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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의 엄마들’, 정신적 장애 여성들의 육아
장애여성 재생산권 논의의 가장자리에 있는 정신·지적장애 여성들
정신적 장애인 육아 위한 특수한 필요에 우리 사회는 얼마나 화답하고 있는가
등록일 [ 2016년05월12일 15시02분 ]
장애 여성들은 사회의 오랜 편견에 맞서 ‘자녀를 낳아 기를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장애 여성이 출산을 하는 경우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으로는 활동지원 출산 가구 추가급여, 아이돌봄 서비스, 여성장애인 가사도우미 서비스, 출산지원금 정도가 있다. 하지만 활동지원 추가급여는 한 달에 80시간밖에 안 되고,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기본 30만 원이 훌쩍 넘는 자부담 비용이 발생하며, 가사도우미 서비스는 지자체 예산 배정이 너무 적어 이용이 어렵다. 또한, 지난 2012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 사업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장애 여성의 산전관리 총비용은 공단급여비를 제외한 본인부담금만 2백만 원이 넘지만, 장애 여성 출산지원금은 고작 100만 원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이 몸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모든 과정은 정신적, 심리적으로 긴장감이 높은 과제이다. 모든 부모에게 어려운 일이지만, 정신적 장애인에게는 특히 힘든 일이다. 아직 논의조차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 정신적 장애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정신적장애 여성들의 현실은 어떨까. 비마이너는 A 씨(정신장애 3급), B 씨(지적장애 3급), 그리고 김경영 씨(지적-지체 중복장애 3급)를 만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지난 4월 28일 열린 '장애인 모·부성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
 
정신장애 여성 A의 이야기. “감정적인 지지자가 필요했어요”
 
입원이 잦은 정신장애인 A 씨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입원 중이고 남편이 일을 하고 있을 때 육아의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제도였다. 아이가 채 돌이 되기 전, A 씨는 본래 가지고 있던 조현병에 산후 우울증까지 겹쳐 자살시도를 했다. 당시 먹고 있던 조현병 약 한 달 치를 한꺼번에 입안에 털어 넣었다. 집에는 아이와 A 씨, 둘 뿐이었다. 병원 매뉴얼에는 자살시도를 한 환자를 입원시키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A 씨가 몇 주 입원한 사이에 남편이 아이를 보려고 일을 그만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A 씨는 입원하지 않았다. 다행히 A 씨의 상태가 호전되기는 했지만, 남편은 매일 마음을 졸여야 했다. 
 
입원을 하지 않은 때도 문제는 계속됐다. “산후 우울증 때문에 아이가 너무 밉고 싫었어요. 돌봄이 가장 필요한 때에 방치한 것 같아 너무 미안합니다”. A 씨는 자신과 아이를 케어해주는 사람이 있을 때는 덜 불안했다고 전했다.

“아이랑 둘만 있다고 생각하면 긴장되고, 스트레스받고, 행여라도 내가 아이를 해코지하지는 않을까…. 아이 낳고 2주간 산후도우미(보건복지부 사업으로 각 지역 보건소에서 파견) 아주머니가 오셨을 때는 마음이 참 편했어요. 같이 누워서 두런두런 이야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심리적으로 안정이 많이 됐죠. 그런데 2주밖에 안 되어서 끝난 후에는 또 막막해졌어요."
 
A 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늘 같이 이야기하고, 함께 있어 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이것은 그저 외로움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과 아이, 나아가 가족을 지키는 데 필수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했고, 유일한 혈육인 어머니 역시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했다. 조현병 특성상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집 밖을 나서는 것도 어려웠다. 그녀는 늘 집에서 누군가 자신을 찾아오길 기다렸지만,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 여성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는 상담 서비스(심리, 정서)였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 양육으로 인해 좀처럼 집 밖에 나가지 못하는 정신장애 여성이 집에서 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도는 없다. 
 
지적장애 여성 김경영 씨와 B 씨,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줄 사람이 필요해요”
 
