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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현과 한광호, ‘우리 살아있다면’
장애등급제 피해자, 고(故) 송국현 씨 2주기 추모제 열려
유성기업 고(故) 한광호 열사와 공동 추모제로 진행
등록일 [ 2016년04월16일 08시14분 ]

420공투단은 장애등급제 피해자 고(故) 송국현 씨의 죽음과 고(故) 한광호 열사의 죽음이 다르지 않다며, 고(故) 송국현 2주기 추모제를 유성지회와 함께 개최했다. ‘우리 살아있다면 이란’ 문구 앞에서 몸짓 선언이 공연하고 있다.  

고(故) 송국현, 그는 3급 장애인이었다. 27년을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살던 그는 2013년 10월, 시설에서 나왔다. 그때 그의 나이 52세. 그는 일상생활에서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이었지만 장애 3급이라는 이유로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당시 활동보조인은 장애 2급까지만 신청 자격이 주어졌다. 이의 신청도 하고 장애심사센터도 찾아갔지만, ‘장애 3급이라는 이유로’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그리고 2014년 4월 13일, 집에 홀로 있던 사이 불이 났다. 움직일 수 없었던 그는 불을 피하지 못했다. 가라앉은 호흡은 4일 만에 끊겼다. 그가 지역사회에서 살았던 시간은 고작 6개월, 활동보조인 한 명만 지원받았더라도 그는 여전히 살아있었을 것이다.

고(故) 한광호, 그는 노동자였다. 1995년, 그는 유성기업 영동공장에 입사했다. 2011년, 노조는 야간 노동 철폐와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을 요구하며 사측과 교섭에 들어갔다. 노조의 요구에 사측은 공장 폐쇄, 용역 깡패 투입, 단체협약 해지, 1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등으로 맞섰다. 노조파괴엔 유성기업의 원청 현대차가 개입되어 있었다. 싸움이 이어지는 동안 외상 후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장애 등 노동자들의 마음을 할퀸 병은 치유되지 못한 채 더욱 깊어져 갔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버텼던 한광호 씨가 올해 3월 17일 자결했다. 그러나 이는 자살이라기보다 ‘사측의 타살’이었다. 노조는 한광호 열사의 영정을 들고 서울 시청광장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도 폭력은 여전했다. 경찰은 공무집행이라는 합법적 이름으로 영정 든 이들을 찍어 눌렀다. 그렇게 수십여 일을 얻어터지고서야 이들은 광장 한쪽에 작은 분향소를 마련할 수 있었다.

고(故) 송국현 씨와 한광호 열사의 영정. 이날 사람들은 ‘416 인권 선언’을 함께 낭독했다.


송국현과 한광호, 이들은 단수가 아니다. 자본과 국가 폭력에 얻어터져 끝내 죽음에 내몰린 모든 이들을 대변한다. 장애인과 노동자, 홀로 떨어져 있던 두 죽음은 그렇게 만날 수 있었다. ‘장애등급제 피해자’ 고(故) 송국현의 2주기 추모제, 송국현 씨와 한광호 열사를 추모하는 이들이 서울시청 광장에 모였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과 ‘노조파괴 범죄자 유성기업·현대차자본 처벌! 한광호열사 투쟁승리! 범시민대책위’는 15일 저녁 7시 서울시청 광장에서 공동 추모제를 열었다.

추모제가 열린 광장 바로 맞은편에도 죽음의 벼랑 직전에 간신히 매달려 ‘살고 싶다’ 외치는 이가 있었다. 과거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옥상 광고탑, 기아차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소속 최정명, 한규협 씨가 천막 하나에 몸을 맡긴 채 300일 넘게 농성 중이다. 이날 추모제에 모인 200여 명의 사람들은 그들을 향해 “힘들면 내려와. 같이 싸울게!”라고 외쳤다. 허공에서 반짝이는 불빛이 응답했다. 이날 추모제 사회를 맡은 고동민 쌍용차지부 조합원은 “이곳에서 사회를 볼 때마다 저들이 눈에 보이고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납작하게 짓눌린 삶은 도처에 있었다. 이날 추모제엔 장애인, 성소수자, 홈리스, 노동자들이 세상에서 차별받고 억눌린 삶을 이어 말하며, 서로의 손을 맞잡기도 했다.

