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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송국현 씨 장례, 26일 만에 엄수
“이제는 울지 말고 함께 싸워 장애등급제 폐지하자”
화장 후 서울시립승화원 추모의집에 안치
등록일 [ 2014년05월12일 21시36분 ]

▲12일 이른 11시 서울광장에서 故송국현 씨의 장례가 엄수되었다. 송 씨가 화재로 사망한 지 26일 만이다.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 씨의 장례가 12일 이른 11시 400여 명의 활동가 등이 모인 가운데 서울광장에서 엄수됐다. 지난달 17일 송 씨가 사망하고 26일 만이다.

 

활동보조인 없이 집에 홀로 있다가 일어난 화재로 송 씨가 사망한 이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은 그동안 문형표 복지부 장관의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1인 시위, 촛불집회 등을 이어온 바 있다.

 

이에 지난 9일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만난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송 씨 사망에 대해 “정책적 사안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면서 끝내 ‘깊은 유감’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단지 올해 내로 장애인 활동지원 신청자격 확대,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장례식에서 장애해방열사_단 박김영희 대표는 “복지부 장관의 사과를 받아내야만 제2, 제3의 송국현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빈소의 꽃이 다 시들어버리는 동안에도 사과를 받지 못했다. 국현 씨에게 미안하다”라면서도 “그러나 더 이상 당신을 그 차가운 영안실에 둘 수가 없었다. 우리에게 사과를 받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라고 밝혔다.

 

박김 대표는 “우리가 26일간 장례를 연기해 가면서까지 요구했던 것은 송국현 씨 같은 중증장애인도 따뜻한 봄빛을 나누며 살아가도록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을 보장하라는, 너무나 소박한 꿈이었다”라면서 “이제 그를 떠나보내지만, 고인이 꾸었던 꿈을 우리가 반드시 이루겠다는 다짐만은 저버리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장례식에는 400여 명의 지인과 활동가들이 모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은 “활동지원제도가 도입된 지 벌써 10년이나 되었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권 들어서면서 등급재심사가 강화되어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장애가 없는 사람으로 둔갑하는 상황들이 벌어졌다”라면서 “송 씨의 죽음은 명백히 이런 등급재심사로 인해 벌어진 필연적 타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 송국현 씨를 추모하는 시가 낭송되자 조용히 장례를 지켜보던 참가자들은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국현 동지
우리는 아직 보내 드릴 준비가 덜 되었어요

 

야만스런 세상에서
당신의 언덕이 되었어야 할
가족이 밀어내고
이눔의 국가에 거부당했는데

 

당신은 외치고픈 말을 다하지 못한 채
하고픈 걸 다하지 못한 채
뜨거운 불길 속에서
당신이 붙잡을 수 있는 끈 하나 없이
가는 길마저 두려움과 고통이었을
그 삶의 무게에 비통하고 비통합니다.

 

(…)

 

잔인한 4월의 바람 속에 길 떠나야 할
국현 동지.

 

우리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사람입니다.
누구도 감히 당신을 한줌 먼지로
쉬이, 흔적없이 지워버릴 자격은 없습니다.

 

(…)

 

마지막 가는 길은
당신이 사람으로서의 예를
다 받을 수 있도록
애통한 마음들이 촛불을 밝힙니다.

 

언제라도
4월의 바람으로 다시 오십시오.
우리에게.
언제라도. 4월의 바람으로 우리에게

 

- 김광이, "믿을 수 없는 송국현 동지의 부음을 접하며" 中

 

▲故송국현 씨의 지인들이 쓴 추모글을 낭독하고 있는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장례식 마지막 발언에서 “광화문 농성장에 영정 하나가 더 늘어났다. 동네 슈퍼마켓 가서 물건 사고, 야학에 가서 공부하겠다는 송국현의 소박한 꿈마저도 짓밟은 이 잔인한 국가를 용서하지 말자”라며 “더 이상 울지 말고 함께 싸우자. 반드시 장애등급제를 폐지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시청 앞 서울광장 장례식은 늦은 1시경 참가자들이 고인의 운구 앞에 헌화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어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해 이동했고, 고인의 영정은 광화문역의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농성장에 잠시 머물기도 했다. 이후 벽제 화장터로 옮겨진 유골은 화장 후 늦은 5시경 서울시립승화원 추모의집에 안치됐다.

 

한편,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송국현 동지 장례위원회’와 지난 3월 26일 전국장애인대회를 시작으로 활동해 온 ‘2014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이날 장례식을 마지막으로 공식 해산했다. 그러나 이에 참여했던 단체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복지부 장관의 사과와 장애등급제 폐지 및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을 요구해 나갈 계획이다.

 

▲장례식 제단 앞으로 옮겨지고 있는 운구.

▲故송국현 씨의 운구 앞에서 울고 있는 활동가들.

▲경찰이 차량에서 운구를 꺼내려는 것을 저지하려 하자 참가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행진하고 있는 장례식 참가자들. 故송국현 씨의 영정이 맨 앞에서 이동하고 있다.

▲행진하는 대열.

▲"송국현 동지를 죽인 장애등급제 폐지하라. 하루 24시간 활동지원과 탈시설권리를 보장하라"

▲광화문광장에서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진영 소장의 추모글을 낭독하고 있다.

▲광화문 농성장에 줄지어 놓인 영정들에 故송국현 씨의 영정이 더해졌다.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이 광화문광장에서 버스를 타고 벽제 화장터로 이동하려는 활동가들을 경찰이 횡단보도 앞에서 가로막아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고인의 영정이 그가 함께 활동했던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농성장 서명 테이블에 잠시 놓였다.
▲고 송국현씨의 유골이 화장되는 동안 활동가들이 기다리는 모습.
▲서울시립승화원 추모의 집에 안치된 고인의 유골함에 동료 활동가들의 추모편지 등이 함께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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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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