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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도 먹던데...시각장애인은 왜 못 타게하나
에버랜드, 시각장애인 등 6명 롤러코스터 이용 막아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차별구제청구 및 손해배상 소송
등록일 [ 2015년06월19일 17시38분 ]

김준형 씨(시각장애 1급)는 시각장애인 2명, 비장애인 3명과 함께 지난 5월 15일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에버랜드에 놀러 갔다. 자유이용권을 끊은 김 씨는 한국에서 속도가 빠르기로 소문난 롤러코스터인 ‘티-익스프레스(T-Express)’를 타려고 했다. '티-익스프레스'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들이 이 롤러코스터 위에서 '자장면 먹기'를 시도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그러나 놀이기구 탑승장 입구에서 '장애인우선탑승'을 위해 김 씨가 장애인복지카드를 제시하자 현장 직원이 김 씨의 탑승을 막았다. "시각장애인은 혹시 모르는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우므로 탑승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김 씨 일행은 '티-익스프레스'를 타는 건 포기하고 다른 놀이기구를 타려 했지만, 다른 놀이기구 입구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김 씨의 탑승을 거부했다.

 

김 씨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놀이기구 꼭대기에서 멈췄다고 하면 어느 누가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라며 “놀이기구 타며 자장면 먹는 위험 행동은 괜찮고, 시각장애인이 놀이기구 타는 게 자장면 먹는 것보다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라고 분노했다.

 

▲에버랜드에서 놀이기구 이용에 차별받은 당사자 6명은 에버랜드를 대상으로 차별구제청구소송, 손해배상소송을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날 소송장 제출에 앞서 당사자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이 기자회견을 연 모습.

 

이에 김 씨를 포함해 이날 동행자 6명은 에버랜드가 장애인의 정당한 놀이기구 이용을 거부했다며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차별구제청구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김 씨 등은 이번 소송을 통해 에버랜드에서 장애인 탑승 제한을 명시한 규정을 수정하고, 놀이기구 이용 거부로 인한 물질적, 정신적 손해 위자료 2250만 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에버랜드는 장애인에 대한 탑승 거부 문제로 예전에도 소송 대상이 된 적이 있다. 지적장애가 있는 ㄱ 씨(14세), ㄴ 씨(11세)는 각각 지난해 6월과 8월 ‘우주전투기’ 탑승을 거부당했고, 이에 지난해 12월 차별구제청구 소송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일이 재발하는 이유는 장애인의 놀이기구 이용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어트랙션 안전 가이드북」 안전 규정 때문이다. 가이드북에 의하면 총 43개 놀이기구 중 10개는 시각장애인이 이용하는 데 제한이 있으며, 5개는 보호자가 동반하더라도 전혀 이용할 수 없다.

 

또한 14개 놀이기구는 팔이나 다리가 불편한 승객이 이용할 수 없고, 13개 놀이기구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탑승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정신장애인 탑승 시 사전에 문의하도록 한 놀이기구는 5개, 아예 탑승이 불가한 놀이기구는 1개다. 티-익스프레스 같은 경우는 규정상 정신장애인을 제외하고 지체, 시각장애인은 전혀 이용할 수 없다.

 

가이드북에서는 “일부 시설은 비상탈출 상황에 대비하여 스스로 하차가 어려운 신체조건일 경우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거나, “공포감,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장애가 심해질 수 있는 경우에는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에버랜드의「어트랙션 안전 가이드북」20쪽에 규정된 놀이기구 이용제한사항 도표. 체크 표시는 이용 불가, 세모 표시는 직원 문의 후 탑승 여부 결정, 별표 표시는 보호자 동승 시 탑승 가능(하얀 별 표시는 3급 이하 시각장애인), 하트 표시는 눈썰매 65세 이상 노약자 탑승 금지를 뜻한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김재왕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등 4명의 변호인단은 에버랜드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아래 장차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안전을 이유로 판단 주체인 김 씨 일행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장차법 7조에 명시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변호인단은 에버랜드 측에서 자유이용권을 판매한 고객에 대해서 자유롭게 시설물을 이용하도록 하는 의무를 짐에도, 장애를 이유로 김 씨 일행의 시설 이용을 제한한 것은 고객에 대한 계약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결과적으로는 김 씨 일행이 물질적 피해를 보게 됐으므로, 재화 용역의 제공에서 차별 금지를 명시한 장차법 15조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김재왕 변호사는 “자기 결정권은 누구나 보장받아야 하는 기본권이고, 헌법재판소에서는 익스트림 스포츠 같은 위험한 생활방식에 대한 자기 결정권도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에버랜드는 장애인이 위험한 놀이기구를 타는 자기 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라며 “에버랜드가 장애인의 놀이기구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장애인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편견에 의한 것이다. 이번 소송을 통해 문제가 개선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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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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