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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의 열망을 담아 존재를 찾아갑시다"
최옥란 열사 등 12명 열사와 활동가들 합동 추모
가난한 이들 죽음 막기 위한 열사 뜻 계승 다짐해
등록일 [ 2014년03월27일 14시33분 ]

 

▲장애해방열사 합동추모제 '기억하라 투쟁으로'가 26일 대한문에서 열렸다.

 

“앞에 계신 이분들은 어둠 속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이 사회에 나라는 사람도, 나와 같은 처지인 사람도 존재한다’라며 빛을 밝히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우리가 이 사회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 나갈 때 열사는 살아날 것이고 우리도 빛을 밝히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 생존하기 위해 펼친 노점 가판을 빼앗아 가는 것이 그들의 존재를 빼앗는 것임을 알렸던 이덕인, 최정환 열사, 가난하기에 죽음으로 저항했던 최옥란 열사, 장애가 있었기에 도움받지 못하고 죽어간 김주영 열사가 바로 우리입니다. 3월 26일을 시작으로 열사의 열망을 담아 우리의 힘으로 존재를 찾아갑시다.” - 장애해방열사_단 박김영희 대표

 

열사들이 밝혀놓은 빛을 따라 스스로 빛이 되고자 하는 추모객 200여 명이 대한문 앞에 모였다.

 

장애해방열사 합동추모제 ‘기억하라 투쟁으로’가 26일 늦은 7시 대한문에서 2014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 장애해방열사_단 주최로 열렸다.

 

이날 추모제 무대 앞에는 김순석, 최정환, 이덕인, 박흥수, 정태수, 최옥란, 이현준, 박기연, 정정수, 박일수, 이인석, 우동민 열사의 영정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영정 앞에 선 12면의 활동가들이 장애해방을 위해 투신한 열사들 앞에 추모글을 올렸다.

 

“‘거리의 턱을 없애주시오’ 외치며 자결하신 당신. 그러나 28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는 힘겹게 넘어야 할 턱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당신이 온몸으로 절규했던 그 턱들은 아직도 이 세상 곳곳에서 우리의 삶을, 생존을 막아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열사의 그 뜨거웠던 저항의 외침을 잊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 김순석 열사 추모글,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김광이 대표 낭독

 

“열사여, 최옥란 열사여. 가난은 당신을 너무나 아프게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 아픔이 당신만의 아픔이 아니라 더 많은 최옥란들의 아픔이라고 우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당신이 떠나고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우리 곁에는 수많은 최옥란들이 있습니다. 당신의 그 아픔과 똑같은 아픔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이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당신이 그들을 품었던 것처럼 이제 가난한 이들의 눈물을 함께 닦기 위한 투쟁의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 최옥란 열사 추모글,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라나 활동가 낭독

 

▲최옥란 열사 추모글을 낭독하는 이라나 활동가.

 

이어 장애인운동에 헌신했던 고 김공대, 이영주, 김주영, 조상배, 지영, 김준혁 활동가와 화재로 목숨을 잃은 고 박지우, 지훈 남매, 시설에서 인권을 유린당하며 살다 돌아가신 고 장성아, 장성희 씨 등을 기리는 영상이 상영되었다. 추모객들은 가난과 장애로 목숨을 잃었던 이들의 삶을 안타까워했다.

 

“어제 아는 분의 딸아이가 하늘로 갔어.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었고 한껏 살아보지 못한 열두 살 나이에. 지영 언니, 여기서 다른 사람들 잔소리하며 챙겼던 것처럼 그곳에서도 그렇게 지내고 있겠지? 어제 간 그 친구도 잘 챙겨줘. 다음 달 16일이면 언니 1주기네. 추모제를 언니가 좋아할 수 있게, 재미있게 만들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언니 다음 달에 보자.” - 너른마당 배미영 활동가, 고 지영 활동가에게 드리는 편지 내용 중

 

