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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발달장애인 운동으로부터 무엇을 배울까?
일본 피플퍼스트 대회 연수 보고회 열려
“핵심은 24시간 지원모델...발달장애인 당사자 자조모임 조직하자”
등록일 [ 2014년12월17일 21시16분 ]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4박 5일의 일정으로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피플퍼스트' 대회에 참가했던 장애인 단체 활동가들이 17일 연수 보고대회를 열고, 일본의 발달장애인 당사자 운동으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우리나라의 발달장애인 운동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4박 5일의 일정으로 22명의 장애인 단체 활동가와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피플퍼스트’(People First)대회에 참가해 일본의 발달장애인 당사자운동을 직접 보고 배워왔다.


이에 대회에 참가했던 국내 장애인 단체 활동가들은 1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연수 보고회를 열고, 일본의 발달장애인 당사자운동으로부터 우리나라의 장애인 자립생활운동이 어떤 점을 배우고 발전시켜 나갈지 토론했다.


‘피플퍼스트’라는 이름은 1973년 미국 오레곤주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자기권리주장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지능이 낮은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나는 먼저 인간으로 대우받고 싶다!(I want to be treated like people first)”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으며, 이 대회는 1994년 일본에도 전파되어 올해로 벌써 20회 대회를 치렀다.


일본의 발달장애인 당사자 운동, “문화적 충격”


오키나와 나하시 자치회관에서 11월 1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 일정으로 열렸던 일본 피플퍼스트 대회의 주요 슬로건은 ‘자기결정권을 지키자!’, ‘학대, 인권침해는 용서 안 한다!’, ‘사람으로서 지역에서 살 권리가 있다!’, ‘장애인연금, 생활보호를 줄이지 마라!’ 등으로, 모두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스스로 정했다.


대회 첫날에는 ‘장애인권리협약’을 주제로 한 전체모임과 ‘치바 지역 발달장애인 학대 사망사건’, ‘입소시설 체험이야기’, ‘동북대지진 3년 후의 생활 상황’, ‘오키나와 공생사회 조례’ 등에 대한 테마주제 대화의 시간으로 이뤄졌으며, 대회 둘째날에는 지역 피플퍼스트 모임이 주도해 열린 분과회와 다양한 공연 및 교류의 시간 등으로 진행됐다.


대회 참가 경과를 보고한 대구 장애인지역공동체 조민제 사무국장은 자신의 소감을 ‘문화적 충격’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대회의 사회를 발달장애여성 당사자 2인이 직접 맡고, 메인 화면에 프리젠테이션이 그림과 쉬운 말로 따로 제공되어 최대한 당사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는 것이다. 조 사무국장은 “한국에서 진행되는 많은 발달장애인 관련 행사들이 당사자가 아닌 지원자의 존재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 대회의 경우 지원자가 오히려 그림자 같은 느낌을 줬다”라고 평가했다.


조 사무국장은 또 둘째날 열린 분과회 모임을 통해 일본의 지역 피플퍼스트 모임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피플퍼스트 모임은 한 달에 1~2회 정도 모여 교류회나 소풍 등을 통해 단합을 도모하기도 하고, 연금, 작업장 근로, 차별 등의 사안에 대해 토론 등을 한다고 한다”라며 “(피플퍼스트 대회의) 분과회 주제가 정해지면 지역 모임에서 분과회를 오랫동안 준비한다고 한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운동이 지역별로 균형있게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조 사무국장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다양하게 조직되고 있는 발달장애인 당사자 자조모임과 발달장애인 당사자대회가 위와 같은 사례를 본보기 삼아 “경증장애인 중심의 성과 중심적, 기계적인 육성을 지양하고 지역별 소모임을 튼튼하고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내부의 역량강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 자립생활의 핵심은 ‘24시간 지원모델’


이어 토론자들은 일본에서 직접 보고 온 발달장애인 운동을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천해 나갈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은 우선 일본의 모델을 절대시해서 우리가 무조건 따라야 할 모델로 여기는 태도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게, “장애등급제에 의해 복지서비스가 운영되고, 서비스에 대해 10%의 본인부담금을 강요하는 등 (전반적으로) 본받을 만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단점에도 우리가 일본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이 있을까? 남 정책실장은 일본 발달장애인 자립생활의 핵심을 ‘24시간 지원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이는 한국 장애인계가 주장하는 ‘활동보조 24시간 보장’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활동보조 24시간 또한 매우 중요한 요구지만, 그 자체로 자립생활이 온전해 진다고 볼 수 없다. 이에 더 중요한 것은 발달장애인의 다양한 욕구에 적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의 여부라는 것이다.


남 정책실장은 ‘24시간 지원모델’의 특징을 장애인 당사자의 실제 24시간 일과표를 보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비영리법인 히가시구루메(東久留米)가 2007년에 발간한 <지적장애인 지역생활 매뉴얼>에 실린 지적장애인 당사자의 일과표를 보면, 우리나라의 활동지원서비스에 해당하는 것들이 가사원조, 행동원호, 신체개호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이렇게 세분화된 서비스를 각기 다른 기관으로부터 제공받는 것은 매우 복잡한 절차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은 공동체적 형태를 띤 지역의 비영리법인이 포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의 비영리법인 히가시구루메(東久留米)가 2007년 발간한 <지적장애인 지역생활 매뉴얼>에 실린 한 발달장애인의 24시간 일과표. 이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서비스 지원 시간은 총 263시간으로, 가사원조 186시간, 신체개호 31시간, 행동원호 46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통해 그룹홈(주거)과 작업장(노동)을 중심으로 한 발달장애인의 일상생활에 세분화된 맞춤형 활동지원이 더해져,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 생활이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남 정책실장은 “2015년 발달장애인법 시행을 앞둔 우리나라에서도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에 이런 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지역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이 발달장애인 당사자 자조모임 조직화, 발달장애인 활동가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도 이와 같은 주장에 적극 동의를 표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일선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들이 관료적인 관성을 타파하고 발달장애인 자립생활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기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앞에서 지적한 것들은 우리 내부의 변화가 먼저 일어나지 않는다면 말뿐인 미래가 될 뿐”이라며 “골치 아프고 힘들어도 현장에서 중증장애인들을 긴밀하게 만나려는 조직적이고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센터 활동가들의 교육과 소통의 과정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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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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