김희정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고(故) 송국현 씨와 한광호 열사와 함께한 이들은 그에게 편지를 띄었다. 김희정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고(故) 송국현 씨의 짧았던 6개월의 삶과 죽음을 회고하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장애심사센터에서 문전박대당하고 3일 만에 3도 화상 입고 붕대로 칭칭 감긴 모습 봤을 때의 참담함이 생각납니다. 그렇게 생명을 죽이고 사과조차 안 하는 대한민국이 너무 유감스럽습니다. 광화문 농성장에 있는 형의 영정을 보고 있으면, 아니 그곳에 계신 12인의 영정을 보고 있으면 지금을 살고 있는 내가 너무 미안해요. 좀 더 열심히 빡세게 싸우지 못해 그런가 하는….”

김순석 유성지회 조합원은 한광호 열사의 형 국석호 씨의 편지를 대독했다.


김순석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은 한광호 열사의 형 국석호 씨의 편지를 대독했다. 국석호 씨는 한광호 열사에 앞서 유성기업에 입사했으나 그 역시 해고되어 함께 투쟁 중이다.

 

“주검으로 돌아온 광호의 모습 봤을 때, 제일 먼저 걱정된 것은 어머니께 뭐라고 말해야 할지였습니다. 충격받으시고 쓰러지실까 봐 시간이 조금 흐른 후, 광호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광호가 살아 돌아올 수 없다고…. 어머니께선 예쁜 한복 하나 사입혀 보내라고만 하셨습니다. 광호뿐만 아니라 그의 동료들도 지난 5년간 회사의 고소·고발, 징계, 탄압으로 광호처럼 죽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는 ‘나는 그렇게 힘든 줄 모르고 회사 출근하지 않으면 회사에서 잘리잖아, 빨리 나가‘라고만 했다며 눈물 흘리셨습니다.”

한광호 열사 영정에 노란 리본이 붙어 있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하루를 앞두고 이들이 세월호를 떠올리는 건 당연했다. 배가 침몰해서 죽은 게 아니라 국가가 구조하지 않아서 죽고야 만 304명의 사람들. 이날 모인 이들은 알고 있었다. ‘우린 침몰하는 세월호에 타고 있다’는 것이 더는 삶에 대한 은유가 아니란 것을. 사람들은 고(故) 송국현 씨와 한광호 열사의 영정 앞에서 다 함께 ‘416 인권 선언’을 낭독했다.

다 함께 ‘416 인권 선언’을 낭독하고 있다.


그 목소리에 홍종인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은 ‘살아서 세상을 바꾸자’고 간곡히 호소했다. 홍 조합원은 “현장의 탄압과 고통 속에 나열할 수 없는 수많은 일로 신음하고 있다. 그 때문에 한광호 동지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동지들이 있다.”면서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살아서 투쟁했으면 좋겠다. 우리 목소리가 세상 밖으로 나와 정확하게 전달되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만약 장애등급제가 폐지됐다면, 만약 활동보조가 있었다면’, 그렇게 원하기만 하다가 송국현이 불타 죽었다”면서 “그 ‘만약’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생명줄을 끊었다. ‘만약’이란 단어는 저세상으로 떠난 사람들이 우리에게 남긴 경고”라고 말했다. 이어 “송국현, 한광호 열사를 연결하는 것은 실천”이라면서 “인간답게 사는 세상으로 바꾸는 것이 우리의 투쟁이고 약속이 되어야 한다.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에 힘차게 만나자”라고 외쳤다.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두 사람의 영정 앞에 헌화하는 것으로 세 시간 넘게 진행된 추모제를 마무리했다.
 
두 사람의 영정 앞에 추모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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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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