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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토픽] 영국 법원, 어머니에게 12살 장애 딸 안락사 허용
기존 영국 내 선례에도 없던 일...논쟁 불거져
“장애인 되기보다 죽는 편이 낫다는 생각, 실행에 옮겨졌다”
등록일 [ 2014년11월19일 22시38분 ]

영국 고등법원이 장애를 가진 12살 딸의 생을 마감시킬 권한을 그의 어머니에게 부여해 영국 내에서 다시금 장애인과 안락사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영국 내 다수 매체에 의하면 영국 고등법원은 지난 8월 샬럿 피츠모리스(Charlotte Fitzmaurice)가 자신의 12살 난 딸 낸시 피츠모리스(Nancy Fitzmaurice)의 생명연장을 위한 수화수(水和水) 공급을 중단하고자 영양관(feeding tube)을 제거하게 해 달라는 요청을 승인했다.

 

▲장애를 가진 12살 딸의 안락사 허용을 요구한 샬롯 피츠모리스. (사진출처: THE SCOTSMAN: www.scotsman.com)


이전까지 영국에서의 선례에 따르면, 안락사가 고려되기 위해서는 환자가 불치병(terminal illness)을 지니고 있거나 생명연장 인공호흡(life-support for breathing)을 필요로 해야만 했다. 낸시의 경우는 이 두 조건 모두를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법원은 기존 선례를 깨고 안락사를 허용했다.


법원의 승인 이후 며칠 뒤 낸시는 생을 마감했다. 이후 10월 말 낸시의 부모가 이와 유사한 결정이 법원의 개입 없이도 부모와 의사에 의해 이뤄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이 사실을 언론에 알리면서 논쟁은 시작되었다.


“내 딸은 더 이상 제 딸이 아닙니다. 지금 낸시는 단지 껍질에 불과해요.”
“낸시의 눈빛은 사라졌고, 이제는 두려움과 평온함을 찾고자 하는 갈망으로 바뀌었어요. 낸시가 충분히 견뎌왔다고 믿기에 오늘 나는 당신께 호소합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가슴이 찢어지는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낸시가 생을 마감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해야만 합니다.”

- 샬럿 피츠모리스가 법원에 보낸 탄원서 中


낸시는 뇌수막염, 패혈증, 뇌수종 등 질환이 있었고, 시각장애도 있었다. 그녀는 4세 때 사망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던 적이 있지만, 이동 보조기구와 영양관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녀의 어머니에 따르면 낸시의 발달연령은 6개월 된 아기와 동일했고, 음악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아이들이 노는 소리 등을 즐겼다고 한다.


지난달 말, 이 사건을 보도한 대부분의 영국 언론들은 낸시의 어머니 피츠모리스에게 동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그녀의 선택을 지지했다. 특히 <미러>지는 낸시가 “걷고, 이야기하고, 먹고, 마실 수 없었다. 하루 24시간의 병원 돌봄을 필요로 하고 튜브에 의해 음식물과 물과 약이 투여되어야 할 만큼 그녀의 삶의 질은 너무나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라고 서술했다.


하지만 자폐인자기옹호네트워크(Autistic Self-Advocacy Network, ASAN)라는 단체는 성명을 내고 이런 여론에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ASAN은 “이 사건을 다룬 언론들이 아이의 장애로 인해 그녀의 삶은 살만한 가치가 없다는 식의 암시를 주는 등 대단히 무책임했다”며 “영양관을 사용하거나 낸시와 비슷한 조건을 경험하는 많은 장애인들은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며 그들의 삶이 살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느끼고 있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장애인에 대한 안락사는 매우 위험하고 부적절한 방법”이라며 “진통제가 부적절한 상황이라면,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다른 대안이 얼마든지 있다”라고 지적했다.


ASAN은 부모와 의사가 장애아동의 안락사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적절한 사례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위스콘신 대학병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 병원에서는 부모에게 장애아동의 치료를 포기하라는 상담을 하는 일이 있는데, 이 중 한 사례는 발달장애 아동이 치료 가능한 폐렴에 걸렸다는 이유로 의사가 부모에게 아이의 영양관을 뗄 것을 조언했다. 조언의 근거는 아이의 ‘낮은 삶의 가치’였다. 이후 부모는 아이의 영양관을 뗐고, 다음날 아이는 숨을 거뒀다.


ASAN은 “이러한 행위는 가족과 임상의에게 장애를 근거로 생명연장 치료의 적용에서 차별을 허용한 정책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단체의 회장인 아리 네에만(Ari Ne'eman)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디어의 보도는 영양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죽는 편이 낫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낸시의 살해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하나의 의견, 즉 장애인이 되는 것보다는 죽는 편이 낫다는 것을 실행한 것이다”라면서 “사람들은 먹고, 숨을 쉬고, 옷을 입는 데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살 가치가 있는 생명을 지니고 있다고 잘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낸시의 안락사는 10월 초 미국 언론에 대서특필 되었던 브리트니 메이너드(Brittany Maynard)의 의사조력 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 사건과 대비를 이루며 더욱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29세 여성으로 뇌종양을 갖고 있던 메이너드는 합법적으로 자신의 생을 마감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안락사를 합법화하고 있는 오리건 주로 이주했다. 이처럼 메이너드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안락사를 결정한 반면, 낸시는 오로지 어머니의 결정에 의해 생을 마감해야 했던 것이다.


한편, 영국에서는 올해 7월에도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논란을 된 바 있다. 영국은 낸시의 경우처럼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 타인의 자살을 도울 경우 최대 14년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안락사 합법화 안을 제출한 이들은 그러한 규정이 사회적 여론을 따라가지 못하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도왔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을 감옥에 가두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고 판정받은 환자의 경우 2명 이상 의사의 동의가 있을 때는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안락사 제도를 허용한 국가는 2014년 현재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정도이며, 미국에서는 5개 주(오리건, 워싱턴, 버몬트, 몬타나, 뉴멕시코)에서만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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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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