김경영 씨는 아이를 기를 때 주변인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는 한 교육회사에서 주관한 수학학력평가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지적장애 여성인 김경영 씨는 아이를 키울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아이를 봐주기도 했고, 2주에 한 번꼴로 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가기도 했다. 김 씨는 장애인단체에서 활동을 했기 때문에, 외부에 아는 사람도 많았다. 김 씨와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은 다른 장애 여성이 아이에게 예방 접종을 맞춰야 하는 시기같이 중요한 때가 되면 귀띔을 해줬다. 아이 상태가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주변 사람들이 먼저 알아채고 병원에 데리고 가 보라고 말을 해줬다. 덕분에 김 씨의 아이는 큰 탈 없이 건강하게 자랐다. 현재 6학년인 아이는 한 교육회사에서 주관하는 수학학력평가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본인의 장애로 인해 자녀의 성장, 발달에 지장이 약간 많거나 매우 많다는 답변이 지적장애 여성의 경우 다른 장애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77.0%에 달했다. 김 씨는 경계성 지적장애를 갖고 있어 육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주변 사람들의 지지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지적장애 3급인 B 씨의 아이는 오는 7월 돌잔치를 앞두고 있다. 지적장애 여성이 육아에서 겪는 어려움을 알아보고자 찾아간 B 씨는, 예상외로 아이를 능숙하게 돌봤다. 아이가 뭘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지 알고 있었고, 우유를 먹인 후에는 바로 세워 안아 트림을 시켰다. 아이가 칭얼대자 기저귀를 살펴보고,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는 좋아하는 장난감을 쥐여주었다. 지적장애 여성이 육아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을 가지고 찾아왔는데,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후에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아이를 이렇게 잘 돌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이는 둘째였다. 이미 아홉 살이 된 큰 아이를 키워 본 경험이 있는 것이다. 큰 아이를 낳았을 때, 그녀는 열아홉 살이었다. 임신 6개월 만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 아빠가 누군지 물었고, 그녀는 대답을 꺼렸다.

“큰 아이를 낳았을 때, 미혼모 시설에 있었어요. 시설에서는 아이를 입양 보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키우기 어려울 거라고...그래서 아이를 낳고 나서 병원에서 얼굴도 안 보여 줬어요. 그런데 제가 마음을 바꿔서 키우기로 했어요."

2년 전 결혼해서 지금은 남편도 있고, 장애여성단체로부터 정보도 많이 얻고 있고, 발달장애인 일자리 센터에서 일도 하고 있지만, 열아홉 살이었던 B 씨는 아니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세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일을 하러 공장에 나가면, 집에는 B 씨와 아이 둘뿐이었다. 아이가 울면 왜 우는지 몰라 안고만 있었다. 우는 아이와 둘만 집에 있으려니 무섭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해서 아이를 안고 바깥으로 나갔다. 그렇게 B 씨와 아이는 동네 ‘아줌마’들을 만났고, ‘아줌마’들은 배고픈 아이에게 우유를 타주거나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재워주었다. B 씨는 동네 이웃들을 통해 아이 기르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 여성이 자녀를 양육할 때 애로사항 중 ‘양육 관련 정보 부족’은 지적장애가 15.3%로 다른 장애유형(지체 1.4%, 뇌병변 0.0%, 시각 3.4%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010년 발간한 ‘장애 여성 유형별 임신, 출산 육아 매뉴얼 개발’ 연구보고서에는 아이의 성장에 따라 우유의 양이나 기저귀의 크기를 자연스레 늘려가야 하는데, 지적장애 여성의 경우에는 처음 접한 정보대로만 따르게 되어 지속적인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씨나 B 씨의 경우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아이를 양육할 수 있었지만, 지적장애 여성 모두가 이런 환경에 있는 것은 아니다. 복지부는 ‘장애 여성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하여 장애 여성의 가사노동이나 육아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지적장애 여성이 주변인의 ‘선의’에 기대지 않고도 육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등록장애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 가사도우미 서비스는 월 최대 48시간이고, 이마저도 아이가 36개월이 될 때까지만 받을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70시간, 100일 이내 신생아는 120시간까지 지원하지만, 하루에 두 시간 남짓한 서비스는, 지적장애 여성에게는 여전히 부족하다. 더구나 서비스 대상자인 B 씨는 서비스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다.
 
장애 여성의 생애주기별 다양한 고충 상담을 지원하고, 임신·출산·육아 등 전반에 걸쳐 기본적인 정보나 복지 서비스 정보를 제공하는 또 다른 통로인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 사업은 2014년 7월 열린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여성장애인 교육지원사업’과 통합되어 버렸다. 두 사업이 ‘유사·중복’ 사업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두 사업의 목적은 전혀 다르다는 장애계의 강한 반발이 이어졌지만, 결국 두 사업은 반 토막 난 예산으로 통합되고 말았다. 
 
여성장애인 사회참여 지원사업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기자회견 참가자들.

장애 유형에 따라 정신적장애 여성들이 육아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은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된 부분도 있었다. 바로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다. ‘분유 값, 기저귀 값이라도 누가 좀 도와주면 좋았겠다’는 말을, 세 사람은 짜기라도 한 것처럼 이야기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최저생계비 이하 가구에 기저귀와 조제분유 값을 최대 7만5천 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제도는 수요자의 능동적 행동을 요구한다. 알면 하고, 모르면 말고. 그러나 사회로부터 고립되어있는 정신적장애 여성들은 이러한 정보를 아예 듣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가 마련한 각종 출산 및 양육 지원 제도에서 밀려나 있는 정신적장애 여성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사실 우리 사회는 이미 알고 있다. ‘여기까지’ 신경을 써서 제도를 구축하고, 찾아가고, 살펴보는 것이 골치 아프기 때문에 조명을 드리우지 않고 있을 따름이다. 켜지지 않은 조명 아래에도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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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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