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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전검사와 낙태, 그 이면에 자리한 ‘생명권력’
“죽게 내버려 두는” 생명권력과 네거티브 우생학의 작동
등록일 [ 2015년11월20일 19시51분 ]

오늘날 관례화된 절차로 행해지는 산전검사 이면엔 어떠한 생명권력(biopower)이 자리하고 있을까. 예비 부모의 선택권이라는 명목으로 시행되는 산전검사가 오늘날의 네거티브 우생학의 한 흐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장애학회가 ‘장애학과 생명윤리 : 출생에서 죽음까지’라는 주제로 20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추계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첫 번째 섹션에서 발표한 김도현 비마이너 발행인은 프랑스 현대 철학자 푸코가 제시한 개념인 '생명권력'이 산전검사와 낙태 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한국장애학회가 ‘장애학과 생명윤리 : 출생에서 죽음까지’라는 주제로 20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추계학술대회를 열었다.

 

푸코는 근대 이전 군주는 인민에 대해 “죽게 만들고 살게 내버려 두는” 권력을 휘둘렀다면, 근대 이후 국가는 인민에게 “살게 만들고 죽게 내버려 두는” 생명권력을 부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생산수단의 변화와도 연결된다. 자본주의 이전에 생산자인 농민들은 생산수단인 토지에 결합해 자급자족하며 살았고, 군주는 ‘죽게 만드는 칼의 권리를 통해’ 이들을 통치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수단을 갖지 못하는 무산 계급은 자본가에게 고용될 때, 즉 자본가와 연결될 때만 살아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생명권력이 관심을 갖는 대상은 개별 생명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종으로서의 인간”, 인구라는 전체 집단이다. 생명권력은 전체 인구 집단의 생산성을 높이는 존재와 낮추는 이들을 분리해서 바라보며, 이 중 생산성을 낮추는 이를 제거한다. 여기엔 정신·정서·신체상의 장애를 가진 이들이 해당한다. 『인구론』을 쓴 토머스 맬서스는 식량의 증가가 인구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기에 남아도는 인간은 “죽게 내버려두는 게 사회 전체의 증대를 이끌 수 있다”라고 했다.


이러한 관점은 20세기 초중반까지만 해도 적극적인 비판의 대상이 아니었다. 1946~1948년에 초대 유네스코 의장을 지냈던 생물학자 줄리언 헉슬리 또한 우생학을 적극 지지했던 인사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1937년 영국우생학회가 제작한 선전영화의 해설을 맡았다. 그 영화의 마지막은 다음과 같은 말로 끝맺는다. “장애인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사회의 당연한 의무이지만, 그들이 태어나지 않는 편이 자신을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보다 행복한 일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발행인은 “장애인이 태어나지 않는 게 과거 우생학자들의 꿈이었으나 당시엔 그럴만한 과학기술이 없었다”면서 “의료유전학이나 생명과학이 발전하면서 기술력을 확보했다. 그것이 바로 산전검사와 낙태”라고 말했다.


즉, 오늘날 네거티브 우생학이 산전검사와 낙태라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발행인은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이를 제거해 전체 인구집단의 질을 개선하는 게 네거티브 우생학”이라면서 “단종수술, 나치 시대에 장애인을 안락사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우생학이란 국가의 강압적 억압에서 실행되기에 ‘현재엔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렇게만 이해할 순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 발행인은 “모든 산모를 대상으로 산별 검사를 실시하는 건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장애인이 태어나지 않으면 그들에게 들어갈 의료비, 복지비 등이 절약되기도 한다”면서 “이러한 비용-편익 분석은 과거 나치에서 장애인을 학살하며 ‘소시지와 고기를 얼마 절약했다’는 것과 공명하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 산별 검사가 정당성을 얻는 데에는 임신과 관련하여 부모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것에 있다. 하지만 김 발행인은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선택’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김도현 비마이너 발행인
김 발행인은 “선택이라면 A 또는 B를 선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상황이 확보되어야 한다. 어떠한 하나를 선택하는 데 있어 자유로워야 하고, 그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압력도 없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장애 태아를 낳아서 기르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지라도 장애에 대한 차별, 장애 태아를 키울 때 포기해야 하는 경제적 문제, 주변의 낙인 등이 이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는 ‘산전 기형아 검사’에 대한 국가 안내에서도 은밀히 드러난다.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국가건강정보포털엔 이에 대해 이렇게 안내하고 있다.

 

“임신부나 그 가족은 임신 기간 내내 태아가 건강할까 하는 불안감으로 많은 걱정을 하게 됩니다. 만일 유전적 질환이나 선천적 기형을 갖고 있는 신생아가 태어나면 부모와 다른 가족은 물론 본인도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부담으로 고통 받기 때문입니다. …특히 염색체 이상이 있는 경우는 평생 장애를 갖게 되고, 대부분 다발성기형을 동반하므로 더욱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에 대한 감수자로는 보건복지부, 대한의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라고 명시되어 있다. 국가 권력과 의료권력이 결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공식 입장’에 대해 김 발행인은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고통’, ‘심각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라는 방향이 명시적으로 나와 있진 않으나 이 언술 속에 지시적 방향이 담겨 있다”면서 “그 언술이 실현되는 낙태라는 것이 지금 이 순간에도 번번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발행인은 “현대의 네거티브 우생학은 국가의 강압이 아닌 우리사회의 어떤 생명을 살 수 없게 만드는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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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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