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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버스정류장 두고, 먼 지하철 역으로 가는 이유?
2014 장애인 이동권④ - 시내버스 이동권, 아직도 갈 길 멀다
낮은 지선 저상버스 도입률, 안전 등 총체적 문제 있어
등록일 [ 2014년10월02일 23시54분 ]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사고 이후 장애인들은 거리에서 '이동권 쟁취'를 외쳐왔습니다. 이에 따라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생기고, 저상버스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장애인 이동권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듯합니다. 몇 시간씩 기다려도 오지 않는 저상버스와 장애인콜택시. 안전을 위협하는 장애인 리프트와 지하철 승강장의 단차 등은 오늘날 장애인 이동권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비마이너는 '2014 장애인 이동권 실태 보고서'를 통해 장애인이 이동할 권리는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봅니다. 또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어떤 것들이 더 필요한지도 함께 짚어봅니다. _ 편집자 주  

 

2004년 12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되어 저상버스 도입이 본격화 된지도 이제 10년이 다 되어 간다. 2000년대 초반부터 장애인들은 “장애인도 버스 타고 싶다”며 활발한 이동권 투쟁이 낳은 결실이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오늘에도 장애인은 버스를 타고 집 밖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다.

 

2014년 7월 현재 전국 시내버스에 투입된 저상버스의 비율은 16% 남짓이다. 단 한 대도 없었던 10년 전과 비교하면 나아졌지만, 장애인의 이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에는 부족하다. 집 앞에 저상버스가 다녀도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에 이용을 포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당사자들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저상버스, 안 와도 너무 안 온다

 

▲양영희 씨가 수유동 집에서 미아역까지 향하고 있다. 양 씨는 차가 불쑥불쑥 나타나는 위험한 길을 매일 왕복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사는 양영희 씨(지체장애 1급, 48세)는 영등포구에 있는 직장에 출근하기 위해 매일 아침 9시에 집을 나선다. 양 씨는 미아역에서 지하철 4호선을 탄 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타 영등포구청역에서 내린다. 그녀가 이용하는 구간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지하철 이용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문제는 양 씨가 지하철역에 가기까지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미아역까지는 대략 1.2km 거리로, 대략 20분이 소요된다. (비장애인의 경우) 여유가 있다면 지하철역까지 걸어갈 수도 있고, 바쁘면 버스나 택시를 탈 정도로 애매한 거리다. 그러나 양 씨는 바쁘든 여유롭든 휠체어를 타고 역에 간다.

 

휠체어가 골목 이면도로를 지나다니다 보면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양 씨의 활동보조인은 “이 길이 차가 많이 다녀서 위험한 경우가 많다. 차들이 휠체어를 봐도 양보하지 않고 차 머리를 들이민다.”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양 씨는 골목길이 역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며 차 사이를 헤치고 간다.

 

물론 양 씨의 집 근처 120m에는 빨래골 입구 버스정류장이 있다. 이곳에는 미아역 바로 다음인 미아사거리역을 지나는 버스 노선이 144번, 1128번 두 개 있다. 이 중 144번 버스는 44대 중 11대가, 1128번 버스는 13대 중 1대만이 저상버스다. 만약 양 씨가 버스를 탄다면, 산술적으로 144번 버스는 비장애인보다 4배, 1128번은 13배를 더 오래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배차간격이 144번은 3~12분, 1128번은 8~14분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버스를 기다리기 보다는 그냥 휠체어를 굴려 역에 도착하는 것이 더 빠르다.

 

양 씨는 “저상버스는 한 번 놓치면 버스 4~5대는 그냥 지나쳐야 한다. 바로 탈 수만 있다면 시간이 절약되겠지만, 운이 나쁘면 시간이 더 많이 걸리기도 한다. 이래저래 휠체어로 굴러다니는 게 마음은 편하다.”라고 털어놓았다.

 

계단버스, 탈 수 있어도 위험해서 안 타

 

▲휠체어를 타고 가는 김연정 씨. 밤길이 어두워 나쁜 사람을 만날까 두렵다고 했다.

 

장애인야학에 다니고 있는 김연정 씨(가명, 중복장애 1급, 29세)가 늦은 7시께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간다.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종점 당고개역에서 내리는 그녀는 700m가량 떨어진 집까지 걷거나 휠체어를 타고 간다.

 

김 씨는 어느 정도 걸을 수 있지만, 장거리를 걷기는 어렵다. 1년 전 그녀가 이 부근으로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주로 집과 역을 걸어 다녔다. 집 주변이 번화가가 아닌 탓에 거리는 어두운 편이었다. 김 씨는 “밤중에 나쁜 사람이라도 만날까 봐 거리를 다니는 게 무섭다”라고 털어놓았다.

 

인도가 좁고 울퉁불퉁해서 걷다가 중심을 잃어 주저앉는 일도 다반사였다. 손이나 무릎이 까지기도 했다. 워낙 걷기가 불편해 위험한 차도로 나가 걷기도 했다. 비장애인이 10분이면 다다를 그 길을 그녀는 20~30분 걸어야 했다.

 

이런 김 씨에게 버스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당고개역 바로 전인 상계역에서는 1138, 1139, 1224번 버스를 타면 10분 내로 김 씨 바로 집 앞까지 올 수 있다. 3개 버스 모두 저상버스는 도입되지 않았지만, 김 씨의 경우 활동보조인의 부축을 받으면 버스에 탈 수는 있다.

