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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용자, 활동보조는 부정수급자? 결국 검찰로 넘어가
경찰, 600여 명 개인정보 무작위 입수 후 조사… 검찰 “37명 기소의견”
활동보조인 “한 달 110만 원 받으면서 이런 취급 받아야 하나” 분노
등록일 [ 2016년04월22일 18시17분 ]

활동보조인이 복지부의 활동보조인 개인정보 사찰에 대한 규탄 피켓을 들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부정수급을 이유로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에 대해 저인망식 수사를 벌인 사건이 결국 검찰로 넘어갔다. 장애계와 노동단체의 강한 반발에도 김포경찰서가 사실상 밀어붙인 것이다.
 

경찰은 4개 활동지원 중개기관 전체 이용자, 활동보조인 600여 명의 개인정보를 입수한 뒤,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와 활동보조인 수십 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경찰이나 검찰로부터 어떠한 사실도 통지받지 못했다. 기소 여부와 기소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경·검찰에 문의했지만 어떠한 정보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경기장차연),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아래 활보노조) 등은 22일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경찰의 이러한 수사를 비판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부정수급을 이유로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에 대해 저인망식 수사를 벌였던 사건이 결국 검찰에 송치됐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등은 22일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월, 경찰 수사를 받은 김금녀 씨는 남성 장애인 이용자의 활동지원을 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이점을 지적하며 ‘아무리 장애인이라도 남잔데 어떻게 대·소변 받아내고 목욕시키는 것이 가능하냐’며 부정수급을 의심했다. 또한, ‘장애인 한 명에 몇 사람이 붙어서 나랏돈 함부로 써도 되는지 생각해보라’며 사실상 김 씨에게 수치심을 주고 장애인 인권을 침해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 씨는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있다. 병원비, 생활비 때문에 어떤 일이라도 해야 한다. 이보다 더 힘든 일이 있어도 한다.”면서 “의사나 간호사, 시설 종사자들도 그와 똑같은 일을 하는데 활동보조인이 그런 일 하는 게 수치스러운 거냐”며 경찰의 몰이해를 질타했다. 
 

또한 김 씨는 “경찰은 조사받을 때 진술서에 도장 찍으면 검찰에 송치된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진술서에 도장 안 찍었을 거다”면서 “남자 이용자를 목욕시키고 대소변 받아내는 게 부정수급인가. 정당하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죄인 만드는 게 나라가 할 수 있는 일인가.”라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뇌병변·지적중복장애 1급의 자녀를 둔 엄선덕 씨도 자녀의 활동보조인 이아무개 씨가 부정수급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고 밝혔다. 엄 씨는 현재 한국장애인부모회 김포시지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엄 씨에게 활동보조인 이 씨는 바쁜 자신을 대신해 3년 동안 자기 자녀의 일상생활을 지원해준 ‘고마운 사람’이다.
 

그런 이 씨는 경찰 수사과정에서 ‘그렇게 엄마가 바쁘면 시설에다 보낼 것이지 왜 데리고 있냐’라는 모욕적인 발언을 들어야 했다. 엄 씨는 경찰의 발언에 대해 “장애인과 그 가족을 사회의 암적인 존재로 취급하는 것”이라면서 “묵과하기 힘든 막말”이라고 분노했다. 
 

엄 씨는 “가족같이 지낸 분께 이런 불명예 퇴직을 안겨드려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구범 활보노조 부위원장은 “평균 110만 원 받으면서 일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감시를 받으면서까지 일해야 하나.”면서 “처우개선 해주진 못할망정 정부가 더 망가뜨리고 있다. 공무원들이 딱 8시간만 일해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사람들.
 

활동보조 부정수급을 이유로 한 경찰의 개인정보 수집은 2014년, 인천에서도 일어났었다. 수사 초기, 지역 장애인단체가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면서 경찰은 수사를 중단했으나, 이러한 일이 2016년 김포에서 또다시 재연된 것이다.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바쁘면 시설에 보내라’는 발언 자체가 우리가 투쟁을 통해 만든 제도에 대한 공격 아닌가. 이는 단순 범죄를 잡아내기 위한 수사라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결국 활동보조 직업을 가진 사람들, 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범죄자 취급하여 이 제도 자체를 무너뜨리려는 것 같다. 그리고 이는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려했다.

장애인 당사자들 또한 경·검찰의 이러한 수사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자체를 뒤흔드는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활동보조인은 ‘장애인 관련자’라고 되어 있다. 이를 차별하면 그 또한 차별이다.”면서 “활동보조가 없으면 장애인들은 시설로 들어가야 한다. 이건 장애인들 시설 보내고 죽으라는 짓이다.”라고 분노했다.
 
이형숙 경기장차연 대표는 “바우처 결제하는 순간 범죄자가 되는데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이용해야 하는지, 아니면 더러워서 이용하지 말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이 제도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만들어진 제도다. 다신 활동보조에 대한 부정수급 적발이니 하는 이야기로 개인정보를 멋대로 수사하지 못하도록 확실히 약속받고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자회견 후, 이들은 담당 부장검사 측과 이와 관련한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 참여한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검찰은 57명 조사해서 37명 기소의견을 보냈다고 한다.”면서 “당사자에게 전달 안 된 부분에 대해선 다음 주에 문자 발송하고, 5월 둘째 주까지 소명 자료를 제출하라고 안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건은 분명하게 당사자 소명이 철저히 반영되어 진행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들은 경찰 조사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고, 경찰의 무작위 개인정보 수집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 면담을 요구하며 검찰청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경찰이 막고 있다. “김포경찰서장은 활동지원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을 범죄자 취급하는 수사를 즉각 전면 중단하라!” 길을 가로막은 경찰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활동보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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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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