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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상버스 도입 불가 노선, 직접 확인해 봤더니?
서울시 저상버스 미도입 노선 민·관 합동 점검 시행
대부분 일반 버스 운행에도 위험한 도로 문제
등록일 [ 2015년11월03일 11시25분 ]

'부득이한 사정’으로 저상 버스 도입이 어려워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아예 이용할 수 없는 노선들이 있다. 그런데 정말 이 ‘부득이한’ 사정들이 ‘해결될 수 없는’ 사정들인 것일까. 장애인들이 가 닿을 수 있는 영역은 지금보다 더 넓어질 수 없는 것일까.

 

▲서울시 저상버스 미도입 노선 점검을 위해 모인 관계자들

 

서울시와 장애인단체, 운수회사, 버스 제조업체 등이 참여한 ‘서울시 저상 버스 미도입 노선 민·관 합동 점검이 2일 진행되었다.

 

2015년 9월 현재 서울시의 총 버스 노선은 375개로 이 중 아직 저상버스가 도입되지 않은 노선은 138개. 서울시는 이 중 광역노선(11개)과 아직 저상버스가 개발되지 않은 중형버스 노선(50개)을 제외하고 신규로 54개 노선에 저상버스 도입이 가능하다고 보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23개 노선은 도로구조 등의 문제로 도입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태.

 

이에 이날 민·관 합동 점검에서는 도입 불가 노선으로 분류된 곳 중 9개 노선을 저상버스를 타고 돌며 직접 확인해 봤다.

 

운수회사 측에서 저상 버스 도입이 어렵다며 내세운 근거는 주로 급경사, 좁은 회차로, 과속방지턱 등이었다. 저상 버스가 일반 버스보다 길이가 길고, 엔진 출력은 낮아 사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버스와 저상 버스의 사양을 살펴보면, 이 같은 운수업체 측의 주장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7737번, 2212번, 1111번, 1135번 노선의 경우 저상 버스가 일반 버스보다 더 길기 때문에 회차가 어려워 도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확인해 본 결과, 일반 대형 버스와 저상 버스의 차 길이는 각각 10.5m와 11m로 약 50cm가량 차이가 났다. 앞바퀴와 뒷바퀴 간의 거리도 약 20cm가 차이 날 뿐이다. 해당 노선들에는 일반 대형 버스가 이미 다니고 있기 때문에, 저상 버스 운행이 거의 불가능 하다는 운수회사 측의 답변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였다.

 

▲길이 좁아 회차가 어렵다는 구간. 그러나 일반 버스가 회차하기에도 버거워 보인다. 장애인 단체측은 인도 폭을 조금 줄이면 일반 버스도, 저상 버스도 모두 수월하게 회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길이 좁아 회차가 어렵다는 구간. 그러나 일반 버스가 회차하기에도 버거워 보인다. 장애인 단체측은 인도 폭을 조금 줄이면 일반 버스도, 저상 버스도 모두 수월하게 회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7738번, 7715번 노선을 운영하는 운수회사들은 급경사 구간에서는 저상 버스의 엔진 출력이 약해 겨울철이 되거나 승객을 많이 태우면 사고의 위험이 높아지므로 도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반 버스와 저상 버스는 동일한 엔진을 사용한다는 것이 제조업체의 설명이다. 실제로 일반 버스와 저상 버스의 최고출력은 290ps(마력)으로 동일하다. 즉, 엔진 힘으로 1초에 끌 수 있는 무게가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급경사 구간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일반 버스나 저상 버스 모두에 해당한다.

 

2115번과 1135번 노선 중에는 고가도로와 같은 시설물이 있었다. 운수회사 측은 시설물로 인해 높이 제한이 발생하여 일반 버스보다 차체가 높은 저상 버스는 해당 노선 운영이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해당 노선 일반 버스가 시설물 아래를 지나가는 것을 보니, 버스 윗면이 시설물 지지 구조에 거의 닿아 매우 위험해 보였다. 그러나 차 높이 역시 일반 버스는 3.2m, 저상 버스는 3.3m로 두 버스 간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해당 노선은 모든 버스가 다니기에 안전한 구간으로 노선 변경이 필요한 것이다.

 

▲고가도로 등의 시설물로 인해 저상 버스 운행이 어렵다는 구간. 그러나 제한 높이 2.5m인 구간에 높이 3.2미터 가량 되는 일반 버스도 지나다니고 있어 해당 구간 자체가 안전한 버스 운행을 담보할 수 없다.

 

종합해보면, 저상 버스 도입이 불가능하다며 내세운 이유들은 일반 버스 운행 시에도 문제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상 버스가 회차하기 어려운 구간은 일반 버스가 회차하기에도 어려운 구간이고, 저상 버스 차체를 다치게 할 위험이 있는 시설물은 일반 버스 운행에도 위험한 것이다. 현장 점검은 저상 버스를 도입할 수 없다는 이유들이 저상 버스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버스 운행 자체에 적합하지 않은 도로 환경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합동 점검에 장애계 대표로 참석한 김광이 상상행동 장애와 여성 ‘마실’ 대표는 “저상 버스는 장애인뿐 아니라 유모차 사용자나 노인, 부상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모든 교통 약자들의 편리를 위한 것”이라며 저상 버스 도입이 장애인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 일부 구간의 도로 사정 때문에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구간을 교통 약자들이 이용할 수 없거나 이용하기 불편하게 방치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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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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