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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고향 가는 날”…‘다른’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
동자동 쪽방, 장애인, HIV/AIDS 감염인에게 듣는 명절 이야기
등록일 [ 2015년02월17일 19시30분 ]

4박 5일의 설 연휴. 어떤 이에겐 황금연휴지만, 누군가에겐 그저 ‘방 안에만 있는’ 시간이다.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면서 가족을 잃게 된 이도 있고, 시설에 맡겨지면서 가족과 단절된 이도 있다. 또한 사회적 차별이 가족의 시선에도 묻어나게 되면서 가족과 등을 돌린 이도 있다. 그러나 외로움의 깊이는 조금씩 다르다. 명절이 가장 외로운 이도 있고, 가족에 대한 기억이 없으니 스스로 살면서 ‘또 다른 가족’을 만든 이도 있다. 설날을 앞두고 동자동 쪽방, 장애인, HIV/AIDS 감염인들에게 각자가 보내는 명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동자동 쪽방, ‘각자의 방안’에서 보내는 시간

 

동자동 쪽방에 사는 곽태윤(61살) 씨는 연휴에 어떻게 지내시느냐는 물음에 “그냥 방에만 있지”라고 답했다. 지난해 가을, 뒤로 넘어지면서 건강이 부쩍 악화된 그는 방에만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방 안엔 TV도 없어 라디오만 켰다 껐다 한다. 3년 전 쪽방으로 들어온 곽 씨는 그전엔 지하도에서 18년 동안 노숙생활을 했다. 박스를 주워 파는 고물장사로 생계를 이어나갔다.

 

어렸을 때 부모님을 여읜 그는 그 뒤 형제들과도 만나지 않는다. 어느덧 형제들을 못 본 지도 25년이 넘었다. 막내동생하고만 종종 연락을 주고받는다. 명절에 형제들끼리 모이지는 않지만 곽 씨 본인은 꼭 한 번씩 경기도 화성에 있는 부모님 산소를 찾아뵌다. 그 자리엔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산소도 함께 있다. 깔끔하게 벌초도 한 번 하고 술 한 잔 올리고 온다. 그래도 동자동 쪽방 주민들이 모이는 동자동 사랑방이 있으니 명절이 조금 덜 외롭다고 한다. 사람들도 만나고 대화도 하며 일자리가 있으면 서로 정보도 교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골목 풍경. 왼쪽에 '동자동 사랑방'이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헛헛함이 채워지지 않는 이도 있다. 쪽방에 들어온 지 40년 됐다는 ㄱ 씨(55세)는 “술이 가족”이라고 했다. 6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ㄱ 씨는 왼쪽 얼굴과 팔·다리에 자꾸 마비와 경련이 온다. 5~6살 경에 부모님을 여읜 ㄱ 씨는 그 뒤 요정(料亭)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컸다. 17살부터는 막노동을 하며 스스로 생계를 이어나간 탓에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어려서 흩어진 다른 형제들의 소식도 알 수 없다. 명절 연휴라고 해봐야 다른 날들과 크게 다를 거 없는 일상이지만 명절 분위기에 괜스레 외로워진다. 동자동 사랑방에서 여기저기서 들어온 가래떡을 나눠주면 그 떡을 라면에 넣어 먹는 게 ㄱ 씨의 명절 음식이다. 그에게 설날은 가장 외로운 날 중 하나다.

 

동자동 쪽방 주민 곽관순(47세) 씨도 연휴 동안 방에 있을 예정이다. 6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읜 그는 특별히 고향, 가족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부모님을 여읜 뒤엔 마산 등지에서 남의 집 머슴살이를 했다는 곽 씨는 그 후 안 해본 일이 없다. 모피공장, 액세서리 공장, 봉제공장, 중국집 배달 등을 하며 전국을 떠돌며 살다 33살에 시신경 손상으로 시각장애를 입었다. 그 후 쪽방에 들어와 살게 된 그는 이곳에서 산 지 10여 년 정도 됐다. “방에 혼자 있으면 엄청 외롭”지만 멀리 나가기도 여의치 않다. 동자동 맞은편이 서울역이지만 시각장애로 앞이 보이지 않으니 서울역까지 나가기도 어렵다. 그래서 그가 주로 가는 곳은 쪽방촌 내 ‘동자동 사랑방’이나 동자동 마을 부엌인 ‘동자동 식도락’ 정도. 이번 연휴 동안에도 그는 평소처럼 방안에서 주기도문을 외우거나 TV를 볼 계획이다. 

