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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에 맞선 성소수자의 목소리, 광장에 울려 퍼져
아이다호 문화제 전국 성소수자, 인권단체 활동가 등 500여 명 참여
“사회 곳곳에서 성소수자 혐오에 침묵하지 않을 것”
등록일 [ 2015년05월16일 23시37분 ]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IDAHO :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Biphobia and Transphobia, 아래 아이다호)을 맞아 전국 성소수자들과 인권단체들이 광장으로 나와 혐오에 맞선 축제를 열었다.

 

▲5월 17일 아이다호를 맞아 전국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2015 아이다호 문화제를 16일 서울역 광장에서 개최했다. 아이다호 공동행동 '레인보우 런웨이' 프로젝트팀이 저마다 피켓을 들고 "혐오를 멈춰라, 광장을 열어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제사회에선 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를 정신 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날인 1990년 5월 17일을 기념하여 매년 5월 17일을 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로 정하고 성소수자의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행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매년 5월 17일을 전후로 성소수자 차별 반대를 외치는 다양한 행사를 전개해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은 조직적인 혐오로 인해 후퇴하고 있다. 최근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가 발간한 『한국 LGBTI 인권 현황 2014』에 의하면, 2014년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지수는 12.15%로, 지난해 15.15%보다 하락했다. 유럽 49개국과 비교한 인권 순위는 45위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특히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 과정 이후 보수 기독교 단체 등 동성애 혐오 세력의 조직적인 행동으로, 2014년 12월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성북구 주민참여예산 사업 ‘청소년무지개와 함께 지원센터’ 등이 좌초된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교육부에서 사실상 성소수자를 성교육에서 배제하는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내놓는 등 혐오가 최근 국가 정책 결정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성소수자, 장애인, 여성, 노동 등 103개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아이다호 공동행동은 16일 "혐오를 멈춰라, 광장을 열어라"를 슬로건으로 내건 2015 아이다호 문화제를 16일 오후 6시 서울역 광장에서 개최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서울, 부산, 광주, 대구, 전주 등 전국에서 모인 성소수자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 5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문화제에서 아이다호 공동행동은 “혐오라는 괴물은 성소수자들의 삶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를 좀먹고 있다. 여성과 이주민,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종북 혐오, 진실을 요구하는 세월호 유가족을 향한 혐오가 공동체와 인간성을 파괴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이들은 대다수 국민이 아니라 극소수의 반민주, 반인권 세력,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이다. 편견과 무지를 부추기며 사회적 약자를 제물로 삼아 민주주의와 인권을 파괴하는 이들의 행위를 우리 사회가 더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라며 “우리는 일터, 학교, 마을, 가정 등 사회 곳곳에서 성소수자 혐오에 침묵하지 않을 것이며, 성소수자들이 존엄과 인권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아이다호 공동행동은 한국 사회에 8대 요구안으로 △동성애 처벌법 『군형법』92조의6 폐지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금지하는『차별금지법』 제정 △성소수자 혐오 인권위원 퇴진 △교육부 학교 성교육 표준안 폐기 △학교 내 혐오 예방 대책 마련 △인권 침해적 성전환자 성별정정 요건 철폐 △표현·집회·결사의 자유 보장 △노동·의료·가족 구성권 보장 등을 내걸었다.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이날 문화제에는 전국 성소수자를 비롯 500여 명이 참가했다.

 

장애인, 인권단체 활동가, 진보 종교계 인사, 성소수자 가족 등도 성소수자들의 혐오 반대 투쟁에 지지를 보냈다.

 

김광이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대표는 “살아있는 모든 사람의 주장을 존중해야 하지만, 그 존중에는 전제가 있다. 다른 이를 부정하면서 나만 옳다고 하는 것은 누구도 공감할 수 없다.”라고 동성애 혐오세력을 비판하며, “성소수자, 장애인을 혐오하는 집단,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을 멸시하는 사람에게 우리의 문화와 감수성을 전달해내자.”라고 호소했다.

 

박래군 416연대 공동상임위원은 “혐오세력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도 ‘돈 더 받으려고 농성한다’고 막말한다. 하지만 너무 아파서 울부짖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는 범죄”라며 “그런 혐오가 없는 세상이 오도록 함께 하겠다”라고 밝혔다.

 

성소수자를 자녀로 둔 부모모임에서 활동하는 지인 씨는 “3년 전에 아들이 동성애자인 줄 알았다. 그때는 아이의 생각을 바꾸면 되는 줄 알고 동성애 혐오 발언으로 애에게 상처를 줬다.”라며 “아이를 고칠 생각으로 동성애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우리 애가 얼마나 두렵고 외로웠을까 생각이 들어 엄마로서 미안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지인 씨는 “동성애는 논쟁거리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들에게 ‘이제 널 바꿀 생각은 없다. 동성애자로 자신감 갖고 꿋꿋하게 사는 네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라며 “우리 부모들이 열심히 노력해 사회 인식을 바꾸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보수 기독교 단체 회원들은 행사장 밖에서 참가자들에게 "회개하라"고 외치며 문화제를 방해하기도 했다.

 

행사 도중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행사장 밖에서 참가자들에게 “회개하라”고 외치며 문화제를 방해하기도 했다. 이에 당시 무대에 있던 자케오 대한성공회 신부는 “피부색으로, 장애로 사람을 차별하던 교회는 이후 잘못을 인정하고 회개했다”라며 “성적지향으로 차별하는 저 분들도 주님에게 돌아와 회개하기 바란다. 무지갯빛 하나님이 사랑으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받아쳐 참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또한 이날 행사에서는 아이다호 공동행동 ‘레인보우 런웨이’ 프로젝트 팀이 성소수자 자긍심을 드러내는 문구를 들고 런웨이(패션쇼에서 모델들이 걷는 무대) 퍼포먼스를 진행했으며,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게이 코러스 ‘지보이스’, 비혼 여성 코러스 ‘아는 언니들’ 등이 나와 합창 등 무대 공연을 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문화제에 앞서 아이다호 공동행동은 오후 2시 각 인권단체와 함께 부스 행사를 열었고, 오후 4시에는 전국에서 모인 성소수자를 맞이하는 사전 행사인 ‘전국 무지개버스 한마당’을 열었다. 이날 동성애 반대 행사를 예고한 보수 기독교 단체가 행사장 뒤에서 텐트를 치고 기도회를 열기도 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문화제 사전 행사로 한국 아라미스(국제적 비영리 종교 단체)가 성소수자 권리를 알리기 위해 프리 허그 부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6월 9일부터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를 홍보하기 위한 부스.

▲이날 부스 행사에 참여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활동가들.

▲이날 문화제 행사장 뒷편에 보수 기독교 단체가 천막을 설치하고 동성애 반대 집회를 열었다.

▲"사랑엔 불법은 없다!", "평등천국 차별지옥"

▲한 성소수자의 부모가 "아들아 엄마는 있는 모습 그대로 널 사랑한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레인보우 런웨이' 프로젝트 팀의 런웨이 퍼포먼스.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이성애자입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워킹하는 한 활동가.

▲런웨이 퍼포먼스 중 한 활동가가 "증오보다 서로 사랑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진행한 합창 공연.
▲게이 코러스 '지보이스'와 비혼 여성 코러스 '아는 언니들' 마지막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휴대전화 플래시와 촛불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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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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