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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원전 인근 바닷물을 식수로? “반대”… ‘균도 부자’ 53일째 농성
등록일 [ 2016년01월25일 17시10분 ]
편집자 주 _ ‘균도 아빠’ 이진섭 님(부산장애인부모회 기장해운대지회장)과 이균도 님(발달장애 1급)이 53일째(1월 25일 기준) 기장군청 점거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균도 부자’가 사는 부산 기장군에서 고리핵발전소 인근 바닷물을 해수담수화하여 주민들의 식수로 쓴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농성투쟁 결과 기장군청은 ‘오는 3월 18일, 19일 해수담수화에 대한 주민투표를 하겠다’고 최근 선언했으나 농성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장군청에서 농성 중인 이진섭 님의 글을 싣습니다.


지금 부산 고리핵발전소 인근에서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정부는 한국이 물 부족 국가라는 이유로 취수원 다변화 정책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바닷물을 식수로 이용하기 위해 고리핵발전소 인근에 해수담수화 공장을 지어 연구하고 있습니다.
 

해수담수화 공장은 2008년 정치권의 합의로 부산 기장군에 들어왔습니다. 당시에는 바닷물을 걸러 인근 산업단지의 공업용수로 쓴다고 하여 지역 주민들도 별생각이 없었습니다. 공장 가동 시 계약서에도 ‘데이터베드(시험용 데이터 수집용)’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공장 완공을 앞두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많은 정치인이 등장하면서 지역주민들은 혼란스러워졌고, 여러 가지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14년 10월 17일 ‘균도 소송’의 결과가 나오면서 방사능 문제가 지역 문제로 떠오르는 동시에 기장 해수담수화 반대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균도 소송이란 고리핵발전소 주변에 살아온 저와 제 가족이 암과 자폐성장애 등에 걸린 원인은 핵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방사능 때문이라는 내용으로,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핵발전소가 뿜어내는 방사능이 바다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이를 ‘식수’로 마셔야 할 지역주민들은 반발하게 되었습니다.

부산 기장지역 해수담수 공급반대를 요구하며 농성 48일째 되던 날. 이진섭 씨가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이진섭

공장은 고리핵발전소에서 불과 11㎞ 떨어져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핵발전소 반경 8~10㎞가 방사성비상계획구역이었으나 앞으로는 반경 5㎞의 ‘예방적보호조치구역’과 반경 20~30㎞의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으로 나뉩니다. 즉, 기장 해수담수화 수돗물공장은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 방사능 위험지역에 있는 셈입니다.
 

2008년 공장 설립 당시 한수원은 ‘원자력은 안전하고 값싸다, 그리고 환경오염이 적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로 인하여 핵에너지는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아울러 핵발전소 주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공장부지 조성에도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 공장에는 총 1천954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었는데, 그중에는 두산중공업의 민자사업비 706억 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업은 이익이 없으면 투자하지 않습니다. 두산중공업은 데이터 축적을 위해 투자했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해수담수화 사업을 하는 시행주체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가장 큰 사업체이기도 합니다. 현재 기장 인근 신고리핵발전소 3, 4호기의 사업주체 역시 두산중공업입니다.
 

두산중공업은 한국에 세계에서 가장 큰 해수담수화 공장을 지은 실적으로 칠레 등 전 세계에 해수담수화 시설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아랍지역에 해수담수화 공장을 건설하고 그 패키지로 소형원자로를 수출한 것 역시 이것과 연관 있어 보인다고 원전 관계자들은 의혹을 제기합니다.
 

소형원자로 수출은 해수담수화 공장과 함께 수출합니다. 해수담수를 하려면 전기 소모가 매우 크기에 발전소가 필요한데, 그 대안이 바로 소형원자로입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인도네시아에 해수담수화 공장과 소형원자로를 수출하려 했으나 국내에 해수담수화 공장이 없다는 이유로 수출이 좌절됐습니다.
 

발전소 주체가 해수담수화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불온한’ 의도로 원전 지역에 해수담수화 공장을 밀어 넣는 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불온한’ 의도란, 소형원자로와 함께 해수담수화 공장을 해외에 팔기 위한 본보기로 원전이 있는 지역에 해수담수화 공장을 설립하는 것입니다.
 