 

동자동 사랑방 조승화 사무국장은 “명절엔 일도 쉬어서 다들 집에 계신다. 어떤 날보다 집에 있는 확률이 높은 날”이라면서 “대부분 가족이 단절된 1인 가구이기에 혼자 지낼 수밖에 없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시설에서 나와 ‘새로운 가족’을 만나다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도 고향 대신 집에 머문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시설 입소와 함께 가족관계가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윤국진 씨
윤국진(41세, 뇌병변장애 1급) 씨도 그중 하나다. 윤 씨는 15살인 1990년 시설에 들어간 뒤 2011년 음성 꽃동네에서 나왔다. 그러나 당시 그가 시설에서 나오려고 하자 그의 형제들이 극구 반대하면서 형제 관계가 소원해졌다. 부모님은 그가 어렸을 때 이혼하여 따로 살면서 부모님과의 연도 흐릿해졌다. 지금은 기초생활보장 수급비 등을 이유로 가족과는 연락하지 않는다.

 

가족과 연락하지 않는 그에겐 음성 꽃동네에서부터 함께 지내면서 지역사회에 같이 나와 사는 이들이 새로운 가족이다. 윤 씨는 “시설에서부터 함께 한 시간이 길고 무엇보다 내겐 실제 가족보다 더 의지가 되는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연휴엔 따로 만날 계획은 없다. 윤 씨는 “활동보조인과 집에 있을 예정”이라면서 “주변 장애인 중에 명절에 집에만 있는 사람이 꽤 많다”고 했다.

 

2년 전 장애인거주시설 충남 노아의 집에서 나온 김혜진(30세, 뇌병변장애 1급) 씨는 현재 종로구 명륜동 장애인자립생활주택 평원재에 산다. 그녀는 “가족에 대한 기억이 없다”면서 “어려서 아동시설에 있다가 21살에 더는 그곳에 있을 수 없어 노아의 집에서 6년간 살았다”라고 전했다.

 

김 씨는 시설에서 나온 뒤 망원동에 있는 ‘너와나의 교회’에 다니고 있다. 작년부터 열심히 다니게 되면서 교회 내 라이프라인 장애인자립진흥회의 총무팀에서도 일하게 됐다. 그녀에겐 교회 사람들이 ‘가족’이다. 그녀는 “교회 사람들은 힘든 일이 있을 때 이야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 “이번 명절에도 교회에 가거나 평원재에 함께 사는 사람들과 지낼 계획이다. 명절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라고 전했다. 
 

# HIV/AIDS 감염인, 가족 아닌 타인과 보내는 시간

 

HIV/AIDS 감염인들에게도 명절은 ‘가족’보다는 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이다.

 

지난해 HIV 감염을 커밍아웃한 이정식(28세) 씨도 이번 연휴에 대전에 사시는 부모님 댁에 내려가지 않는다. 그는 청소년 시절 권위적인 가정환경 때문에 17살 무렵 집에서 나와 친척 집, 청소년 쉼터, 대안주거공동체 빈집 등을 전전하며 살아왔다.

 

이 씨는 “내게 가족은 나를 보호해주는 사람인데 나는 그들로부터 보호받은 기억이 없다. 부모와 형제들 사이에 따뜻함이 오갔던 기억이 없다.”라면서 “사랑하는 마음은 있지만 그곳은 내 고향도 아니고 더는 내 가족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과거엔 연휴 중 하루는 내려갔다 오기도 했지만 갔다 오면 항상 마음이 허전하고 괴롭고 슬펐다. 그래서 더는 그들을 만나지 않기로 했다. 그러한 그에게 지금 가족이라 칭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의 나를 지지해주고 사랑해주는 친구들”이다.

 

HIV/AIDS 감염인 지원단체 한국가톨릭 레드리본의 김미카엘(51세) 씨는 “감염인 중엔 가족과 단절된 사람이 많다”라면서 “감염 때문에 가족 단절이 오기도 하나 감염되기 전부터 식구들과 단절된 이들이 많다”라고 전했다. 그래서 레드리본에서는 매번 연휴 때면 감염인들을 초대해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가진다. 김 씨는 “명절 연휴엔 식당가기도 쉽지 않고, 명절 분위기로 더욱 외롭다 보니 평소 오지 않던 이들도 찾아온다”라고 했다.

 

그 또한 6년 전 HIV에 감염됐다. 김 씨는 “가족에게 스스로 먼저 잘 연락하진 않으나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엔 제사 때마다 한 번씩 내려간다”라면서 “그러나 레드리본에서 매년 명절 때 감염인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면서는 이쪽 사람들과의 유대를 더 신경 쓰고 있어 명절 때 내려가지 않는다”고 했다. 오는 19일 설 연휴에도 레드리본에서는 감염인들과 함께 점심을 나누며 윷놀이 등을 하는 프로그램이 계획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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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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