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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야학은 왜 ‘무상급식’ 안 되나
노들야학 4월부터 급식 시작했으나 매달 300만 원 ‘적자’
“밥값 3000원 부담스러워” 여전히 밥 굶는 장애인야학 학생들
등록일 [ 2014년06월27일 20시41분 ]

▲지난 4월 1일, 노들장애인야학에선 급식이 시작됐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가 대부분인 중증장애인 학생들에게 급식비 3000원은 큰 부담이다. 급식이 시작됐지만 급식비가 없어 여전히 밥 먹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밥 먹었어?”

 

이 흔한 안부 인사가 ‘안부 인사’가 아닌 곳이 있다. 입에 밥 넣는 게 그곳에선 많이 죄스럽다. 음식 냄새 풍기지 않기 위해 눈치 보는 곳이다. 누구는 포만감을 느끼기 위해 콜라와 라면을 같이 먹었고, 누구는 매끼 라면, 라면, 라면의 연속이고, 누구는 그조차도 부러웠다. 이런 곳에서 누가 감히 밥을 편히 먹겠는가. 서울 동숭동에 있는 노들장애인야학(아래 노들야학) 이야기다.

 

노들야학은 학령기 때 교육받지 못한 장애성인들이 공부하는 곳이다. 기본적인 한글 문해, 산수, 과학, 사회에서부터 음악대, 연극, 미술 등 특활수업이 있다. 월, 화, 목, 금요일 일주일에 4일, 저녁 6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수업이 진행된다. 1993년 개교한 야학은 현재 학생 60여 명에 교사는 25명가량 된다. 교사 대부분은 자원활동가이다. 

 

노들야학은 중증장애인이 학생의 대다수를 이룬다. 2000년대 들어 탈시설 운동이 시작되면서부터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나온 이들이 부쩍 늘었다. 이들 대부분은 노동이 불가능한 최중증장애인으로 기초생활수급자다. 현재 1인 기준 수급비는 48만 8000원. 이 돈으로는 한 달 살기도 빠듯하다. 돈이 없으니 학생 중엔 하루에 한 끼만 먹거나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활동보조 시간 부족으로 밥 먹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자립생활하는 중증장애인의 일상을 지원하기 위해 2007년부터 활동보조제도가 시행되었으나 장애등급으로, 등급 안에서도 점수로 이용 시간이 제한되고 있다.

 

그렇게 밥 먹지 못한 이들이 모여 공부하는 곳, 노들야학. 그리고 이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교사들이 있다. 시설에서 나와도 딱히 갈(수 있는) 곳 없는 학생들은 낮부터 야학에 와 있었고 점심도, 저녁도 먹지 못한 채 수업에 들어왔다. 이런 상황이니 교사들도 밥 먹는 게 편치 않다. 그래서 수년의 고민 끝에 노들야학은 올해 4월 1일, 거짓말처럼 급식을 시작했다. 돈이 있어서 시작한 건 아니었다. 더는 미룰 수 없어서다. 현재 매달 약 300만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장애인거주시설에 있던 학생들 대부분은 시설에서 늘 ‘쓰레기’ 같은 밥만 먹었어요. 돈도 없고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식당도 없죠. 식사 보조해줄 사람도 없으니 하루 한 끼도 겨우 먹는 거예요. 그래서 야학에 와서 먹는 급식 한 끼가 정말 중요해요. 급식 시작하면서 적자가 나더라도 질은 떨어뜨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현재는 한계에 부딪혔죠.”

 

26일, 서울시청 앞 노들야학 현장수업에서 만난 허신행 사무국장의 말이다.

 

▲수업이 있는 저녁, 노들야학에서 학생들과 활동보조, 교사들이 함께 식사하고 있다.

 

# 한 달 용돈 2만 3000원, 급식 한 끼 3000원, “급식해도 못 먹어”

 

노들 급식은 점심, 저녁 하루 두 번 제공되며 한 끼에 3000원이다. 시중 밥값을 생각하면 저렴한 편이지만 학생들에겐 이마저도 부담스럽다.