그 이유가 아니라면 해수담수화 공장 설립 지역이 왜 부산 기장군이어야만 하는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아래 부산상수도본부)는 국가성장산업이라는 이유로 2014년 11월 통수(수돗물 공급)를 하려 했지만 지역 주민들이 의혹을 제기하자 몇 차례의 보완작업과 요식행위로 끝내 연기했습니다. 그 후 2015년 12월 7일 다시 통수를 결정했으나 지역주민이 크게 저항했습니다. 그동안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단 한 차례도 사업설명회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의 계획 역시 주민에게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산상수도본부는 자기 입맛에 맞는 주민을 구성해 공청회를 하고 수질검증연합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기장군민이 인증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 주변 지역에서 뿜어내는 방사능의 열을 식히고 발전소 1기당 1초에 50톤에 이르는 온배수(냉각수 형태로 외부로 방류되는 고온의 공장폐수_편집자 주)를 배출하려면, 그만큼의 바닷물이 필요합니다. 현재 기장 고리 지역엔 발전소 6개가 상용화되어 있고, 2개가 시험 운행되고 있으니 그 양은 어마어마합니다. 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가 기장 지역 바다를 황폐화한다는 것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많은 연구결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발전소에서 흘러나오는 액체폐기물(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액체로 된 방사성폐기물_편집자 주)이 기장 바다를 죽이고 있습니다. 액체폐기물은 한곳에 모아두었다가 어느 시점에 중화제를 섞어 희석한 뒤 온배수와 함께 방류합니다. 그런데 그때가 언제인지, 중화제의 양은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시민사회단체는 그 시점과 중화제의 양을 밝혀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국가비밀’이라는 이유로 함구하고 있습니다.
 

부산상수도본부는 해수담수화 물은 안전하고 해양심층수에 견줄 만큼 좋다고 선전합니다. 그러나 해수담수화 공장에서 330m 떨어진 바다에서 수심 15m 내려간 해양은 표피수지 심층수가 아닙니다. 부산상수도본부는 그곳에서 하루 10만 톤의 바닷물을 퍼 올려 4만5천 톤을 정수하고 담수화한 뒤 나머지 5만5천 톤과 남은 찌꺼기 물을 바다로 흘려보냅니다. 그것은 몇 배의 소금기가 있어 주변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백화현상을 일으킵니다.
 

얼마 전 지역 환경단체에서 해수담수화 공장 취수구 인근 바다의 해양 사진을 찍었는데, 주변 바다는 벌써 어떠한 바다 생물도 살지 못하는 ‘죽은 바다’로 변해 있었습니다. 부산상수도본부는 기존에 낙동강 물이 오염된 것을 내세워 ‘더러워진 낙동강 물을 먹지 않고 청정수를 먹을 수 있게 됐다’고 선전합니다. 그렇게 기장군민이 ‘선택된 주민’이라 선전하고 있지만 역삼투압방식은 미네랄까지 없애기 때문에 학자들은 ‘죽은 물’이라 이야기합니다. 그러자 부산상수도본부는 미네랄이 사라진 물에 인공적으로 미네랄을 첨가하고 그 물에 석회질(수산화나트륨)을 강제 투입하여 공급하려 합니다. 이런 물을 우리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마실 물은 우리가 선택해야 합니다.
 

2015년 12월 7일 부산상수도본부의 일방적인 식수 공급은 일단 막아 냈습니다. ‘기장해수담수 반대대책협의회’에서는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연일 요구했습니다. 기장군의회에서 의원 8명 전원 명의로 주민투표 촉구안을 기장군수, 부산시장, 국토교통부에 송부하였고 지역주민들은 이런 내용이 담긴 소식지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얼마 전 기장군은 주민투표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3월 18~19일, 주민투표가 이뤄집니다. 

기장 지역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현수막을 매달았다. "기장읍만 검증되지 않은 해수담수화 물을 먹어야 되냐! 주민 여러분, 모두 동참하여 반대를 외칩시다." ⓒ이진섭

우리는 해수담수화 시설을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앞으로 정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물 부족을 이유로 해수담수화 공장을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에 건설한다는 건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국가가 기장군민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는 것입니다. 이는 국가폭력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절대 공급 반대’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언론에 따르면 부산시장은 앞으로도 해수담수화 시설을 확장한다고 합니다. 기장 해수담수화 수돗물이 통수된다면 같은 관로를 쓰고 있는 해운대 지역이 다음 통수지역이 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그래서 이것은 기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산 전체의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기장에서는 안전한 먹을거리보다 더 소중한 안전한 식수를 먹기 위해 젊은 엄마들이 아이의 손을 잡고 거리에 나와 있습니다. 기장의 주인은 기장군민입니다. 선택권은 우리에게 주어져야 합니다.
 

지금 현재 기장해수담수화 공급을 막아내기 위해 기장군청 야외에서 53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겨울이라 너무 춥지만 국가폭력에 맞서는 진정한 시민정신 발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균도도 와서 농성장을 데워주고 갑니다.
 

아직 한 번도 촛불을 들지 않았던 지역주민과 연대해서 싸우고 있습니다. 23일부터는 주민투표 인명부를 만들기 위해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첫날에만 천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서명을 받기 위해 조직한 젊은 엄마들만 50명이 넘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지역주민은 지역시민이라는 의식을 모두 가지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생각합니다. 국가는 국민에게 절대 안 좋은 일은 하지 않는다고. 그러나 실상은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그런 ‘통속적인 상식’에 대항하며 우리의 권리와 선택을 쟁취하려고 합니다. 많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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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섭 부산장애인부모회 기장해운대지회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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