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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심사는 소리 없는 사형선고”
전장연, 등급심사 피해자에 대한 긴급지원 촉구
“정부, 등급제 폐지 대안은 등급심사 저울만 바꾸려는 것”
등록일 [ 2014년04월10일 17시54분 ]
▲장애등급제 폐지, 긴급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10일 이른 11시 서울 광진구 소재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 앞에서 열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10일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를 찾아가 장애등급재심사를 받고 등급하락을 겪은 장애인에 대한 긴급지원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정부가 최근 장애등급제 폐지의 대안으로 내놓은 ‘장애종합판정도구’ 개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날 장애심사센터에 민원을 제기하려던 피해 당사자는 송국현(53세, 서울 성동구 거주) 씨와 민병욱(52세, 인천 거주) 씨였다.

 

송 씨의 경우 1986년 사고로 장애를 입었으며, 1990년부터 2013년까지 장애인생활시설에서 거주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시설에서 퇴소해 성동구에 있는 자립생활체험홈에 거주하기 시작했지만, 장애 3급으로 등록되어 있어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고 장애등급재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긴급지원을 받고자 했으나 이 또한 3급이라는 이유로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송 씨는 오른쪽 팔과 다리를 쓰지 못해 일상생활에 타인의 도움이 꼭 필요한 상태였다. 송 씨는 이날 증언에서 "밥통에 쌀을 씻어 통을 들어야 하는데 팔의 힘이 없어 들 수조차 없다. 혼자서는 목욕을 할 수도, 빨래를 할 수도 없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송 씨의 자립을 돕던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후원금 등 자체 예산을 털어 3개월간 하루 20시간의 활동보조인력을 지원하는 식으로 버텨왔다. 그러나 2014년 2월 10일 나온 장애등급재심사 결과는 종전과 같이 뇌병변장애 5급과 언어장애 3급으로, 여전히 활동보조인을 쓸 수 없었다.

 

‘송파 세모녀 사건’으로 구청과 주민센터에서 사각지대 일제조사를 하고 긴급한 복지신청을 받는다기에 송 씨는 주민센터의 문도 두드려 봤다. 그러나 주민센터에서도 조사만 할 뿐 지원할 방법은 없다고 대답했다. 그나마 월 24시간 제공되는 가사간병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해 주기는 했지만, 밤과 주말에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송 씨는 현재 활동보조인 없이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들의 도움으로만 생활을 버텨가고 있다.

 

▲송국현 씨의 장애등급심사 판정 결과 통지서. "치료경과 등을 고려할 때 뇌의 기질적 병변으로 인한 팔다리의 기능저하는 보행과 대부분의 일상생활동작을 타인의 도움 없이 자신이 수행하나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로 뇌병변장애 5급 결정함"이라고 되어 있다.

 

민병욱 씨는 직접적으로 장애등급재심사 때문에 등급하락을 겪은 경우다. 그는 애초 심장장애 3급과 뇌병변장애 2급으로 중복장애 1급 판정을 받았었다. 그러나 2012년 10월에 받은 등급재심사에서 뇌병변장애 5급으로 하락하고 말았다. 활동보조인은 물론 장애인콜택시도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장애인연금과 같은 소득보장의 혜택도 멀어졌다.

민 씨는 이러한 등급하락에 이의신청을 내기도 했지만, 장애심사센터는 '문제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당시 장애심사센터 측은 “민 씨는 근력 등급이 상지 4급, 하지 4급으로 나왔다. 4급이면 못 걸을 이유가 없다.”라며 “또한 진료기록 중 퇴원 요약 기록에 민 씨는 ‘전반적으로 자기 증상에 대한 과장이 심해 정확한 평가가 어렵다’는 기록이 있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민 씨는 보행이 불가능해 전동휠체어를 이용하고 있으며, 좌측 편마비로 인해 오른손만 사용이 가능하다. 그는 현재 요양시설에 거주하고 있지만, 장애 5급으로는 활동보조인,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없어 탈시설은 꿈도 꾸지 못한다. 

 

▲민병욱 씨(좌)와 송국현 씨(우).

 

이날 민원신청에 앞서 이른 11시 장애심사센터 앞에서 '어게인(Again) 2010 장애등급제 폐지, 긴급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은 “2010년 당시 장애등급재심사 때문에 등급하락 피해를 본 사람이 36%에 달했다. 이에 우리는 의학적 기준으로 서비스를 제한하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라는 요구를 하며 4박 5일간 장애심사센터를 점거하고 단식농성을 진행한 적이 있다”라면서 “그러나 정부가 우리에게 돌려준 것은 거짓말과 벌금 폭탄뿐이었고,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약속했던 등급제 폐지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남 정책실장은 또 “정부는 최근 발표한 ‘장애인정책 추진계획’에서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고 했으나, 이에 따르는 예산은 하나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등급제 폐지의 대안으로 제시된 ‘장애종합판정도구’라는 것은 단순히 장애를 측정하는 저울만 바꾸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성토했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길연 대표도 “장애등급심사는 장애인의 몸을 토막 내서 의료적으로만 평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장애인은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장애등급심사는 사실상 소리 없는 사형선고”라고 일갈했다.

 

전장연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피해 당사자 장애인들과 함께 민원을 제기하고 긴급지원을 요구하려 했으나, 경찰 및 장애심사센터 측과 충돌을 빚으며 민원조차 제기하지 못했다. 

 

경찰은 처음부터 장애인이 진입할 수 없도록 건물 출입구를 봉쇄했고 실랑이 끝에 출입구를 확보했으나, 장애심사센터 측은 원래 민원 접수창구가 있는 6층이 아니라 1층에 간이 테이블을 놓고 민원을 받으려 했다.

 

다시 장애인 활동가들의 항의에 6층 장애심사센터 민원실에서 정식으로 접수를 하려고 했으나, 장애심사센터 측은 상담실 공간이 비좁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동행할 활동보조인과 활동가의 수를 제한하려는 태도를 고수했다.

 

이에 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은 “의사소통이 힘든 장애인에게 조력인이 함께하는 것은 당연한데, 이를 가로막는 것은 민원 자체를 받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오늘은 민원 접수를 하지 않고 다시 언론 등을 통해 오늘의 이 문제를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민원 접수를 하지 못하게 되자 민병욱 씨는 장애심사센터 측의 태도에 불만을 표하며 "내가 왜 장애 1급에서 5급으로 떨어졌는지 알 것 같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경찰은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건물 진입을 못하도록 입구를 봉쇄했다.

▲장애심사센터가 원래 민원 접수를 받는 6층이 아니라 1층에 간이 테이블을 놓고 민원을 접수하려 하자,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등급심사 피해 당사자들이 민원을 접수하기 위해 6층까지 올라왔으나, 센터 측이 인원을 제한하려는 태도를 고수하자, 피해 당사자들과 활동가들은 "센터가 민원 접수를 거부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다"라고 항의하며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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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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