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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내부고발이라도 했으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겠다”
인천 S특수학교에서 파면 당한 기유정, 마대호 교사를 만나다
등록일 [ 2015년11월13일 13시46분 ]

여기, 두 명의 교사가 있다. 두 교사는 인천의 S특수학교에서 각각 21년, 10년을 일했다. 그러나 학기가 한창인 지금, 두 교사는 매일 교단이 아닌 교문 앞에 선다. 학교로부터 ‘파면’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파면은 교사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다.

 

학교는 이들이 수년 전 한 동료교사가 학생들을 성추행 하는 등 인권침해를 했다는 ‘허위사실’을 외부에 알려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했다. 최근 성추행 의혹을 받은 교사가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자, 학교는 지난 달 징계위원회를 열고 두 교사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정작 파면 처분을 받고 쫓겨나게 된 두 교사는 학교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체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4일 당사자인 기유정 교사(21년 근무)와 마대호 교사(10년 근무)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교 앞에서 피켓시위 중인 기유정 교사(왼쪽)와 마대호 교사(오른쪽)

 

 

# “어떠한 것이라도 좋으니 증거를 보여주면 차라리 속이 시원하겠다”

 

비마이너(아래 비): 징계를 받으신 이유는 무엇인가?

마대호(아래 마) : 허위 사실을 학부모와 외부인(전 시의원 등)에게 알려 학교가 시교육청 특별감사를 받게 되었다는 것, 이로 인해 언론에 '인천판 도가니 학교'로 보도되어 학교 명예가 실추되었다는 것, 전교조와 장애인부모회를 동원해 사건을 확대했다는 것, 학교에서 발생한 문제로 인해 진행된 재판에 관여하여 동료교사를 음해했다는 것 등이다.

기유정(아래 기) : 이렇게만 보면 마치 우리가 대단한 악의를 품고 학교를 음해한 것 같이 보이는데, 정말 내부고발이라도 했으면 이렇게 억울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도 않은 일로 징계를 받아 황당하다.

 

비: 그럼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일들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마: 특별감사 때 진술서를 쓴 것 외에는 학부모를 만난 적도, 기자를 만난 적도 없다. 전교조와 부모회를 동원했다니, 우리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다. 재판에 관여? 증인으로 선 적도, 학교나 학생 측 변호사를 만난 적도 없는데 대체 어떤 관여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비: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면 증거가 부족할텐데, 징계위원회에서 어떻게 이렇게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나?

기: 그러니까 황당하다는 거다. 보통 징계사유서에는 몇 시에 누굴 만났고, 어떤 문서를 보냈다와 같은 징계 사유 증거 자료들이 첨부되는데, 우리가 받은 징계사유서에는 그런 게 없었다. 징계최종통보서에도 "징계의결요구서에 첨부된 입증 서류로 보았을 때" 진상조사가 충분했다고만 나와 있지 그 입증 서류가 첨부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당사자에게 알려주지 않고서도 파면 징계가 어떻게 가능한지 의아하다.

마: 어떠한 것이라도 좋으니 증거가 될 만한 것이 있다고 보여주면 차라리 속이 시원하겠다. 중재하러 간 교육청 장학사도 증거 자료를 못 봤다고 하더라. 실체가 없으니 반박을 하기도 어렵다. 학교에서는 "그럼 너희가 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라"고 하는데, 안 한걸 대체 어떻게 증명하나. 징계위원회 위원 일부가 시교육청 특별감사로 경고, 주의를 받았거나 이 사안과 관련된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객관적인 증거 없이도 이런 최고징계가 결정될 수도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 두 교사에게 보낸 동일한 내용의 징계사유서

 

비: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기에 언론에까지 보도가 되었던 것인가?

마: 언론에 보도된 것 같이 '도가니 사건' 수준으로 대단한 건 아니었다. 학생 인권침해는 이전에도 장난이나 훈육 방식이라는 명목으로 소소하게 있었는데 그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 교사가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여학생을 꾸중하다 바지를 찢은 일이 있었다. 이 사건 때문에 재판이 진행되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도 모르고 있던 남학생 피해자가 한 명 더 있었다. 교사가 이 학생의 성기를 만지고 신체 부위를 꼬집는 등의 강제 추행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추가로 제기 되어 있었다.

기: 이 사건을 계기로 학교 운영에 대한 학부모님들의 불신이 커졌던 것 같다. 학부모회를 중심으로 성추행 건 외에도 공금 횡령 등에 대해서 민원을 넣고 항의하며 갈등이 심화되었다.

