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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장애인 전환지원센터, 돈 없고 능력 없으면 탈시설 안 돼?
서비스 지원 연계 없이 자립 능력 따지는, '완장' 찬 전환센터
등록일 [ 2016년07월01일 21시43분 ]

장애인 거주시설에 사는 장애인들은 공식적으로 3만 1406명(2014년 기준)에 이른다. 장애가 심하다, 돈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시설에 입소한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누려야 할 수많은 권리를 빼앗긴 채 살아가고 있다. 빼앗긴 권리와 삶을 복원하기 위해 장애인들은 탈시설을 외친다.
 

서울시복지재단(아래 복지재단)이 2010년 5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서울시장애인전환지원센터(아래 전환센터)는 이러한 장애인의 탈시설을 공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다. 탈시설 정책이 지지부진한 다른 지역과 비교하자면 서울시의 이러한 체계는 상당히 선진적인 축에 속한다. 상당수 시설 거주인들이 전환센터를 통해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도 어떤 이들은 전환서비스를 신청했다가 자립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주거 지원을 받지 못했다. 스스로 탈시설 방도를 찾은 이들도 있었고, 여전히 시설에 남아있는 이들도 있다. 그들에게 전환센터는 자립생활의 또 다른 장벽이 되었다.
 

“돈 없어서”, “장애 심해서” 전환센터 서비스 거부당했던 사람들
 

전환센터가 탈시설을 원하는 장애인들에게 전환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 ⓒ서울시장애인전환지원센터

전환센터는 탈시설을 희망하는 장애인들에게 자립생활주택을 연계하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전환센터는 55개의 자립생활주택(가형 25개, 나형 30개)을 위탁 혹은 직영 운영하고 있으며, 2015년 말 현재 87명이 그곳에서 살고 있다. 전환센터는 설립 이후 지난 5월까지 전환센터 자립생활주택을 통해 총 198명의 탈시설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시설 거주 장애인이 전환센터에 전환서비스를 신청하면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위원회가 자립생활주택 입주 여부를 결정한다. 선정된 이들은 최장 7년까지 자립생활주택에 살 수 있다. 전환센터는 민관 탈시설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전환서비스 신청자에게 의료, 생활 지원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환서비스를 신청했던 261명 중 63명은 자립할 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다. 이준수 씨(뇌병변장애 1급, 28세)도 그중 한 명이다. 이 씨는 지난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나 전환서비스를 신청했으나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서울 ㄱ 장애인거주시설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 씨는 2002년 부모님에 의해 시설에 들어온 이후 현재까지 시설에서 살아왔다. 그는 2011년 시설과 지역 내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함께 마련한 자립생활 설명회에서 탈시설한 동료들의 모습을 보고 자립을 결심했다. 다만 경직이 심해 몸을 가누기 힘들고 언어장애도 있었던 그는 처음에 자립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이후 지역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체험홈에서 2박 3일 자립 체험은 걱정을 확신으로 바꿨다. 당시 경험에 대해 이 씨는 “활동보조인과 밥을 해서 먹고, 밖에 나가서 바깥 구경도 하고, 지하철과 버스도 스스로 탔다. 불편하지 않고 좋았다.”라고 회상했다.
 

이 씨가 2012년 전환센터에 신청서를 낼 당시 전환서비스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위원들이 그를 격려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자립생활주택으로 입주할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그가 받은 것은 보류 통보였다. 2014년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전환센터 측은 이 씨가 언어로 의사를 표현하는 데 능하지 못하고 자립생활 준비가 부족하다며 보류 이유를 밝혔다. 또한 가족이 있는 이 씨가 시설에서 나오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비를 받지 못하므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최근 자립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는지를 묻자 그는 생활재활교사의 도움을 받아 오는 8월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체험홈에 입주하겠다고 했다. 나중에는 장애인 야학에서 수학을 배워 돈 계산도 익히고 싶다고 했다. 그는 체험홈에 입주하면 다시는 시설로 들어가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나면 체험홈에서 시설로 돌아와야 한다. 그에게는 집도, 돈도 없고, 부모도 탈시설을 완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이다. 여러모로 공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자립을 위한 모든 준비는 이 씨와 생활재활교사의 몫으로 전가된다.
 

이 씨는 “돈이 있었다면 혼자서라도 나갈 수 있었겠지만, 모아둔 돈도, 수급비도 없으니 전환서비스를 신청한 것이 아닌가. 자립 잘 할 수 있고 또 잘 해야 하는데 그쪽(전환센터)이 잘 몰라주니까 속상하다.”라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4월 탈시설에 성공한 황인현 씨(뇌병변장애 1급, 45)의 경우는 서울시 전환서비스 지원을 받기까지 무려 삼수했다. 자립을 결심한 그는 2011년부터 시설이 운영하는 체험홈에서 4년간 살았으나, 체험홈도 사생활이 없다는 점에서 시설과 다르지 않았다. 이에 황 씨는 2011년, 2013년 전환서비스 신청서를 냈지만, 전환센터는 자립에 필요한 돈이 없다며 서비스 지원을 보류했다. 황 씨는 부모의 재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될 수 없었고, 부모가 주는 돈도 용돈 수준이었다.
 

황 씨는 2015년 부모에게 생활비를 받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서야 겨우 전환서비스 지원을 받아냈다. 그때까지 전환센터는 그에게 어떤 복지 서비스나 직업 훈련 프로그램도 연계하지 못했다. 그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는 것으로 부족하나마 생활비를 벌어 쓰고 있다.
 

황 씨는 “나는 자립생활 준비가 다 되어 있었는데, 전환센터는 말도 안 되는 걸 자꾸 물어보면서 지원을 거부해왔다. 정부가 탈시설에 필요한 것을 (나에게) 따지기보다는 장애인연금이나 직업 알선과 같이 실질적인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장애인 당사자가 "자유로운 삶, 시설 밖으로"라는 피켓을 든 모습.

완장 찬 전환센터, 서비스 없이 능력 심사...“탈시설 필요한 자원 발굴해야”

 

신청 대상을 정하는 기준에 대해 전환센터 측은 “장애인자립생활주택 입주 신청자는 모두 전환서비스 지원대상”이라며 “신청자 개별상황에 따라 가능한 최적의 지원서비스를 논의하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위원회에 자립생활주택 운영사업자 자격으로 참여했던 최용기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전환센터는 자립생활주택 사업비와 운영비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운영사업자가 자립생활 계획을 짜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것 외에 전환센터에서 지원을 결정하는 것은 거의 없었다.”라며 “복지재단 인프라가 폭넓지 않아, (자립이) 가능하다 판단되는 사람이면 나오고 그렇지 못하면 못 나온다”라고 전환서비스 대상자 결정 과정을 설명했다.
 

전환센터의 말을 따른다면 돈이 없어서 자립 능력이 되지 않는 이들에게는 소득, 주거, 직업 훈련 등을 연계해야 했다. 장애가 심하다면 보조기기나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다. 요리나 돈 계산 같이 일상생활 능력이 부족하다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하지 않았던 전환센터는 완장 차고 능력에 따라 전환서비스 제공을 판정하는 기관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설 거주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은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가 아닌, 능력 되는 사람만 누리는 특권일 수밖에 없다.
 

문혁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시설 거주인 누구라도 탈시설할 주거와 지원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탈시설의 책임을 거주인 개인에게 돌리기보다 주거와 같이 탈시설에 필요한 사회적 자원을 개발하고 운영사업자들에게 이를 연계하는 것이 전환센터가 할 일 아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22일 장애인단체들이 서울시에 탈시설 권리선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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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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