“조성배 대표님은 장애인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인 활동보조서비스를 위해 목숨을 걸고 15일 동안 단식을 하셨던 분입니다. 또한 장애인들이 49.5%가 초등학교 이하인 상황에서 야학을 만들어 많은 장애인이 공부하는 행복을 누리고 소통하며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하셨던 분입니다. …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받지 못했던 장애인들을 위하여 살신성인한 모습 보여주신 조성배 대표 모습을 이어받아 장애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한울장애인야학 박정선 교장, 고 조성배 활동가에게 드리는 편지 내용 중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규식 소장은 고 김준혁 활동가의 삶을 돌아보며 “준혁이는 몸이 아프더라도 나뿐만 아니라 중증장애인들 활동보조를 다 해주고 우리가 집에 돌아가는 것까지 다 확인하고 그렇게 했던 친구”라면서 “수술하고 1주일이면 낫는 게 맹장염인데, 준혁이가 맹장이 터진 줄도 모르고 다니다 죽었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이어 송파 세 모녀 자살, 발달장애아 가족 자살 사건 등 가난과 장애 때문에 죽어간 이들에 대한 발언이 이어졌다.

 

빈민해방실천연대 최인기 집행위원장 “자고 일어나면 죽음을 이야기하는 세상, 가난이 넘쳐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라면서 “권력자들은 죽어가는 가난한 사람들더러 나약한 사람이라고 몰아붙이고 있지만, 이들의 죽음은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의 책임이다. 이 자리를 상반기 투쟁을 여는 강고한 연대투쟁의 장으로 만들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장애인부모회 박인용 대표는 “최근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죽음은 그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죽음을 선언 당한 것”이라면서 “발달장애인들은 시설이라는 창살 없는 감옥에서 매 맞아 죽고, 염전에 노예로 팔려가 강제노역하다 죽었다. 원주사랑의 집에서 20년을 갇혀 살다 나온 지 6개월 만에 병마로 운명한 고 장성아 씨는 발달장애인의 운명을 잘 말해주고 있다.”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발달장애인들도 인격이 있는 존재로서 무시당하지 않고 스스로 삶을 결정하길 원한다. 시설에 갇히지 않고 스스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다.”라면서 “여러분께서 발달장애인, 그리고 그 가족들과 함께 걸어갔으면 한다. 우리도 이 세상을 바꾸겠다는 어버이의 마음으로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모 발언 중인 김명운 의장.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연대 김명운 의장은 이덕인 열사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는 열사 부모님의 심정을 전하며 열사들의 투쟁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덕인 열사 부모님께서는 덕인이가 그렇게 고통 속에서 투쟁하며 동지에 대한 애정을 느끼고 투쟁의 결과로 세상이 바뀌는 과정을 보며 행복했겠구나 생각하셨고, 자식이 왜 그 힘든 투쟁을 했는지 나이 먹어서야 알게 되어 부끄럽다고 하셨습니다. … 여러분의 투쟁, 장애해방을 향해서 뚜벅뚜벅 내딛는 발걸음을 내일 이덕인 아버님에게 전달해 드릴 것입니다. 아버님께서는 아마 기쁘게 그 이야기를 들으실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해방의 길, 그 길 하나밖에 없습니다. 죽은 동지들과 함께 투쟁하겠습니다.”

 

이날 합동추모제에는 노동가수 지민주 씨, 장애인 노래패 시선, 몸짓 선언 등이 열사를 기리고 그 뜻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담아 추모공연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무대 앞에 있는 열사 영정 앞에 묵념하고 제단에 분향, 헌화하며 추모제를 마쳤다.

 

한편 420공투단은 이날 제10회 장애인대회와 장애해방열사 합동추모제를 시작으로 △4월 8일~10일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12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농성 600일 투쟁 △19일 420장애인차별철폐 행동의 날, 420장애인차별철폐 좋아요! 문화제 △20일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 결의대회 및 희망의 고속버스 타기 투쟁 △5월 1일 124주년 세계노동절 기념대회 참가 등의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무대 앞에 늘어선 열사 영정. 오른쪽부터 김순석, 최정환, 이덕인, 박흥수, 정태수, 최옥란, 이현준, 박기연, 정정수, 이인석, 박일수, 우동민 열사.

▲묵념하는 추모객들.

▲김순석 열사 추모글을 낭독하는 김광이 대표.

▲활동가 12명이 12명 열사에게 추모글을 낭독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정선 교장이 고 조성배 활동가 추모사 도중에 말문을 잇지 못하고 있다.

▲추모 공연 중인 지민주 씨.

▲추모 발언 중인 박김영희 대표.

▲국화를 들고 영정 앞을 지나는 추모객.

▲헌화하는 추모객들.

▲묵념하는 추모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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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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