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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성소수자 혐오로 얼룩지다
차별금지법 답변 보류, 유세 기간 동성애 혐오 발언 넘쳐
성소수자 단체 “거대 정당, 혐오에 머리 조아려” 비판
등록일 [ 2016년04월15일 17시39분 ]

극우기독교 단체가 주최한 국회 기도회에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한 김무성 대표, 박영선 비대위원에 대해 성소수자들이 규탄하는 모습.


여소야대, 박근혜 정부 심판, 국민의당 약진 등 숱한 변화와 화제를 낳은 20대 총선이지만, 정치권에 퍼진 성소수자 혐오 정서는 여전했다.
 

지난 총선 기간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 국민의당 등 원내 주류 정당은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거나 방관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지난 2월 29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박영선 더민주 비대위원은 극우 기독교 단체가 주최한 국회 기도회에서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주류 정당은 지난 3월 한국여성단체연합, 1일 레인보우 보트 등이 차별금지법 입법을 요구했을 때도 답변을 거부했다.
 

선거 유세 기간에도 혐오 발언이 난무했다. 새누리당 후보들은 공식 토론회나 주민 유세 중 더민주 등 야권 후보들에게 동성애를 부추긴다고 비난하는 언사를 일삼았다. 이에 더민주 등 주요 야권 후보들은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선거 막바지 여론이 불리해지자 당대표까지 나서서 동성애 혐오를 조장했다. 김무성 대표는 9일 표창원 더민주 당선인이 후보로 나섰던 용인시 정 선거구에서 “이 지역에 동성애를 찬성하는 후보가 나와 있다. 그런 사람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우리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느냐”라며 “동성애는 인륜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 당선인은 2012년 당시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가수인 레이디가가의 한국 방문을 보수 기독교계에서 반대하자 개인 블로그를 통해 “히틀러와 다름없는 발상”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이후에도 표 당선인은 성소수자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신념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11일 표 당선인 또한 보수 기독교의 눈치를 보며 이러한 소신을 뒤집었다. 표 당선인은 ‘표창원과 용인정담’ 동영상에서 “성경에서 금지하는 동성애가 이 사회에 확산되는 것을 반대한다”라며 “(차별금지법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차별적 발언을 하면 형사 처벌을 받는다는 등의 것들은 오히려 갈등만 부추기고, 역차별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보수 기독교 단체들도 자체 정당을 만들어 성소수자 혐오 공세를 이어갔다. 지난 3월 창당한 기독자유당은 공약으로 동성애, 이슬람 척결, 차별금지법 반대, 퀴어문화축제 개최 금지 등을 내세웠다. 배우 서정희 씨가 기독자유당 홍보대사로 나서 당 공약 홍보 동영상에 출연하고, 11일 기자회견에서도 동성애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혐오 정서 속에서 치러진 20대 총선 결과는 성소수자 인권을 대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 민중연합당 등 진보정당은 선거 과정에서 구체적인 소수자 인권 공약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정의당만 6석을 얻었을 뿐, 녹색당(0.76%), 노동당(0.38%), 민중연합당(0.61%) 등은 국회 입성에 필요한 비례대표 득표 3%를 충족하지 못했다.
 

반면 성소수자 유권자 운동 단체인 '레인보우보트'가 지목한 21명의 성소수자 혐오 국회의원 상당수는 국회 진입에 성공했다. 성소수자를 배제한 성교육 표준안을 만든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 등 7명은 낙선했으나, 김무성 대표, 박영선 비대위원을 비롯해 14명의 국회의원이 당선됐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아래 무지개행동)은 14일 논평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표 떨어질라’ 성소수자 인권 보장에 반대하겠다고 작심하고, 혐오정치를 결의하는 자리에서 머리를 조아렸다”라며 “국회의원 선거에서 드러난 거대 정당의 모습이 혐오 정치에 문을 열어주는 트럼프와 얼마나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무지개행동은 “인간성 옹호, 인권 옹호의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보수화 흐름 속에서 소수자들은 자신의 일상을 위험으로 내모는 혐오의 정치를 목도하게 되었다”라고 개탄했다.
 

무지개행동은 “그럼에도 레인보우보트는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유권자 5627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라며, 20대 국회가 이들 유권자의 의사를 반영해 차별금지법 제정, 군형법 92조의6 폐지, 혐오폭력 방지 제도 마련 등 성소수자 인권 정책을 수행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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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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