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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연명의료결정, "고통받는 삶은 존엄하지 못한가"?
안락사·존엄사 논의 속 장애인의 입장은 어디에?
등록일 [ 2015년11월20일 21시57분 ]

▲한국장애학회 2015년 추계 학술대회 "장애학과 생명윤리, 출생에서 죽음까지"에 마지막 주제인 '안락사, 존엄사, 연명의료 중단 그리고 장애인'의 발표자와 토론자들.

 

최근 국내에서도 안락사 또는 존엄사 허용 관련된 입법이 추진되면서, 다시금 안락사 논쟁에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실질적인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장애인의 목소리는 얼마나 담겨 있는 것일까?

 

20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한국장애학회 추계학술대회는 최근 안락사 논쟁의 불을 지핀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이용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안」(아래 연명의료결정 법률안)과 관련해 장애인의 입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발제를 맡은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7월 7일 김재원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대표발의 한 연명의료결정 법률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이 법안은 2009년 국내에서는 사실상 처음으로 법원에 의해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내려진 '세브란스 김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연명의료 결정에 대한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일각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연명의료 제도화를 위해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및 병원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19세 이상 성인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여 등록기관에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연명의료결정 및 이행 관련 대상과 절차를 규정했으며,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 제도화를 위해 이를 위한 전문기관 지정 및 평가 조항 등을 마련했다. 이는 사실상 부분적으로나마 안락사 또는 존엄사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조 교수는 이에 대해 과연 이 법안이 환자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법안에서는 환자가 의사능력이 없는 경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의료 결정 대리인 등을 통해 판단하도록 했는데,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자발적인 죽음을 선택하는 이면에 작용할 수 있는 정치적·제도적·문화적 상황을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조한진 대구대 교수

연명의료 결정은 기본적으로 '회생'의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스스로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는 입장에서 출발한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결과적으로 보면 연명의료의 개념을 불필요하고 낭비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라며 "낭비적인 치료행위라면 이것은 처음부터 부당한 것으로 연명의료 개념 자체가 의료행위와 맞지 않는 모순적 관계"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 교수는 "결과적으로 보면 통증을 가진 채 사는 것은 존엄하게 죽을 수 없다는 논리"라며 "그렇다면 고통이 있는 삶은 존엄하지 않은 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 될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존엄하다는 것이 죽음과 함께 쓰일 수 있는 가에 대한 문제까지 바라봐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한 장애계에서의 논의가 우리나라에서는 전무했다. 이에 반해 미국에서는 생명권과 장애권리와 연관을 지은 연구가 활발했다.


또한, 안락사 또는 존엄사 합법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국의 장애인 단체 '아직 죽지 않았어(Not Dead Yet, 아래 NDY)'는 존엄사가 장애에 대한 사회의 불편함·반감의 전형이라고 보며,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이 독립적이고 생산적 삶을 살도록 지원하기보다 자살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존엄사에 반대하고 있다.


조 교수는  "연명의료를 중단할 권리를 따지기 전에 장애인이 죽음을 선택하는 이유의 타당성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며 "품위 있는 삶의 선택지를 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윤삼호 한국장애인인권포런 정책위원은 조 교수의 발제 내용에 동의하면서 “이 법률안은 사회적·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간주되는 사람들의 생명과 삶의 가치를 위협할 수 있다”며 “더 살고 싶은 욕망과 가족들에게 부담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 있는 사람이 ‘사회적 살인’을 당하지 않도록 장애계에서 귀를 열고 목소리를 더 크게 높여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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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영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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