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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지급제도와 개인예산제도, '아이고, 의미 없다~' ①
[김발의 장애학 연구노트 번외 편]
현금지급제도, 한국에서 ‘선택권 증진’도 ‘예산 절감’ 효과도 없다
등록일 [ 2015년07월06일 20시22분 ]

이 글은 지난 6월 30일에 있었던 ‘장애인 복지서비스, 현금지급방식 도입 가능한가?’토론회에 제출된 토론문을 바탕으로 새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분량 상 두 차례로 나누어 싣습니다. 앞으로도 [김발의 장애학 연구노트]는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논의해봐야 할 중요한 의제가 있을 경우 종종 ‘번외 편’을 운영토록 하겠습니다.

 

직접지불제도 도입 이전의 영국 돌봄서비스의 상황


‘다이렉트 페이먼트(direct payments)’, 우리말로 번역하여 ‘직접지불제도’. 『비마이너』의 독자 분들도 아마 한 번씩은 들어보신 말일 것입니다. 직접지불제도는 ‘(돌봄)서비스 현금지급제도(cash for care)’에 대한 영국식 명칭입니다. 그러니까 이후의 글에서는 그냥 ‘직접지불제도=현금지급제도’로 생각하셔도 무방하겠습니다. 그리고 영국에서 모든 장애인이 직접지불제도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은 아니며, 그러한 현금지급 방식을 원하는 장애인의 경우에 한해 적용되는 하나의 선택지입니다.


직접지불제도 도입 이전에 영국의 돌봄서비스는 ‘장애인의 선택권이 거의 보장되지 않는’ 형태의 현물서비스였습니다.1)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입해서 쉽게 서술해보면, 주민센터나 국민연금공단 지사에 가서 장애인이 서비스를 신청한 후 적격성 여부를 판단해서 승인이 되었을 경우, (서비스 제공 시간이 얼마인지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을 활동보조인으로 보낼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보낼지 등을 담당 사회복지공무원이 모두 알아서 결정해 파견하는 형태였던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 영국의 현금지급제도와 개인예산제도(personal budgets)를 가장 종합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텍스트인 『장애인 중심 사회서비스 정책과 실천: 서비스 현금지급과 개인예산』을 보면, 현물서비스 이용자들과 장애인권옹호자들은 “캐서린을 담당하고 있는 사회서비스국은 직원이 갈 수 있는 시간이 5시에서 7시 사이이기 때문에 이때 직원을 보내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캐서린은 그 시간에는 지원이 필요 없다.”, “열흘 동안 돌보미가 5명이나 다녀갔습니다. 매번 자세히 설명해주어야 합니다.”2) 등의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현물서비스가 제공되다가 자립생활기금(Independent Living Fund, ILF)의 활용을 경유하여 1996년 「지역사회돌봄(직접지불제도)법(Community Care(Direct Payments) Act」에 의해  1997년부터 직접지불제도가 시행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들은 이전의 현물서비스와는 확연히 다른 선택권과 통제권이 생긴다는 느낌을 지닐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줄 보조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날마다 다른 보조인이 오지 않고, 같은 보조인이 계속 나를 도울 수 있습니다.”3)와 같은 긍정적 평가와 반응을 내놓게 됩니다.

 

▲지난 6월 30일에 있었던 ‘장애인 복지서비스, 현금지급방식 도입 가능한가?’토론회에서 토론 중인 본지 김도현 발행인.


한국은 이미 ‘준(準)현금지급제도+유사시장시스템’
: 선택권 증진과 예산 절감이라는 이득이 새롭게 발생하는가?
 

영국의 직접지불제도가 적극적으로 논의될 수 있었던 이유, 혹은 이를 이끌어낸 추동력은 장애인 쪽에서는 선택권의 증진이었고, 정부 쪽에서는 예산의 절감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활동지원서비스 전자바우처 시스템은 일정한 급여액이 결정되면, 그 급여액을 특정 단말기에서만 정산되는 체크카드를 통해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즉 한국의 활동지원서비스는 현물서비스라기보다는 준현금지급제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4)