 

비: 이에 대해 학교는 어떻게 반응했나?

기: 학부모가 시의원을 통해 교육청에 넣은 민원이 특별감사 전에 학부모 실명도 지우지 않은 채 그대로 유출되어 학교가 비상대책위를 꾸리고 감사를 대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학교는 학부모에게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기 위해 판사에게 보낼 글을 작성하고 여기에 교직원들이 서명하도록 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서명하지 않았다.

재물손괴(청바지를 찢은 사건)와 강제추행 건은 모두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게, 재판이 진행 중일 때 교사들을 다 불러 모아 놓고 증거자료로 제출할 발언을 녹음했다. 지금 가해교사로 지목 받는 선생님 인생이 망가지게 생겼다, 이 선생님을 도와야한다는 동정하는 분위기 속에 사건의 실제 이야기를 쉽사리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 민원을 넣은 학부모를 학교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것 때문에 일이 더 커진 것이다. 문제를 대화와 소통에 의해 해결하지 않고 고소, 고발로 이어진 것이 상황을 키웠다고 생각한다. 누가 나가서 학교 이야기를 하고 다녀서 커진 게 아니다.

 

 

# “수시 발표 전날, 고3 담임을 파면하는 게 말이 되나?”

 

비: 물의를 일으킨 교사를 징계하지 않고 학부모와 다른 교사들을 처벌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마: 사립학교다 보니 팔이 안으로 굽는 일은 종종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사한 사유로 징계할 일이 생기더라도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징계 수위 결정과 의결은 판이하게 다른 경우가 많다. 사안의 중대성보다는 보호해야 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런 구분이 이러한 의아함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해본다. 학부모를 고소하는 것은 학교의 입장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방법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더 이상 학부모들이 문제제기하지 않도록 하는 침묵의 형성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학교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이전에 생겼던 모든 갈등의 원인이 학교 안에 있는 게 아니라 악의적으로 학교 문제를 발설하고 다닌 교사 때문이라는 식으로 정리하려는 인상을 받는다.

기: 이런 식으로 눈 가리고 아웅해봤자 학교 이미지는 더 나빠질 것 같은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비: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반응은 어떤가?

기: 내가 고3 담임이라 징계 통지를 방학 전에나 할 줄 알았다. 그런데 학기가 한창인 지난 월요일(10월 26일)에 징계 통지를 했다. 아이들 수시 발표 전날로, 정말 중요한 날이었는데 이렇게 징계 통지를 하니까 정말 어이가 없고 화도 났다. 학생에게 이야기를 들은 학부모 한 분이 전화를 하셔서 정말 화가 난다고, 고3은 취업과 진학을 결정하고 계속 교사와 상담해야 하는 중요한 때인데, 그런 선생님을 어떻게 학기 중에 해임할 수 있느냐며 학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셨다. 결국 이 분이 학교에 항의전화를 하셨다. 하지만 학교 측 입장을 들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다른 학생들과 학부모님들도 SNS 등에 우리 글을 공유하는 등 지지해주고 있다.

마: 지난 목요일(10월 29일)에 학교 앞에서 집회를 했는데, 거기에 정말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다. 졸업생 한 명이 와서 지지발언을 해주기도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아시다보니 많은 분들이 힘을 모아 주시는 것 같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10월 20일, S학교 앞에서 진행된 집회 모습

 

비: 이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 같은가?

마: 복직은 될거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징계위원회가 열린다고 할 때부터 주변에 있는 사람 중 누구도 파면까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있지도 않은 일들로, 설령 우리가 정말로 제보를 하거나 재판에 관여했더라도 파면 사유로 충분치 않은 일들로 해임이 되어 버리니까 다들 황당해 한다. 아마 학교 측도 이런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일단 파면으로 징계 통보를 하고, 복직하면 재징계로, 소송 결과에는 항소로 긴 시간 개인이 지쳐 스스로 복직을 포기하게 만드는 일부 악덕 사립학교들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이 재단에 맞서는 것은 분명 감당하기 어렵다. 많은 분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한편, S특수학교 측은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절차대로 진행했고, 징계위원회에 불성실하게 출석한 것은 (해당) 선생님들”이라며 “징계위원회에서 내놓은 증거자료는 충분했고, 실제로 선생님들 실명도 거론되었다. 증거자료만 두고 보면 파면징계 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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