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자립생활계획 이행 평가하는 자리 마련
기능제한(X1) 값에 갇힌 활동지원 추가지원 기준 개선해야
장애인 건강권, 서울시 의지 보이지 않아
부족한 물량 확보, 주거권 보장되는 주거지원 필요
장애인의 자립과 노동권 위한 지원인력 확충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 24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제2차 서울시 장애인자립생활지원 정책제안 토론회_문명도시의 전제조건을 묻다’를 열었다. 사진 허현덕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 24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제2차 서울시 장애인자립생활지원 정책제안 토론회_문명도시의 전제조건을 묻다’를 열었다. 사진 허현덕

지난 21일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안(아래 탈시설조례)’이 제정됐다. 이로써 서울시 장애인의 탈시설 권리가 명문화됐다. 탈시설 권리는 곧 자립생활 권리라고 바꿔 말할 수 있을 만큼 탈시설과 자립생활 정책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탈시설조례 제정과 함께 자립생활 정책을 짚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이 탈시설조례 제정의 진정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제1차 서울시 장애인 자립생활 5개년 계획(2018~2022년)(아래 1차 자립생활계획)’이 마무리된다. 이에 따라 1차 자립생활계획을 짚어보고, 2차 자립생활계획에 담겨야 할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 24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제2차 서울시 장애인자립생활지원 정책제안 토론회_문명도시의 전제조건을 묻다’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탈시설조례의 의미를 담아낸 2차 자립생활계획의 구체적 내용이 제시됐다.

- 기능제한(X1) 값에 갇힌 활동지원 추가지원 기준 개선해야

현재 중앙정부의 대표적인 장애인 자립생활정책인 활동지원제도는 지난 2006년, 중앙정부보다 한발 앞서 서울시에서 처음 시행됐다. 현재 서울시는 △하루 24시간 지원 △시비 추가 수급자 중 만 65세 이상 장애인 추가지원 △탈시설장애인 추가지원 등 국비 활동지원의 사각지대를 메꾸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의 24시간 활동지원은 2015년 100명을 시작으로, 2018년 200명으로 확대했다. 서울시는 2018년 이후부터는 매년 100명씩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아 현재도 여전히 200명 지원에 머물러 있다. 시비 추가 수급자 중 만 65세 이상 활동지원 추가지원은 2020년 6월부터 시작했고, 현재 30명이 시 추가지원을 받고 있다. 탈시설장애인 추가지원은 2년간 월 120시간씩 지원하고 있으나,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상임공동대표는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24시간 선정 기준에 부합하는 대상자 수는 600명에 달하지만, 24시간 지원 대상자 수는 4년째 확대 없이 200명에 머물러 있다. 발달·중증장애인의 탈시설이 확대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탈시설 추가지원 확대의 필요성도 더욱 절실히 드러나고 있다”라며 시 추가지원의 양적·질적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문제는 활동지원 시비 추가지원에는 매우 높은 기준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활동지원 종합조사의 기능제한(X1) 점수가 360점 이상에 ‘와상/사지마비, 독거’여야 시비 추가지원을 받을 수 있다. 2021년부터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와상/사지마비 기준을 삭제했지만, 여전히 독거가구로 제한하고 있다. 

총 29개의 조사항목으로 이뤄진 기능제한(X1) 점수의 총점은 532점이다. 이중 정신적 장애인과 관련한 인지행동특성이 94점(8항목)이며, 나머지는 신체장애와 관련된다. 이로 인해 중증 발달장애인이 360점을 받기엔 불가능하며, 정신적 장애 없이 중증의 신체장애만 있는 지체·뇌병변장애인도 360점을 넘기가 어렵다. 