또한 현재의 활동지원서비스 제공 시스템에는 시장기제(market mechanism)가 상당 부분 도입되어 있습니다. 즉 장애인은 (다행히도 아직 영리기관은 진입할 수 없지만) 경쟁 관계에 있는 다수의 서비스 중계기관들 중 자신이 접근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자부담 또한 지불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은 이미 ‘준현금지급제도+유사시장시스템’의 상황에 있기 때문에, 현금은 아니지만 “현금과 비슷한 선택권을 행사”5)하고 있습니다. 앞서 현물서비스를 이용하던 영국의 장애인들처럼 자신이 필요 없는 시간에 돌보미가 오는데도, 열흘 동안 돌보미가 다섯 번이나 바뀌거나 날마다 다른 보조인이 오는데도 그냥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아닙니다. 즉, 활동보조인이 하루 중 언제 와서 언제까지 일을 하도록 할지 결정할 수 있고, 현재의 활동보조인과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교체를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장애인의 입장에서 직접지불제도와 같은 현금지급제도를 도입했을 때 어떤 특별한 유익함이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조금 더 쉽게 비유적으로 설명을 해볼까요? 책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공무원들이 그냥 알아서 책을 배급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는 필요도 없고, 흥미도 없고, 수준에도 맞지 않는 책을 그냥 받아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열불 터집니다.(현물서비스 시스템) 그러다가 이 책에 대한 비용을 현금으로 지급합니다. 단 그 돈은 책을 사는 데 써야 합니다.(cash for books, 즉 현금지급 시스템) 당연히 후자가 훨씬 좋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을 도서상품권으로 지급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차피 돈을 책(돌봄서비스)을 사는 데에 쓰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현금과 도서상품권(바우처)은 선택권이라는 측면에서 별다른 차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른 한편 정부 쪽에서 직접지불제도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요인은 비용절감 효과입니다. 즉, 동일한 비용으로 더 많은 양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거나, 더 적은 비용으로 동일한 양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국의 장애학 저널 『장애와 사회(Disability & Society)』 홈페이지에 가서 ‘direct payments’로 검색을 하면,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후에 실린 관련 논문들의 다수가 그 비용효과성, 즉 비용절감 문제에 집중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영국에서 직접지불제도로 전환하면서 발생했던 비용 절감 중 대부분은 기존의 현물서비스 시스템에서 다소 비대한 형태로 존재했던 관리 인력(공무원)의 인건비와 행정 비용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준현금지급제도+유사시장시스템’하에서 그러한 관리 업무가 이미 비영리민간영역에 위탁되어 있기 때문에,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국 한국적 상황에서는 현금지급제도의 도입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선택권의 증진이라는 측면에서도, 비용의 절감(혹은 더 많은 양의 서비스 제공)이라는 측면에서도 어떤 이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요. 따라서 완전한 경쟁적 시장시스템에 대한 맹목적인 선호가 아니라면, 현금지급제도를 시행해야 할 동기나 이유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영국에서도 직접지불제도의 선택률은 여전히 15% 수준


그렇다면 영국의 직접지불제도와 현재 한국의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장애인이 스스로 광고를 내서 활동보조인을 모집하고, 교육하고, 보험에 가입시키고, 세금을 내는 등 고용주로서의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가 하지 않는가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활동보조인을 직접 모집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 그리고 고용주로서 여러 가지 행정․회계 업무를 직접 처리하는데 있어서의 어려움 내지 번거로움은 생각보다 결코 작지 않은 것일 수 있습니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지요.


기존의 연구 결과를 보면 직접지불제도를 이용하는 장애인들 중 대략 34~43%가, 즉 3명 중 1명 이상이 활동보조인을 모집하는 것 자체에서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였습니다. 그들은 “완전히 악몽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침이건 저녁이건 시간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없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장 어려운 일은 직원[활동보조인]을 모집하는 일입니다. 어딘가에 전화해서 적절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습니다.”6)와 같은 진술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여러 어려움들 때문에 영국(잉글랜드)에서 직접지불제도의 선택율은 사실 별로 높지 않습니다. 이 제도가 시행된 지 17년째에 접어든 2013-14년에7) 지역사회기반 서비스(community-based service)를 받은 18세 이상 성인 105만 2천 명 중 14.7%에 해당하는 15만 5천 명만이 직접지불제도를 이용하였습니다.8) 그러니까 대략 7명 중 6명은 직접지불제도를 선택하지 않은 것입니다. 각 지방정부의 재량에 맡겨져 있던 직접지불제도를 의무적으로 시행토록 2001년에 규정을 개정했고, 그로부터 다시 10년이 훨씬 넘게 지났는데도 그러했습니다. 그나마 직접지불제도의 이용 비율 증가 중 상당 부분은 지역사회기반 서비스를 이용하는 인구 자체의 감소에 기인한 것입니다.9) 결국 영국에서도 직접지불제도는 결코 다수의 장애인들이 선호하고 선택하는 제도라 할 수 없는 것이지요.


(다음 글에 계속)

 

 

각주1)  현물서비스라고 해서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불가능한가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한국적 상황에서, 그리고 이 글에서 주요 관심사는 아니기에 추가적인 논의는 하지 않기로 한다.


각주2) 존 글래스비․로즈마리 리틀차일드, 『장애인 중심 사회서비스 정책과 실천: 서비스 현금지급과 개인예산』, 김용득․이동석 옮김, 올벼, 2013, 32쪽, 44쪽.


각주3) 같은 책, 194쪽.


각주4) 바우처에 대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는 “정부가 특정 수혜자에게 교육, 주택, 의료 따위의 복지 서비스 구매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비용을 보조해 주기 위하여 지불을 보증하여 내놓은 전표”이다.


각주5) 이동석․김용득, “영국 서비스 현금지급과 개인예산제도의 쟁점 및 한국의 도입 가능성”, 『한국장애인복지학』 22호, 2013, 60쪽.


각주6) 존 글래스비․로즈마리 리틀차일드, 『장애인 중심 사회서비스 정책과 실천』, 279~280쪽.


각주7) 영국은 회계연도가 4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이다. 즉 2013-14년이란 2013년 4월부터 2014년 3월까지를 말한다.


각주8) Health and Social Care Information Centre, Community Care Statistics: Social Services Activity, England(2013-14, Final release), HSCIS, 2014, pp. 44~46.


각주9) 잉글랜드의 지역사회기반 서비스 이용 인구는 2008-09년에 153만 7천명이었다가 2013-14년에는 105만 2천명으로 5년 사이에 1/3가량이나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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