어머니와 첫째 딸의 근로능력이 없다고 인정받아 수급을 받는다 치더라도 33세 딸이 자활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47만 원 정도의 급여만을 받을 것이다. 이는 50만 원의 월세조차 낼 수 없는 돈이다.

 

과연 이들은 한 달이 넘는 신청 기간, 왜 일하지 않고 수급신청을 하느냐는 시선을 이겨내며 급여를 신청했을까? 어쩌면 이들은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해서 몰랐던 것이 아니라 신청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가난한 이들은 대부분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해서 알고 있다. 이 제도는 ‘집 있고 자식 있으면 못 받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는 대부분 현실이 된다. 송파 세 모녀의 경우에도 만약 상담을 받았다면 ‘딸이 둘이면 안 될 거예요’ 라는 구두 거절을 받을 확률이 적지 않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공공부조는 가난한 이들을 발굴하고 권리를 보장하기보다는 이들 중 누가 더 가난한지, 기준에 어긋난 점은 없는지 검열하는 데 초점이 있어 보인다.


▲지난 3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무엇이 세 모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나' 긴급 좌담회의 모습. 세 모녀의 죽음은 빈약한 사회보장 시스템이 낳은 필연적 사건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가난한 이들을 예비범죄자화하는 박근혜 정부

 

가장 심각한 것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이러한 검열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과제로 이야기하면서 그 1호과제로 부정수급 근절을 들고 있다. 작년 10월부터는 국민권익위원회, 보건복지부, 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부처들은 합동으로 ‘복지부정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 공개 토론방을 개설하는 등, 부정수급에 대한 사회적 여론 형성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1월 신고센터는 100일간 성과라며 100억 원의 복지부정을 적발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들이 낸 성과보고서를 보면, 연간 8조의 예산이 들어가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정수급 발굴 액수는 7천만 원에 불과하다. 전체 부정수급 발굴액 100억 원에 비추어볼 때도 그 액수가 미미하다.

 

실제 ‘복지재정 누수’의 주범은 시설운영장 등 제공기관임에도 아고라 토론방에 오른 ‘국민의견’을 들여다보면 양상이 영 다르다. 아래는 국민권익위가 '복지사업 부정수급 근절을 위한 온라인 정책토론' 결과라며 발표한 국민의견이다.

 

“자식이 잘 나가는 사업가인데 사는 집은 자식 명의로 해두고 국가에서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노인복지연금 받는 사례 엄청 많습니다.”


“우연하게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임대아파트를 몇 곳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들의 호화생활에 깜짝 놀랐습니다. 1년에 1번씩이라도 그들이 사는 모습을 직접 현장 방문하여 조사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공적 영역에 대한 불신은 복지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그중에서도 사회적 약자인 복지수급자에 대한 공격으로 곧잘 드러난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마땅하지만 오히려 이를 이용하고 강화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난한 이들과 복지지원이 필요한 이들이 의심받고 공격받아야 할 대상인가? 복지수급자가 사회적 낭비를 일으킨다는 착시는 복지에 대한 불신, 빈곤문제의 사회적 해결에 대한 합의를 무너뜨리는데 일조한다.

 

급기야 얼마 전 인천에서는 경찰청이 부정수급을 적발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활동보조인과 이용자의 개인정보 2700여 건을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에 요청했다. 이는 명백히 복지 대상자들을 예비 범죄자로 간주하는 행위이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정말 ‘부정수급 색출’인가? 800만 명의 빈곤인구 중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는 14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정부가 말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는 410만 명에 이르고 있는데 정부는 복지확대․사각지대 해소와 부정수급 색출 중 무엇에 중점을 둘 것인가? 우리 사회는 가난하고 약한 사람에게만 유독 철저하고 독한 사회다.

 

▲가혹한 부양의무자 기준에 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의 영정.

부정수급 회초리 든 국가에서 가난한 이들이 죽어간다

 

정부가 부정수급을 잡겠다고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수색에 나선 사이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들은 이렇게 주검이 되었다. 아픈 딸에게 국민건강보험은 제 역할을 못했고, 일할 수 없는 어머니에겐 실업급여조차 없었다. 신용불량자가 되어버린 두 딸에게 ‘일을 통한 복지’는 다른 나라 이야기였으며,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차상위 지원, 긴급지원은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신청했더라도 수급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 우리는 확신할 수 없다.

 

과연 가난한 국민에게 사회안전망이란 존재하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자신의 정책 자료집에 '삶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라는 슬로건을 건 바 있다. 도대체 이들 모녀 삶의 어디에 복지는 있었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책임을 통감해야만 한다.

 

세 모녀는 가난 때문에 죽음을 선택하는 순간에도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을 내고 떠났다. 주변 지인들의 증언으로는 혹여 폐가 될까 남에게 앓는 소리 한번 못하던 이들이었다고 한다. 복지수급의 권리조차 ‘폐 끼치는 일’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를 이들을 생각하면 빈곤층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이 정부에 배신감마저 든다. 자신의 공약과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책임감이 그들에게 있다면 죽어가는 이들을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죄송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떠나야 했던 세 모녀의 죽음 앞에 깊은 분노를 느끼며, 진짜 죄송해야 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이 나라의 잘못된 복지제도와 그것을 방치하는 우리 사회 모든 이들임을 밝힌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빈곤과 차별 없는 곳에서 영면하시길 빈다.

 

* 이 글은 프레시안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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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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