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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이 비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김상의 인권이야기]
등록일 [ 2014년04월17일 23시49분 ]

나는 비혼의 삶을 지향하며 사는 중증장애여성이다. 사람들은 내가 비혼을 원해서 살고 있다고 해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나의 신체적인 장애 때문에 비혼이 ‘선택’이 아닌 것처럼 비치는 것 같다. 그럴 때면 비혼은 내 선택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곤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어쩌면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현재 우리나라 결혼제도와 풍습, 비장애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중증장애여성이 결혼을 한다는 것은 보통의 시각으로는 상상하기 힘들다. 결혼이란 제도에서 요구되는 역할에 중증장애여성을 끼어 맞추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시댁이 있으면 며느리 노릇도 해야 하고, 사회적인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지만 아내로서 남편에 대한 돌봄 노동은 암암리 합의된 조건인 것이다.

더욱 우리나라에서 결혼은 당사자만의 조합이 아니라 혈연가족 대 혈연가족이라는 구조를 형성하면서 그 속에 벌어지는 희귀한 일들을 겪어야 하는 상황을 주변 지인들 통해 보곤 한다. 그리고 결혼과 동시에 원하지 않는 혹은 보이지 않는 역할들이 주어지면서 그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며 지내는 기혼 장애여성들을 종종 접한다.

나는 그러한 문제를 굳이 뛰어넘을 생각이 없다. 지금껏 비혼으로 살아오면서 적어도 나의 삶에 기준에선 결혼은 포함하지 않겠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 혈연가족 그늘 밑에서 벗어나 이제야 조금씩 내 삶을 만들어가는 지금, 다시 결혼이라는 형태에 맞춰서 사는 것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에 의한 내가 아닌 온전한 나로서 삶의 주도권과 의지를 갖추고 언제든지 삶의 방향을 스스로 틀 수 있는 상태에 놓여 있기를 원한다. 비록 완전한 자유가 아닐지라도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유를 확장해 나가며 살고 싶다.

맘 맞는 친구들과 여행을 계획하고 관심 있는 분야에 공부도 하고 듣고 싶은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시간적인 자유, 여러 사람과 관계 맺으며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다른 삶을 상상하며 공상할 수 있는 자유… 나는 이러한 자유를 포기할 수 없다. 남들이 보기엔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는 이 자유를 얻기 위해 기나긴 억압된 삶 속에서 살았어야 했다.

그래서 늘 고민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을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중증장애가 있는 몸으로 삶에 변화를 꿈꾸고 실천할지… 지치지 않고 멈추지 않게 이 삶을 꾸려 나갈 수 있을지 항상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 힘들 때도 있다. 내가 원하던 방향대로 안 되거나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때 흔들릴 때도 있다. 솔직히 아직 비혼의 삶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서투른 것이 많다.

 

▲ⓒ인권오름

 

요즘 들어 독신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고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그러한 삶들이 조명된다. 하지만 대부분 경제적인 자원이 풍부한 화려한 싱글 얘기로 채워지거나, 아니면 혼자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며 가정이란 울타리가 얼마나 좋은지 강요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곤 한다. 그러한 연출 뒤편에는 국가 차원에서 경제적인 비용을 줄이며 복지적인 차원에 이득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피로 맺어진 가족의 헌신과 사랑으로 복지 문제를 떠넘기려는 의도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럼에도 지역 단위로 비혼인들이 공동체를 이뤄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지하며 사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나 역시 그런 공동체를 꿈꾸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비장애적인 문화 앞에 결국 함께할 수 없음을 느끼게 된다. 그들과 비혼이란 공통된 분모 말고는 나눌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비혼 장애여성들은 각자 자신의 삶을 지켜내기도 벅차서 무엇을 새롭게 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그 두려움을 깨기엔 없애기 힘든 여러 가지 제약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반면, 현재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기혼 장애여성을 위한 정책들이 얘기되고 있다. 하지만 비혼 장애여성들의 위한 정책 지원들은 관심 밖에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목소리를 낼 생각이다. 앞으로 나는 비혼 장애여성으로 사는 삶이 결코 무엇인가 결여된 외로운 삶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가능성이 내포된 상상이 멈추지 않을 삶이라고 말하고 싶다.

 

 

* 김상 님은 사회적기업 노란들판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글은 인권오름 389호 <벼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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