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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지하철 타기 겁나는 이유는?
2014 장애인 이동권③ - 불안불안 서울지하철 현장, 직접 가다
목숨걸고 타는 리프트, 승강장과 열차 사이 단차 문제 등 여전
등록일 [ 2014년09월27일 00시19분 ]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사고 이후 장애인들은 거리에서 '이동권 쟁취'를 외쳐왔습니다. 이에 따라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생기고, 저상버스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장애인 이동권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듯합니다. 몇 시간씩 기다려도 오지 않는 저상버스와 장애인콜택시. 안전을 위협하는 장애인 리프트와 지하철 승강장의 단차 등은 오늘날 장애인 이동권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비마이너는 '2014 장애인 이동권 실태 보고서'를 통해 장애인이 이동할 권리는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봅니다. 또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어떤 것들이 더 필요한지도 함께 짚어봅니다. _ 편집자 주 

 

지난 23일, 약 20여 명의 장애인들이 5호선 광화문역 지하 승강장에 모여들었다. 이들 중 한 명은 리프트에 탑승해 쇠사슬을 걸었고, 다른 이들은 계단 쪽으로 모여들어 리프트를 에워싼 채 피켓을 들었다. 그들의 요구는 단 하나, 위험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는 리프트가 아니라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달라는 것.


이들의 요구는 “안전한 광화문역 만들어요”라는 한 마디에 모두 집약되어 있다. 많은 이들이 가끔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지하철 선로 이탈이나 충돌 사고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이처럼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느끼는 지하철 안전에 대한 두려움은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 장애인들이 느끼는 지하철에 대한 불안함은 대형 사고들처럼 ‘가끔’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불안은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그들 일상의 뒷 꽁무니를 매일같이 따라다닌다. 이들은 비장애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치는 지하철의 소소한 문제들 때문에 하루를 망치고 예상치 못하게 시간을 허비하며 불안에 떨어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렇다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서울 지하철 중 어느 역을 가장 불편하고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을까? 이에 비마이너가 장애인 당사자들이 꼽는 ‘문제의 지하철 역사’를 집적 찾아가 살펴봤다. 물론, 방문한 역들 외에도 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곳이 있겠지만, 다른 역의 문제들도 아래에서 소개되는 사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판단해 이처럼 정리했다.


전반적인 지하철 이동권 상황에 대한 조언과 동행 취재에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강민 사무총장이 함께 했으며,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현 소장과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라나 활동가도 취재에 도움을 줬다.


1. 신길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 휠체어용 리프트, 얼마나 걸리나 봤더니...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5호선 환승구간에서 리프트를 타고 올라오는 모습. 곡선 구간이어서 일반 승객과 충돌할 위험도 크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지하철을 탈 때 가장 불만을 제기하는 리프트. 리프트 문제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갑자기 멈춰서고,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불안함에 있다. 실제로 리프트 추락사고가 빈발해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으니, 장애인 당사자들이 리프트를 두고 편의시설이 아니라 ‘살인기계’라고 부르는 것도 과장은 아니다.


물론 사고 없이 리프트를 타는 날이라도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리프트는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느릿느릿 오래 걸리는 리프트의 문제점은 환승구간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데, 비장애인의 경우 에스컬레이터 등을 타고 길게 잡아도 5분이면 이동할 수 있는 환승구간을, 리프트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장애인은 20분 가까이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


최강민 사무총장과 함께 가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도 5호선에서 4호선으로 환승 시 리프트를 이용하기 위해 직원을 호출하는 데서부터 직원이 도착해 리프트에 탑승하고 마지막 내리기까지 총 16분 가까이 걸렸다. 또한, 신길역 1호선에서 5호선 환승 시 리프트 이용에 걸린 시간도 13분이 넘게 걸렸다.


리프트를 타고 있는 동안에만도 이 정도가 걸리니 환승통로에서 이동하는 시간과 다음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대략 20분 이상을 환승하는데 허비하게 되는 것이다.


리프트가 단지 그것을 이용하는 장애인 당사자에게만 불편을 주는 것은 아니다. 곡선으로 된 환승구간에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경우 리프트가 올라오고(또는 내려오고) 있는 줄 모르고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는 사람들이 리프트에 부딪혀 사고가 날 위험이 많다. 특히나 요즘 지하철 승객들이 스마트폰을 보며 이동하는 일이 많은 상황에서 이런 사고의 위험은 더욱 높아져 있다.


이러한 불편 때문에 리프트를 철거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는 요구가 높지만, 지금까지 당국의 주된 대답은 ‘지하철 구조상 설치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고 리프트를 운행하고 있는 역사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관할하는 5~8호선의 경우) 38개나 된다. 그나마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경우 엘리베이터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현재 통신케이블 연결 작업 등을 진행중에 있다고 역 관계자는 밝혔다.