 

“매번 근처 식당에서 시켜 드시던 분들은 급식으로 잘 흡수됐는데 밥값 3000원이 누군가에겐 부담스러운 돈이죠. 식당을 배회하며 못 드시는 분이 있어요. 활동보조가 있는 분들은 혼자 먹을 수 없으니, 활동보조 식비 문제도 있고. 돈 문제죠. 그러니 밥값을 빨리 낮추는 게 목표에요.” 

 

노들야학 상근자인 김유미 교사의 말이다. 학생들과 낮부터 저녁까지 함께 있는 김 교사에게 학생들의 밥 문제는 그에게도 ‘일상의 문제’다. 식사 못 하는 학생들을 앞에 두고 밥 먹어야 하는 그 속이 편할 리 없다. 그래서 급식을 시작했으나 밥값 문제가 남아 있다. 최소한의 밥값만 받고 있지만 여전히 소외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이준수 씨의 한 달 용돈은 2만 3000원이다. 그는 낮부터 야학에 와 있지만 급식비 3000원이 부담스러워 급식을 먹지 못한다.

노들야학에서 초등과정을 공부하는 김이준수 씨(35세, 지체장애 2급)는 2007년부터 노들에 다녔다. 그는 늘 낮부터 노들에 있지만 급식은 먹지 않는다.

 

“하루에 한 끼만 먹어요. 집에서 먹고 와요. 한 달 용돈이 2만 3000원인데 하루 3000원 급식을 매일 사 먹는 건 부담스럽죠. 부담이 확 돼요. 무상급식하면 좋겠어요.”

 

서울시는 올해 3월 제도권 밖 대안학교에도 무상급식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노들야학에서 급식을 시작한 지 보름 정도 지난 4월 중순, 박원순 서울시장이 노들야학을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김유미 교사는 “노들도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면 좋겠다”라고 제안했고, 박 시장은 “확인 후 말씀드리겠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 뒤 연락은 없었다.

 

확인 결과 서울시 장애인복지과는 평생교육과에, 평생교육과는 장애인복지과에 서로의 책임을 미루고 있었다. 평생교육과에선 5월 말까지 답을 준다고 했으나 최근까지도 ‘논의 중’이라는 대답만을 들을 수 있었다.

 

노들야학이 4월 말 서울시에 보낸 요구안을 보면 인건비, 음식재료비, 가스비, 수도비 등을 포함해서 한 달에 급식 비용으로 약 천만 원가량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렇게 무리해서라도 급식을 강행하는 이유는 뭘까. 급식 시행 두 달째, 그 변화는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노들야학 학생 김태일 씨(40세, 언어장애 4급)는 그전엔 하루에 한 끼만 먹었다. 그마저도 대부분 라면이었다. 그러나 노들 급식이 시작되면서 야학에 오는 날에는 점심, 저녁 하루 두 끼씩을 꼭 챙겨 먹는다. 무엇보다 노들의 식단은 밥과 국, 그리고 3~4가지 이상의 반찬이 나온다. 라면을 주식으로 삼던 때의 영양 상태와는 비교할 수 없다.

 

“급식 시작하면서 밥 더 잘 챙겨 먹어요. 밥 잘 먹으면 몸에 기운 있어서 공부도 더 잘 되고 좋죠. 전엔 몸에 기운이 없어 공부도 안됐어요. 그런데 한 끼에 3000원씩 내는 게 부담스러워요. 무상급식 되면 더 편할 것 같아요.”

 

김호식 씨(42세, 뇌병변장애 1급)는 ‘귀찮아서’ 밥을 잘 챙겨 먹지 않았다. 활동보조 식비도 그에겐 눈치 보이는 것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 역시 노들 급식이 시작된 뒤엔 “그전보다 잘 챙겨 먹게 됐다”라고 했다. 

