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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문화제 ‘분홍종이배의 꿈’ , "그가 원한 꿈 함께 하자"
노들음악대, 노동가수 박준 등 추모 공연
문화제 앞서 한방의료활동 '들풀', 정태수상 기금 전달
등록일 [ 2014년04월21일 19시40분 ]

▲장애등급제 피해자 故 송국현 동지 추모문화제 ‘분홍종이배의 꿈’이 19일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렸다.

 

“장애등급제 나쁘자나! 나쁘자나! 부양의무제 나쁘자나! 나쁘자나! … 저기 저 하늘에는 등급제 없지예? 송국현 동지 하늘 갔지예? 이 땅에도 등급제 없애야겠지예? 함께합시다, 여러분!” - 야마가타 트윅스터

 

지난 17일 세상을 떠난 송국현(53, 중복장애 3급) 씨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가운데,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는 이들이 다시는 이러한 죽음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뜻을 한데 모았다.

 

장애등급제 피해자 故 송국현 동지 추모문화제 ‘분홍종이배의 꿈’이 19일 늦은 7시 마로니에공원에서 장애등급제 피해자 故 송국현 동지 장례위원회(아래 송국현장례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임영희 활동가는 “송국현 동지는 사고가 났을 때 홀로 대피할 수도 없는 몸이었으나, 정부는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며 3등급이라고 판정했다”라며 “문화제에서 송국현 동지를 추모하며 다시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는 마음을 모으고자 한다”라고 추모문화제의 취지를 밝혔다.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은 “요즘 마음이 너무 아픈 죽음들을 많이 보고 있다. 돌아가신 모든 분이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기를 바란다.”라며 “이 땅에 소외되고 차별받고 탄압받아 죽음으로 내몰리는 민중의 희망을 위해 연대하고, 그로 인해 사회적 제도와 편견과 차별에 희생당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투쟁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노들음악대가 연주하는 모습.

 

이날 문화제는 노들음악대, 야마가타 트윅스터, 평화의나무 합창단, 가수 손병휘 씨, 노동가수 박준 씨, 허클베리 핀 등의 노래공연과 정희성 시인의 시 낭독, 행위예술가 강성국 씨의 몸짓으로 구성됐다. 문화제 중간에 故 송국현 씨 추모영상이 상영되고, 고인과 동료였던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성동센터) 활동가들이 고인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평화의나무 합창단은 “돌아가신 분들이 우리에게 빛이 되어 바람이 되어 지켜주겠다는 바람을 담은 노래를 부르려고 한다”라며 “돌아가신 분들의 뜻을 기억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라는 나쁜 제도가 철폐될 수 있도록 시민 합창단도 끝까지 함께하겠다”라고 밝혔다.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로 자유롭게 날고 있죠.
- 임형주 글, 외국곡, 평화의나무 합창단 노래, ‘천개의 바람이 되어’ 중에서


누군가, 누군가 보지 않아도, 나는 이 길을 걸어가지요.
가끔, 가끔은 힘이 들어도, 한발 한발씩 걸어가지요.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어도, 사람의 마을에 불빛 하나 있다면.
언제나, 언제나 처음처럼, 묵묵히, 묵묵히 걸어가지요.
나란히, 나란히 가지 않아도, 우리는 함께 가는 거지요.
- 손병휘 글·곡·노래, ‘나란히 나란히 가지 않아도’ 중에서

 

이날 추모문화제에서는 '뽕짝'도 들렸다. 생전에 ‘아파트’라는 노래를 좋아했던 송 씨에게 바치는 추모곡이었다.

 

노동가수 박준 씨는 “죽어간 동지들 추모하러 모란공원도 많이 다니곤 한다. 그때마다 생전에 동지가 좋아하는 노래가 있으면 그걸 부르는 것이 추모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살다 살다 개 같은 꼴 한두 번이냐
해고노동자 시설 장애인 비정규직 설운 인생아
흘러~ 흘러~ 개 엿 같은 세상도 흘러
장애인 잘 사는 그런 세상은 꿈속에 일렁거리나
- 김호철 글·곡, 박준 노래, ‘흘러’ 중에서(일부 개사)


▲평화의나무 합창단이 '천 개의 바람이 되어', 그날이 오면' 등을 부르고 있다.

