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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장애인 위한 소중한 안식처, 빼앗길 수 없지요”
이상미 대구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 센터장을 만나다

어울림센터, 유사·중복이라는 이유로 벼랑 끝 내몰려
등록일 [ 2015년10월13일 22시02분 ]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복지정책은 딱 일곱 글자로 압축 가능하다. ‘복지재정 효율화’. 복지부 뿐만 아니라 국무총리 산하 사회보장위원회, 거기에 감사원까지 총 동원되어 전국적인 ‘복지 다이어트’를 밀어붙이고 있다.


모든 복지제도는 해당 서비스 또는 급여 이용자의 ‘필요’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국민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복지제도는 존재한다. 그래서 까닭 없이 만들어진 복지제도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복지재정 효율화’라는 싸늘한 일곱 글자는 이 모든 맥락을 압도해 버린다. 복지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의 절실한 ‘욕구’도, 각각의 복지제도가 만들어진 구체적인 역사와 배경도 전혀 중요한 게 아니다. 원칙은 오로지 ‘비슷한 복지 사업이 두 개 이상 있으면 안 된다’는 것뿐이다.


이렇게 유사·중복이라는 이유만으로 ‘살생부’에 오른 복지사업만 중앙정부 사업 48개, 지방자치단체 사업 1496개에 달한다.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아래 어울림센터) 또한 이 무시무시한 ‘살생부’에 올라와 있다. 여성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어울림센터는 여성가족부 지원으로 2009년 시범사업으로 처음 시작해, 올해에는 전국에 걸쳐 22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 사업이 복지부가 지원하는 여성장애인 교육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통폐합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을 비롯한 장애인계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인 여성장애인을 위한 사업을 없애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통폐합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요지부동. 결국 여성가족부의 사업이 복지부로 흡수되어 총 14억으로 축소된 예산이 국회로 넘어갔다.


13일 오전 11시. 장애인 활동가들은 또다시 국회 앞에서 여성장애인 관련 사업 축소를 막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상미 대구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 센터장을 만나 어울림센터가 왜 없어져서는 안 되는지, 그 절박한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이상미 대구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 센터장

 

비마이너(아래 ‘비’) : 대구 어울림센터는 언제부터 개설되어 활동중인 것인가?


이상미(아래 ‘이’) : 2010년 3월부터 시작했다. 여성가족부 지원으로 이 사업이 시작하던 초기에 문을 열었다.


비 : 어울림센터에서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이 : 우리 사회의 여성장애인은 3중고를 겪고 있다. 교육을 받지 못해 겪는 차별, 그로 인한 경제적 차별, 또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까지. 그러다 보니 생애주기별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어울림센터에서는 기본적으로 이런 지원을 위한 상담 업무를 한다. 나아가 이들이 사회참여가 가능하도록 자격증 교육도 하고, 여러 자조모임을 구성해 활동하기도 한다.


비 : 센터를 이용하는 장애여성의 숫자는 얼마나 되나?


이 : 실인원은 1년에 200명 넘고, 연인원은 2000명이 넘는다.


비 : 어울림 센터가 없다면, 지역사회에 이를 대체할 만한 기관이 있을까?


이 : 비슷한 프로그램은 복지관에도 많이 있긴 하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여성장애인만을 위한 상담 기능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다른 기관에서 상담을 할 수 있어도 2~3만 원 정도의 돈을 내야 한다거나, 여성장애인을 위한 전문적인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어울림센터는 기본적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없고, 일하는 사람 중 다수가 장애인 당사자다. 그러다 보니 같은 장애인 당사자로서 겪는 어려움을 공감하고 이해해 줄 수 있는 분위기가 잡혀 있다.


만약에 어울림센터가 없어진다면,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곳을 잃게 되는 여성장애인들이 존재한다. 이들의 욕구는 단지 (복지관처럼) 프로그램만 진행하는 곳에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 : 앞서 몇 가지 교육사업도 진행한다고 하셨다. 정부에서는 그런 부분이 복지부에서 지원하는 ‘여성장애인 교육사업’과 중복된다고 보는 게 아닐까?


이 : 두 사업은 분명히 목표가 다른 사업이다. 복지부의 여성장애인 교육사업은 학교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장애인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검정고시 준비 등을 하는 것이다. 반면, 어울림센터의 사업은 기초교육을 어느 정도 받은 분들이 사회참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춘다.


게다가 두 사업이 만들어지게 된 법적 근거부터가 다르다. 복지부 사업은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하고,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어울림센터 사업은 여성발전기본법에 기초하는 것이다.

 

▲여성장애인 사회참여 지원사업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기자회견 참가자들.

 

비 : 이 두 사업 외에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여성장애인 관련 사업이 어떤 것이 있나?


이 : 복지부에서 하고 있는 출산지원 사업이 있다. 여성장애인 관련 사업은 이렇게 딱 세 가지뿐인 것이다.


비 : 세 개 중에 그나마 있는 하나마저 없애겠다는 것인데, 많이 화가 나시겠다.


이 : 정부에서 이 사업을 왜 하는 것인지 정말 제대로 인식해 줬으면 좋겠다. 그나마 복지부는 생각이 좀 있어서 교육지원 사업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여성가족부는 어울림센터 사업을 만들어만 놓고 전혀 애정을 쏟지 않았다. 2010년 각 센터별 예산이 7900만 원씩 하던 것이 지금은 오히려 더 깎여서 7200만 원이 된 상태다. 깎이다 깎이다 이제는 아예 없애려고 하는 형국이다.


비 : 지금은 정부가 사업을 축소하려다 보니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야만 하는 시점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여성장애인 지원 예산이 더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어떤 방향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보는지?


이 : 앞으로는 여성장애인통합지원센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여성장애인을 위해 전문적으로 상담, 교육, 취업지원, 프로그램 진행 등을 함께하는 종합적인 시스템이, 복지관에 준하는 수준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 어울림센터에 지원되는 규모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비 : 지금까지 사업 통폐합을 저지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해 왔나?


이 : 오늘까지 국회 앞 1인 시위를 38일째 진행하고 있다. 국회에서 예산이 최종 결정되는 올해 12월 31일까지 진행할 것이다. 이와 함께 1만 인 서명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비 : 현재 정부는 복지사업 전반에 대해 유사·중복이라는 이유를 들어 통폐합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 정말 화가 난다. 대구에서도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물론 프로그램상의 중복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받는 대상자는 엄연히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존에 있는 이런 사업들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복지사업을 통합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말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서비스를 주고 있는지 조사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 조사도 없이 이렇게 일괄적으로 복지를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

 

▲이희정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사무처장(오른쪽)과 이상미 센터장(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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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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