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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퍼레이드 금지, "법적 요건 안 갖추고 집회 자유 침해"
경찰 지난달 30일 조직위에 옥외집회금지통고서 보내
장애·인권·여성·노동·종교 등 각계 단체도 금지통고 규탄
등록일 [ 2015년06월02일 15시46분 ]

서울지방경찰청이 오는 28일로 예정된 퀴어 퍼레이드에 금지를 통고한 데 대해, 성소수자를 비롯한 각계각층 단체에서 경찰이 법적 요건도 갖추지 않고 성소수자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규탄했다.

 

▲2015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에서 경찰의 옥외집회금지통고에 반발하며 2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퀴어 퍼레이드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연 모습.

 

2015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아래 조직위)는 지난 5월 29일 자정 남대문경찰서, 서울지방경찰청 등에 서울시청 주변 도로인 태평로, 청계로, 을지로 등의 구간에서 퀴어 퍼레이드를 진행하겠다고 신고한 바 있다. 그러나 조직위는 30일 오후 5시경 양측으로부터 거리 행진을 금지하는 옥외집회금지통고서를 받았다.

 

경찰 측은 통고서에서 유사한 행진 구간을 두고 조직위보다 먼저 신고한 3개 단체와 경합해 충돌이 예상되고, 주요 도로인 청계로 등지의 교통 소통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집회를 허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같은 장소에 목적이 다른 두 개 이상의 집회가 열려 충돌이 우려되면 후순위 집회 신고를 취소할 수 있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아래 집시법) 8조 2항, 교통 소통을 이유로 주요 도로에서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는 동법 12조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이에 조직위 등을 비롯한 여러 시민사회단체는 2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경찰의 조치를 “성소수자가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를 짓밟는 행위이며, 특정 세력의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혐오 및 폭력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직위에 따르면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지난 5월 내내 퀴어문화축제를 막고자 신촌, 대학로, 서울시청, 청계광장 등 서울 시내 곳곳에 집회 신고를 해왔다. 6월 28일 자 집회 신고에 관해서도 지난달 11일 한국교회연합,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보수 기독교 단체들 남대문경찰서에 퀴어문화축제 집회 신고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같은 압력으로 남대문경찰서는 보수 기독교 단체들과 협의 과정을 밟고, 행사 예정 30일 전인 5월 29일 자정에 받는 집회 신고에 대해 5월 21일부터 선착순으로 대기하도록 집회신고 규정을 바꿨다. 조직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에 항의해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남대문경찰서 집회 신고 대기장소에서 노숙을 하기도 했다.

 

강명진 조직위 집행위원장은 “지난 15년간 진행되어온 퀴어 퍼레이드는 시민들의 통행과 차량 소통에 지속적이거나 심각한 불편을 준 일 없이 평화적으로 진행돼왔다. 게다가 이미 개최가 예정된 퀴어 퍼레이드를 방해할 목적으로 열리는 집회를 퍼레이드와 경합한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라며 “우리는 안전한 퀴어 퍼레이드를 위해 남대문경찰서에서 8일간 노숙을 해왔다. 경찰의 금지통고는 노숙을 함께해온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호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공동집행위원장도 “성소수자에게 퀴어 퍼레이드는 성소수자로서 자긍심을 드러내며, 억압과 차별이 난무하는 사회에서도 즐겁게 살아가고 있음을 알리는 중요한 행사”라며 “그러나 경찰은 중립적인 척 보수 기독교 단체에 협력해 사실상 퀴어 퍼레이드를 금지하도록 했다. 타인의 행사를 방해하려는 자들의 편을 들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조장하는 편에 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서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위원장은 “경찰의 금지통고 사유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위법하다”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헌법」 2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에게 집회·자유의 권리, 2항에는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음을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집회의 금지와 해산은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는 대법원의 판례(2009도13846)도 있다.

 

장 위원장은 퀴어 퍼레이드 예정일인 6월 28일은 주요 행진로인 청계로에서 ‘차 없는 거리’가 시행돼 교통 불편을 초래하지 않으므로, 경찰의 금지통고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보수 기독교 단체에서 위력으로 행진 진행을 막아 집시법으로 처벌받은 바 있음에도, 경찰이 ‘공공의 안녕’을 위해 이들을 제제하기보다는 오히려 편을 들어 조직위의 집회·시위를 제한함으로써 헌법 조항을 위배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권·여성·노동·종교·정당 등 단체에서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해 경찰의 금지통고 철회를 촉구했다.

 

김진철 향린교회 사회부장은 “우리는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6월 9일과 28일에 교회 깃발을 들고 행사에 참여할 것이다”라며 “(경찰은) 보수 기독교 단체의 말만 듣지 말고, 우리 같은 신자들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 금지 통고를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직위는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에 퀴어 퍼레이드 금지통고 취소와 안전한 퀴어문화축제 개최를 촉구하는 요구서를 민원실에 전달했으며, 서울행정법원에도 옥외집회금지통고 취소 소송과 옥외집회금지통고 효력정지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퀴어문화축제의 안전한 개최를 촉구하는 장애인단체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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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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