 

이어 정희성 시인은 “광화문에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운동을 벌써 600일째 해왔다고 하는데 그걸 부끄럽게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동안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이 문제를 장애인 당신들의 문제니까 해결하라고 맡겨둘 수는 없다. 우리가 모두 어떻게 힘을 받을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보자.”라고 전하며 ‘숲’을 낭독했다.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 정희성, ‘숲’ 중에서

 

이어 고인의 자립생활을 돕던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들이 고인이 못다 이룬 꿈을 전하며, 그 꿈을 문화제 참가자들이 함께 이뤘으면 한다고 밝혔다.

 

“형네 집에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가는 길에, 제일 먼저 가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물었습니다. 바다에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정말 바다를 함께 가게 될 줄 알았는데 너무나 아쉽습니다. 여러분의 힘으로 바다로 가고 싶어 했던 형의 꿈을 실현해 주십시오.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자립생활 하려고 시설에서 나올 텐데, 그 사람들과 형이 간절히 원했던 꿈을 함께하기 위해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 성동센터 김희정 활동가

 

“4월 10일, 본인의 어려운 사정을 알리는 기자회견 끝나고 같이 여의도로 갔습니다. 찬란한 봄, 벚꽃을 보며 형은 너무나도 좋아했습니다. 이제 또다시 봄이 올 건데 봄이 오면 형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형과 나란히 걸을 수는 없지만, 장애등급제 폐지해서 형에게 이 소식 알려주면서 형과 함께 봄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지금 서울대학병원 영안실에 형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 죽음에 대해 책임을 지고 반드시 진심 어린 사과와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형을 보내드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송국현 동지 장례위원으로 함께해주어서 반드시 책임 있는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내고 대안을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 성동센터 정동은 활동가

 

▲박준 씨, 김호철 씨,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장애해방가를 부르고 있다.

 

이어 박준 씨, 노동가요 작곡가 김호철 씨,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이 나와 장애해방가를 부르며 ‘분홍종이배의 꿈’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추모문화제에 앞서 중증장애인 독립진료소 활동 등을 진행해온 한방의료활동 '들풀'이 기금 1000만 원을 장애해방운동가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아래 정태수추사)에 '정태수상' 기금으로 전달했다.

 

한방의료활동 들풀 최호성 운영위원은 “들풀은 없어지지만, 장애인의 인권과 투쟁을 힘 있게 하도록 남은 재정을 모아 전달하게 됐다”라며 “들풀 활동은 정리했지만 들풀의 한의사들은 전장연과 활동하겠다. 장애인권 뿐 아니라 인권의료라는 모습으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달 취지를 밝혔다.

 

이에 정태수추사 김병태 회장은 “정태수상 기금이 바닥이 나서 주점이라도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때마침 들풀에서 이렇게 고맙게도 기금을 전달해주셨다”라며 “정태수추사는 장애인들이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끝까지 힘쓰겠다. 이 기금으로 더 많은 분을 모아 그간 못해온 사업을 벌일 것”이라고 답했다.

 

▲문화제에 앞서 한방의료활동 들풀이 정태수추사에 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몸짓공연하는 강성국 씨.

▲공연하는 야마가타 트윅스터.

▲공연하는 손병휘 씨.

▲故 송국현 씨 영정을 앞에 두고 공연하는 박준 씨.

▲시를 낭독하는 정희성 시인.

▲성동센터 활동가들이 발언하고 있다.

▲공연하는 허클베리 핀.

▲문화제가 끝나고 만세 삼창하는 참가자들.

▲마로니에공원에 걸린 현수막. '장애등급제가 송국현을 죽였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과하라!!',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마로니에공원에 마련된 故 송국현 씨 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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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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