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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광화문 농성장 <광화문 시네마> 세월호 다큐 ‘바다에서 온 편지’ 상영
등록일 [ 2016년01월08일 15시15분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로 인해 죽어간 사람들, 지난해 일어난 세월호 사건, 최근 한일 '위안부' 문제까지. '시간'이라는 물결이 흘러갈 때 우리가 움켜쥐어야 할 역사가 늘어나고 있다.
 

매월 첫째, 셋째 주에 광화문에서는 작은 영화제가 열린다. 광화문역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에서 진행되는 '광화문 시네마'. 두 번째 시간인 7일엔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바다에서 온 편지'가 상영되었다. 상영이 끝난 후엔 유경근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아래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대화를 나눴다.
 

광화문은 가난한 이와 장애인,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에게도 의미 있는 공간이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다음 날인 2014년 4월 17일, '3급' 장애인 송국현 씨가 숨을 거두었다. 그는 '3급이라서'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했고, 홀로 있던 사이 집에 불이 났지만 혼자 힘으로 빠져나오지 못해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세월호 안에서 사람들이 물 안으로 잠겨갈 때, 송 씨는 화마가 남기고 간 고통 속에 잠겨가고 있었다. 그렇게 장애인들과 세월호 피해자들이 지나온 공통의 시간은 광화문의 위(세월호 농성장), 아래(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를 하나로 엮고 있었다. 광화문은 이들이 국가의 폭력에 저항하는 기억의 공간이 되고 있다.
 

영화제라는 거창한 이름과 달리 사람들은 농성장 바닥에 소박하게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영화를 본다. 사람들은 이내 곧 영화에 깊게 빠져든다. 어느덧 사회엔 잊힌 이야기, 그리고 국가가 지우려는 목소리들. 화면을 통해 전해진 이야기는 여전히 생동하는 오늘의 이야기로 살아난다. 그리고 그들 곁으로 행인들이 분주히, 무심하게 지나간다.
 

'바다에서 온 편지'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광화문역 농성장에 간이로 설치된 조그만 화면 속에서 거대한 이야기가 걸어 나온다. 세월호 탑승객이 '전원 구조'되었다가, 알고 보니 그게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유가족들의 오열과 분노가 쏟아졌다. 가족들은 어마어마한 국가 권력 앞에서 좌절도 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세월호를 기억하고 유가족 곁을 지키는 수많은 시민들 앞에서 더 다부진 모습으로 서겠다며 결연한 눈빛을 보이기도 했다.

'바다에서 온 편지' 상영 이후 참석자들과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건이 발생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무렵부터, 사람들은 이제 그만 잊으라고, 언제까지 2014년 4월 16일 팽목항에 머물러 있을 셈이냐고 다그쳤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은 말한다. '우리가 말하는 기억은 머물러 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유 집행위원장은 상영 후 이어진 대담에서 작년 12월 열린 청문회를 통해 "한계와 희망을 동시에 보았다"고 전했다. 그는 "국가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협조에 제대로 응하지 않거나, 심지어 방해하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음에도, 이미 많은 것들이 밝혀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진실에 가까이 가려는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사망한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 집행위원장은 "많은 분들이 이 소식을 듣고 '왜 굳이 교실을 남겨두려 하느냐, 추모관을 따로 만들면 되지 않느냐, 유가족들의 무리한 요구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이는 우리 의도를 제대로 알지 못한 것"이라고 전했다. 교실을 남겨둔다는 것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직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 집행위원장은 최근 유가족들이 밝힌 ‘학생들의 명예 졸업식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아직도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과 선생님이 있는데, 졸업식을 해버린다는 것은 빨리 단원고의 기억에서 이 사건을 지워버리겠다는 것 아닌가. 우린 그럴 수 없다". 그는 세월호 사건 이후에 많은 곳에서 한국의 '주입식 교육', '군대식 교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음에도 이를 바로잡으려는 시도는 경기도 교육청, 심지어 단원고 내에서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문제 해결은 제대로 된 기억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제까지 한국사회에 쌓인 온갖 부조리와 병폐를 보여준 가장 큰 이슈였으나 제대로 매듭지어지지 못한 채 남겨진 세월호 사건. 이는 누군가 죽거나 다칠 때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 뿐 이내 잊히고 마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문제와도 닮아있다. 유 집행위원장은 광화문 농성장을 둘러보며 "세월호 농성보다 훨씬 더 오래 진행해 오신 '선배님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함께 연대하며 이 문제들을 기억해 달라고, 그래서 문제를 온전히 해결해 나가자는 목소리가 지치지 않도록 서로 용기를 주자"며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이날 광화문 공동행동의 '분홍종이배' 마크가 새겨진 티셔츠를 선물로 받았다.

광화문시네마는 매월 첫째, 셋째 목요일에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농성장에서 진행되며, 자세한 소식은 광화문 농성장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gwanghwamunaction)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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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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