 

김 씨는 평소에 돈을 아끼려고 버스를 타지 않지만, 설령 돈이 있어도 버스는 타지 않을 거라고 잘라 말했다. 버스에서 내리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진 적이 몇 번 있었다고 한다. 김 씨는 버스에서는 자신을 지탱할만한 손잡이가 마땅치 않고 계단이 있다 보니, 지하철보다 위험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버스에서 내리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면 버스 기사가 사고 난다고 과하게 눈치를 줘 부담스럽다는 말도 했다.

 

이러저러한 불편함으로 김 씨는 이사한 지 한 달 만에 휠체어를 살 수밖에 없었다. 활동보조인과 함께 다닐 때를 제외하고는 휠체어를 타면서, 자연히 버스 탈 기회는 더 줄어들었다.

 

▲김 씨 집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 지선 버스인 1138, 1139, 1224번 3개 노선이 운행중이며, 저상버스는 도입되지 않았다. 김 씨는 활동보조인 부축을 받으면 버스를 탈 수는 있지만, 그래도 버스는 타지 않는다.

 

버스 타기 눈치 보여, 멀더라도 지하철역으로

 

서울 성동구 용답동에 사는 노들장애인야학 학생 이준수 씨(중복장애 2급, 34세)는 2010년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 전까지 주로 목발로 시내를 이동했다.

 

이 씨가 집에서 770m 정도 떨어진 5호선 답십리역으로 나와 4호선 혜화역 부근의 야학에 도착하기까지 두 시간이 걸린다. 비장애인이라면 40분 안에 도착할 거리다. 그는 “야학에 도착하면 온몸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게다가 비라도 오면 거리가 미끄러워 넘어질 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이 씨는 가끔 목발 짚고 걸어 다니기 힘들 때 몇 번 버스를 타려고 했다. 하지만 계단이 있는 시내버스에 타고 내리려면 비장애인보다 오래 걸렸다. 그는 “버스 기사들이 빨리 타고 내리기를 원한다. 처음에는 기다려주다가도 점점 한계가 느껴지는 듯했다. 눈치가 보여서 그때부터 버스 이용할 자신이 없어졌다.”라고 털어놓았다.

 

이 씨는 10월 중에 집을 이사한다고 한다. 그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답십리역과 1호선 청량리역은 모두 1.9km, 비장애인도 30분 가량 걸리는 먼 거리다. 그나마 집 근처 500m 부근에 있는 버스정류장에는 262(저상버스 비율 39.5%), 420(40.7%), 720(90.3%), 2221번(50.0%)과 같이 저상버스 비율이 높은 노선이 정차한다.

 

그래도 이 씨는 “소심해서 그런지 아직도 버스를 타는 데 주저하게 된다. 가끔 휠체어 타고 저상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버스 이용에 부담되는 건 마찬가지다. 역까지 거리가 멀더라도 지하철을 타고 다니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시내버스 이동권의 총체적 문제, 버스 이용 주저하게 되는 요인

 

이렇듯 장애인들이 시내 이동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차적으로는 낮은 저상버스 도입률에서 비롯된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의하면 전국 평균 저상버스 도입률은 16.0%였다. 시도 저상버스 도입률은 서울 30.8%, 강원 25.8%, 경남 21.1% 순으로 높았고, 경북 4.1%, 충남 5.4%, 전남 6.6% 순으로 낮았다.

 

특히 전국 주요 도시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부산 14.0%, 대구 13.8%, 인천 11.6%, 광주 11.9%, 대전 17.7%, 울산 11.5%로, 서울을 제외하고는 모두 10%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전국에서 저상버스 도입률이 가장 높은 서울시도 장애인이 집 앞에서 시내로 나오기에 편하지는 않다. 교통 요지를 잇는 노선(간선)과 비교해 거주지에서 교통 요지를 이어주는 노선(지선)의 저상버스 도입률이 낮기 때문이다.

 

올해 9월 현재 서울 시내버스는 간선 122개 노선, 지선 216개 노선(8000번대 맞춤노선 포함)이 운행하고 있다. 그러나 저상버스 도입률은 간선이 39.9%지만, 지선은 23.6%에 불과하다. 저상버스가 단 한 대도 다니지 않는 노선도 간선은 14개 노선, 지선은 127개 노선에 이른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지선 노선 중 절반 이상은 이용하지도 못하는 셈이다.

 

버스 안전 문제와 버스 운전기사의 낮은 장애 감수성도 장애인들이 버스 타기를 주저하는 요인이다. 올해 1월 평택에서는 저상버스를 이용하던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경사로가 고장 난 버스에서 추락해 중상을 입었다. 6월에는 경기도 안양에서는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이 승차 거부를 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서울 시내버스 저상버스 도입 현황(2014년 9월 기준)>

 

간선버스

지선버스

순환버스

심야버스

버스 대수

3702

3461

27

39

저상버스 대수

1478

818

12

29

저상버스 비율(%)

39.9

23.6

44.4

74.4

버스 노선

122

216

4

7

저상버스 도입 노선

108

89

3

7

                                                                           출처 : 서울시 버스정책과(자료 재구성)

 

이러한 총체적인 문제로 장애인들은 시내버스를 이용하기 힘들다. 장애인들은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도 버스를 선택하기 주저한다. 집 앞 정류장 노선에 탈 수 있는 버스가 아예 없다. 저상버스가 있어도 늘어진 배차시간에 지친다. 설령 버스를 탈 수 있어도 위험하고 불편해서 버스 이용을 포기한다.

 

장애인들은 집 앞의 버스정류장이 있어도 갑절은 더 먼 지하철역으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오로지 구르거나 걸을 뿐이다. 차가 많아 위험한 골목길도, 밤중의 으슥한 길도 참고 가야 한다. “버스 타고 싶다”고 외치던 10여 년 전 그 때와, 시내버스를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2014년이나 사정은 비슷한 듯하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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