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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조차 할 수 없는 죽음… 홈리스 추모제 열려
무연고자라는 이유로 ‘행정상 처리’되는 죽음이 1년에 300여 명
등록일 [ 2015년12월22일 22시52분 ]

거리, 시설, 쪽방 등지에서 돌아간 홈리스를 추모하는 홈리스 추모제가 동짓날인 22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홈리스들의 위패에 둘린 목도리와 그 앞에 놓인 꽃 한 송이


세상을 뜬 홈리스들의 위패에 두툼한 목도리가 하나씩 둘렸다. 그 앞엔 죽음을 기리는 꽃 한 송이가 놓였다. 그와 생전에 연이 있든 없든, 사람들은 그 앞에 깊이 몸을 숙였다. 아무 소리 없이 잠든 그의 삶이 지금 그 앞에 허리 숙인 이들의 삶과 닿아 있었다.


거리, 시설, 쪽방 등지에서 세상을 떠난 홈리스를 추모하는 홈리스 추모제가 동짓날인 22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2015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14일부터 22일 동짓날까지를 ‘홈리스 추모주간’으로 정하고, 무연고자 사망자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추모관 운영, 사망한 홈리스의 생애가 담긴 생애기록집 배포, 영상 상영회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공동기획단에 따르면 매해 300명 이상의 홈리스가 거리에서 죽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죽음은 그저 행정상 ‘처리’될 뿐, 살아있던 존재로서 애도 받지 못하고 있다. 법적 연고자가 없거나 혹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무연고자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와 살아생전 연을 맺었던 이들은 그의 부고를 연락받고 애도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처리’의 대상이 되는 육신은 이제껏 너무 쉽게 병원에 ‘해부용 시신’으로 넘겨진다. 그러나 최근 헌재는 무연고 사망자 시신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의학의 교육 또는 연구를 위한 해부용으로 제공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사후이지만 시신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관련 법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이 추진 중이지만 지난 11월 30일 새누리당은 이에 정면으로 반하는 ‘시체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새누리당은 개정안에서 “시체 본인의 생전 반대 의사가 없는 한”이라는 제한 규정을 넣음으로써 사실상 당사자의 분명한 반대 의사 표현이 없으면 시체를 해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1962년도에 만들어진 법인데 아직까지 이런 법이 시퍼렇게 살아있다”면서 “가난하게 살아 복지에 의존했으니 죽어서라도 몸 보시하라는 포악한 입장이 아니라면 이런 법이 여전히 남아있을 순 없다”라고 꼬집었다.

거리에서 죽어간 홈리스를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영정 앞에서 묵념하는 사람들
홈리스들의 영정. 많은 이들이 영정 사진을 남기지 못해 이름만 새긴 위패만 있다.

이런 마음을 담아 이날 추모제에서 홈리스 당사자인 김종언 씨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하늘에서 내려오신 찬 기운이 / 가장 절박한 생명을 부여잡고 몸부림치던 노숙인 / 저승길로 떠난 어느 날 밤 /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 지금도 매일 죽음의 문턱을 서성이고 있는 사실을 당신은 알고 계신가요.” (홈리스 추모시 중에서)


동자동 쪽방에 사는 차재설 씨도 “살아서도 인간 대접받지 못하는 홈리스, 죽어서라도 인간 대접받을 수 있게 해달라”면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주어지는) 장제급여 75만 원도 기가 막힌데 해부용으로 쓰겠다니 홈리스는 ‘죽으면 시체용으로 쓰지 마세요‘라고 쪽지라고 품고 다녀야 하나”라고 원통해 했다.

 
차 씨는 홈리스들이 거리 생활을 끊을 수 있을 수 있는 발판이 되는 쪽방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공공 쪽방’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올해 초 동자동 9-20 건물주가 건물 안전진단을 이유로 거주인들에게 퇴거 명령을 내린 것에 이어 9월 말엔 남대문로 5가 쪽방촌에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했다. 이곳에서 역시 건물주가 안전진단을 이유로 쪽방 거주인들에게 강제퇴거 명령을 내린 것이다. 다행히 동자동 9-20의 경우 서울시의 적극적 개입으로 리모델링 후 쪽방으로 유지됐으나 남대문 쪽방 주민들은 어떠한 주거지원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났다.


차 씨는 “(집주인은) 쪽방을 허물고 게스트하우스와 높은 건물을 세우고 있다. 우리는 왜 쫓겨나는지도 모르고 보상도 없이 쫓겨난다.”면서 “살기 위해 쪽방에 들어가는 데 거기서 쫓겨나면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라고 호소했다.


문애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홈리스가 거리에서 죽어가는 데도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도 마찬가지다.”면서 “시설에서, 집구석에서 장애인이 맞아 죽고 얼어 죽고 불타 죽어가고 있음에도 사회와 정부는 나 몰라라 한다. 장애인의 삶과 홈리스의 삶이 다르지 않다”며 얼굴 없는 이들의 죽음을 추모했다.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의사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노동자가 의사에게 하는 말’을 변용하여 ‘의사가 홈리스에게 하는 말’을 낭독했다.


“제대로 몸을 쭉 뻗고 편히 잠을 잘 수 없어 / 온몸의 근육이 굳고, 팔다리에 쥐가 나는 사람에게 / 근이완제를 주고 신경통약을 처방합니다.


불규칙한 식사와 화장실도 마음대로 갈 수 없어 / 만성적인 변비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 변비약, 관장약을 처방합니다.


잃어버린 가족, 가슴 치며 후회되는 어떤 순간, 치욕적인 모멸감을 잊지 못해 / 가슴이 떨리고 잠을 이룰 수 없고 숨이 차다는 당신에게 / 혈압약, 수면제, 기관지 확장제를 처방합니다.” ( ‘의사가 홈리스에게 하는 말’ 중에서)


이 의사는 “사업에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고, 돈이 없다고 가족이 깨어지지 않으며, 가난한 사람이라고 함부로 모욕하고 모함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법을 의과대학에서는 배우지 못했습니다”면서 “죄송하다”라는 말로 시를 끝마쳤다.


추모제를 마친 뒤 이들은 영정을 들고 서울역 광장을 출발해 응급대피소를 지나 서울역 지하도를 걸으며 거리에서 죽어간 홈리스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행진을 진행했다.

 

 
홈리스에 대한 의료와 주거지원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홈리스 추모제에 참여한 사람들
거리, 시설, 쪽방 등지에서 돌아간 홈리스를 추모하는 홈리스 추모제가 동짓날인 22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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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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