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염전노예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 기자회견 |
작년 2월 신의도 염전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당하다 극적으로 탈출한 '염전노예사건'의 피해 당사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피해 당사자 8인과 3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염전노예장애인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염전노예사건을 묵인하고 협력한 경찰, 노동부, 지자체에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염전노예 사건은 신안군 염전에서 강제노역을 당하던 피해당사자가 수차례 탈출 시도 끝에 작년 2월 주민의 눈을 피해 어머니에게 몰래 보낸 편지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편지를 받은 어머니는 이를 서울 구로경찰서에 신고했고, 이후 수사과정에서 장애인 등을 상대로 자행된 인권유린이 밝혀져 악덕 업주 129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피해자 박 모씨는 “염전에서 3번이 탈출을 감행하고 파출소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다시 염전으로 돌려보내졌다”라고 증언해 이번 사건에 국가가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의 원고들은 “염전 사업장에 대해 정기적인 관리·감독을 해야 할 근로감독인은 직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며 직업소개소를 감독해야할 신안군 또한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아 직업소개소에서 인신매매가 이뤄졌다”며 공공기관이 책임과 의무를 져버렸음을 규탄했다.
이에 공대위는 “염전노예 사건은 국제사회까지도 경악하게 만든 심각한 장애인인권침해사건임에도 정작 우리 사회가 달라진 것은 없다”며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국가가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는 “염전노예사건을 보면 국가가 장애인을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그 권리조차 인정하지 않은 것이며 국민으로 보지 않은 처사”라며 “염전노예 사건이 뜨거웠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방지책에 대한 말조차 나오지 않다”라고 규탄했다.
피해당사자로 기자회견장에 오른 시각장애 5급인 김모씨는 “새벽 3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일을 하는 강제노역에 임금도 한 푼 받지 못했다.”며 “우여곡절 끝에 염전에서 탈출 할 수 있었으나 아직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강제노역을 하는 이들이 있는 것을 아는데 두고만 볼 수 없어서 이렇게 나왔다”며 재발 방지책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정규 원곡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작년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노동청은 신의도 등의 섬지역에 대해 근로감독을 하지 않았으며 섬을 탈출하기 위한 유일한 통로인 선착장에서는 염전에서 일하던 인부들에게 표를 팔지 않았다”며 “관할 면사무소에서 장애인복지카드를 발급받은 김모씨의 경우에는 사회복지급여를 비롯해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였다”며 국가배상청구소송의 이유를 밝혔다.
이에 원고들은 소송을 통해 대한민국에 대한 배상책임으로 △경찰권한의 불행사 △근로감독관의 사업장감독권한 불행사 △직업소개소 관리감독의무 소홀에 대한 책임을, 신안군에 대해서는 △선착장 관리감독의무 소홀 △복지 담당 공무원의 보호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한편 염전노예사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소장은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제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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