 

▲26일, 노들야학은 서울시청 앞에서 현장수업과 함께 ‘밥 콘서트’를 열었다. 이들은 노들야학에도 무상급식을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다. 노들음악대가 연주하는 모습.

 

# 노들야학, 학령기 빼앗긴 중증장애인들이 다니는 ‘엄연한 학교’ 

 

노들야학 학생 20여 명과 교사 10여 명은 26일 늦은 5시 서울시청 앞에서 현장수업과 함께 ‘밥 콘서트’를 열었다. 이들은 “밥 먹고 싶다”라며 “노들에도 친환경 무상급식을 제공해달라” 외쳤다. 현장수업에선 중증장애인 학생들로 이뤄진 노들음악대가 연주하고, 곧이어 미술반 학생들이 천에 크레파스로 자신에게 갖는 밥의 의미를 그림으로 그렸다.

 

목우경 씨(51세, 뇌병변장애 1급)는 “밥은 희망이다”라며 공깃밥 그림 위에 노란별을 그렸다. 목 씨는 “고기를 좋아하는데 노들야학엔 고기반찬이 자주 나와서 좋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 역시 “급식비 3000원은 부담스럽다”라며 “매번 많이 주저된다”라고 했다.

 

4월 말 노들야학이 서울시에 보낸 요구안에는 이러한 내용도 적혀 있다.

 

“무엇보다 노들장애인야학은 그동안 제도권에서 응당 받았어야 할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주변부로 밀려났던 장애인들을 위한 엄연한 학교임. 학령기 아동이 다니는 대안학교에서 무상급식이 이루어진다면 학령기를 빼앗겼던 성인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무상급식이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함.”

 

장애성인 중 절반 이상이 초등학교 이하의 학력으로 살아가고 오늘날에도 중증장애인 대부분은 정규교육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 성인이 되어 공부하고 싶어도 공부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장애인야학은 이들이 찾아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유일한 곳 중 하나다.

 

힘겹게 학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허기는 채워지지 않는다. 여전히 배곯은 채 공부를 이어간다. 무상급식은 보편복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서울시민들은 이에 대한 응답으로 박원순 시장을 택했고 무상급식 대상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차별로 학령기 때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장애인들은 여기서도 배제되고 있다. 

 

노들야학 박경석 교장은 “장애인들이 학령기 때 교육받지 못한 것은 사회가, 지자체가, 정부가 책임지지 않아서이다. 왜 우리끼리 서로 눈치 보면서 불편해야 하나.”라고 되물으며 “노들에 오는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돈 걱정하지 않고 좋은 반찬에 좋은 쌀에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 그게 인권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노들야학은 서울시 장애인복지과와 면담을 했다. 그 자리에서 장애인복지과는 “앞으로 장애인복지과가 담당해 고민해나가겠다”라며 “7월 초에 이에 대한 답변을 주겠다”라고 밝혔다.

 

노들야학은 ‘무상급식이 실현되는 날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서울시청 앞에서 현장수업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장애인야학에도 ‘친환경 무상급식’이 실현될 수 있을까. 장애인에겐 밥도, 공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노들야학에서 평화롭게, 눈치 보지 않고 밥 먹고 싶다는 염원을 담은 퍼포먼스. “밥 먹다 걸렸다.”

▲노들장애인야학이 무상급식을 요구하며 26일 서울시청 앞에서 현장수업과 함께 ‘밥 콘서트’를 열었다. 이들은 무상급식이 실현되는 날까지 매주 목요일 서울시청 앞에서 현장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술반 현장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노들야학 학생 목우경 씨(51세, 뇌병변장애 1급)가 “밥은 희망이다”라며 공깃밥 그림 위에 노란별을 그리고 있다.
▲노들장애인야학이 무상급식을 요구하며 26일 서울시청 앞에서 현장수업과 함께 ‘밥 콘서트’를 열었다. 이들은 무상급식이 실현되는 날까지 매주 목요일 서울시청 앞에서 현장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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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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