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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부탁한다
로사이드_따끈따끈 오늘의 창작 17
곽규섭 창작자
등록일 [ 2016년05월03일 10시35분 ]


곽규섭+김효나_ 침묵을 부탁한다 | 공책에 글, 2016  

올해부터 동그란 작업실에서 규섭 씨는, 한 권의 노트에, 작업실의 여러 사람들과 1:1 글쓰기 대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늘 혼자서 대화를 이어가던 방식에서 조금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과 예기치 못한 대화를 펼치며 사고와 작업의 범위가 확장되길 바라서였습니다.

오늘의 대화 상대자는 저였습니다.

저는 침묵의 시이고, 규섭 씨는 튤립입니다.
 

위의 텍스트를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규섭 씨는 상대방이 하는 말에 부드럽고 유연하게 따라가고 있습니다. 전에 규섭 씨와 글쓰기 대화를 이어갈 때, 자신만의 암호 같은 언어만을 주장하듯 펼쳐내는 태도와 오늘은 사뭇 달랐습니다. 게다가 침묵의 시가 하는 말이 보통 규섭 씨의 관심사가 전혀 아님에도, 규섭 씨는 ‘침묵’이라는 소재에 매우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중간 부분에서,
 

“반대가 끌리는 이유로 이탈하여 꿈결 같은 세상을 바라볼 수 없는 새벽 아침에 우리는 덩그러니 눈물이 나요. 왜 그런 걸까요?”
 

라고 이어진 규섭 씨의 문장. 그 자리에서 창작한 문장이었습니다.

‘침묵’을 ‘이탈’로 확장했고, ‘침묵’이라는 소재를 꺼낸 저의 내면을 들킨 기분도 들었습니다.
 

대화를 이어가며 저는 언젠가 규섭 씨가 가정을 꾸리게 될까, 처음으로 그런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랬으면 좋겠다. 규섭 씨도 예쁜 가정의 아버지가 되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이 일을 하는 8년 만에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이어서 튤립은 침묵의 시에게 키티를 만나게 해주었고, 하루 중 언제 침묵하느냐는 침묵의 시의 물음에 키티는 대답합니다.
 

“침묵하고 싶을 때보다 1시간 늦게.”
 

저는 그만 조금 울고 싶어졌는데,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도 이제 침묵을 해 볼까?”
“응, 침묵을 잘 부탁한다.”
 

침묵이 제게 하나의 선물꾸러미처럼 건네졌고, 저는 부탁받은 대로 그것을 잘 맡아주어야 하겠습니다.

 
글 _ 스탭 김효나
노트 대화 _ 곽규섭+김효나
 

[따끈따끈 오늘의 창작]
<로사이드>는 의미 없는 낙서 또는 장애에서 비롯된 증상으로 여겨져 버려지고 금지되던 예술 작업, 제도권 교육과 관계없이 지속하여온 독창적인 창작세계를 재조명하고 사회에 소개합니다. 최근에는 자폐성장애, 정신장애, 경계성 장애 등을 가진 창작자와 함께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로사이드>는 이러한 창작물을 본 연재를 통해 정기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 홈페이지 : rawsid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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