그러나 신길역을 비롯해 많은 역에는 아직 공사 소식이 없다. 이에 대해 최강민 사무총장은 “구조상 안된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고, 여의나루역에 설치되어 있는 것처럼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라고 지적했다.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여의나루역.


2. 신도림역 : 엘리베이터 공사한다고 리프트는 없앤다?


불안한 리프트의 문제로 장애인들의 원성을 샀던 대표적인 역으로는 신도림역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신도림역이 2호선에서 환승통로로 나가는 구간에 대해서는 엘리베이터 설치를 완료했고, 1호선의 엘리베이터도 현재 공사가 진행중이어서 내년 1월 중 공사완료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공사를 하는 도중의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인데, 신도림역은 1호선 쪽 엘리베이터 공사를 하면서 인천방향 출구 쪽에 설치되어 있던 리프트는 철거한 것이다.


역 관계자에게 인천방향 지하철을 타고 신도림역에서 내린 장애인이 밖으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으나, 돌아온 것은 다른 역까지 더 갔다가 돌아와서 신도림역 반대방향으로 돌아와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라는 답변 뿐이었다.


엘리베이터 공사를 한다는 것은 물론 반가운 일이지만, 공사를 하는 동안 장애인이 이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을 제거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보여진다.


3. 영등포구청역 : 휠체어타고 높이뛰기?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다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막상 승강장에 내려와서도 겪게 되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높이 차이 문제이다.


영등포구청역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영등포구청역의 문래방향 승강장의 승강장-열차사이 높이 차이가 대략 13cm가량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바퀴가 큰 전동휠체어라면 크게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앞바퀴가 작은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의 경우 그냥 보통 속도로 타려고 해서는 턱에 걸려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턱 앞에서 누군가가 앞바퀴를 들어올려 주거나, 그도 아니면 승강장 문으로부터 조금 떨어져서 빠른 속도로 문을 향해 질주해 턱을 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본의 아니게 열차 안에 있는 승객과 부딪히는 일이 벌어지기도 쉽다.

 

▲영등포구청역 문래역 방향으로 휠체어가 탑승하는 모습. 승강장과 열차 간의 높이 차이로 앞바퀴가 걸려 넘어서기 힘들어 하고 있다.

▲13cm 가량되는 영등포구청역 승강장의 승강장-열차 사이 높이.


4. 성신여대입구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 지하철 승강장에 또랑이 있다?


높이 차이 문제는 어찌보면 큰 문제가 아닐수도 있다. 승강장 단차 간격 문제와 비교하면 말이다.


사실 적지 않은 역 승강장이 어린아이 발 하나는 쑥 빠질 만큼 넓은 단차 간격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이다.


성신여대입구역의 경우 이미 지난해 4월 한 시각장애 여성이 승강장과 열차 사이 틈에 발이 빠지는 사고를 겪어 장애인계가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등을 벌이기도 했었다. 당시 장애인계는 자동안전발판 설치를 요구했지만, 지하철 당국은 예산 등의 이유를 대며 설치를 회피해 왔다.


대신 성신여대입구역 측에서 그나마 제시하고 있는 대안이라는 것이 역무원을 전화로 호출하면 이동식 발판을 대준다는 것인데, 이 또한 매번 역무원을 부르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거니와 혼자서 전화통화가 힘든 중증뇌병변 장애인에게는 이것조차 큰 장벽이 된다.


장애인계가 문제제기 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성신여대입구역의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동행한 최강민 사무총장은 휠체어 구입 시 옵션을 추가해서 그나마 앞바퀴가 상당히 큰 편(지름 25cm)인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탑승과정에서 앞바퀴가 그대로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끼어버리고 말았다.

 

▲성신여대입구역에서 길음 방면으로 탑승하는 장면. 앞바퀴 지름이 25cm나 되지만 그대로 빠져버리고 말았다.

▲성인 남자 손 한뼘 정도나 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승강장 단차 간격.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경우도 비슷했다. 이 역 하행선 방향 승강장에서 가장 단차 간격이 넓은 곳은 약 19cm에 달했는데, 성인 남자 손 한뼘 너비 정도가 되는 수준이다.


최강민 사무총장은 “예전에 (어떤 역이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지하철을 타려다가 앞바퀴가 빠진 상태에서 당황해서 조종간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휠체어가 한쪽으로 돌아버려서 뒷바퀴까지 같이 빠져버리는 일도 있었다”며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 일부러 돈을 더 주고 앞바퀴가 큰 휠체어를 사야 했고, 그것만으로도 안심할 수 없어 양쪽 앞바퀴가 동시에 빠지지 않도록 대각선을 탑승하는 ‘기교’를 부려야만 한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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