김태훈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정책실장은 “기능제한(X1) 점수 360점은 기준이 너무 높다. 이 기준을 낮춰서 대상자를 확대하고, ‘와상/사지마비, 독거’ 기준도 완화해야 한다”라며 “시간 삭감 등으로 이의제기를 하려고 해도 현재 기능제한(X1) 점수의 구체적 내역이 이용자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가 이를 알 수 있는 시스템과 서울시 수급자격심의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 장애인 건강권, 서울시 의지 보이지 않아

다른 자립생활 정책에 비해 서울시 장애인 건강 정책은 매우 미흡하다. 서울시는 1차 자립생활계획에서 △건강관리 지원 △중증장애인 건강검진 지원 △장애인 운동 컨설팅 전담요원 양성 및 배치 등을 제시한 바 있다. 

박주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건강권위원회 간사는 “서울시는 1차 계획에서 장애인 건강검진기관 및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운영을 발표했지만 의료기관의 자발적 참여에 기댔기에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는 중앙정부의 계획에 따라 시행되던 제도였는데 서울시는 그 이상으로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라고 짚었다.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병원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한 경험을 한 장애인의 비율(의료 미충족률)은 32.4%다. 의료 미충족률의 이유는 △의료기관까지의 이동 불편(29.8%) △경제적 이유(20.8%) △증상의 가벼움(19.3%) 등으로 조사됐다. 

반면 2020년 서울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실태조사에서는 최근 6개월간 의료 미충족률이 5.7%로 나타났다. 여기서는 △시간이 없어서(20.7%) △돈이 없어서(20.7%) △의료기관 방문 어려움(19.0%)이 이유로 조사됐다. 

박 간사는 “서울시 실태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의료 미충족률의 가장 큰 이유로 ‘시간이 없어서’라고 답한 부분이다.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실태조사에서 차이가 발견되는데 이에 대한 심층조사가 필요하다”라며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이동권 보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중증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응급차와 의료이동지원 수단이 필요하다”라고 제시했다. 

이어 “장애인은 의료 취약계층이라기보다 의료 배제·차별 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 공공병원 14개 중 실제로 중증장애인을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은 두세 곳밖에 없다. 노인 중심이거나 경찰병원, 아니면 특정 질환을 치료하는 병원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단 한 번도 지역 중증장애인의 의료 욕구 실태를 심층적으로 파악하지 않았다”라며 “세종시의 세종시립의원, 서울시 성동구가 설치한 성동재활의원처럼 권역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을 마련하는 데 서울시가 힘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이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 부족한 물량 확보, 주거권 보장되는 주거지원 필요

탈시설장애인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주거지원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장애인지원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지원주택은 주택과 주거유지지원이 함께 이뤄지고 있는 주거모델이다. 

서울시는 서울지역 내 지원주택 158호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제2차 장애인 거주시설 탈시설화 추진계획(2018~2022)(아래 2차 탈시설계획)’의 탈시설 목표인 800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물량으로 확대가 필요하다. 한정된 지역에서만 지원주택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규식 대표는 “현재 서울주택도시공사를 통해 지원주택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데 서울 중구, 종로구, 마포구, 강남구 등은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원주택이 제공되지 않는다. 모든 장애인이 원하는 지역에 살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기 위해 시 매입 주택이나 전세주택 등의 대안을 마련해 서울 전역에서 주택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탈시설 초기, 장애인이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서울시 탈시설장애인 자립정착금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120% 이내의 사람들에게 1인당 1200만 원을 지급한다. 그러나 주거비와 그 외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이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서울 지역 주거비 수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주거 외 정착에 대한 개인 부담도 여전히 높다. 특히 비수급 장애인은 최대 1년까지만 생계비가 지원되는데, 이후 부담이 가족에게 전가될 수 있다”라며 “부양의무자의 소득 기준을 없애고, 만 20세부터 독립가구로 인정해 수급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변경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장애인의 자립과 노동권 위한 지원인력 확충 

탈시설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잘 정착할 수 있는 소득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 2020년 7월부터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시행하고 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최중증장애인이 최저임금을 받으며 권익옹호활동, 문화예술활동, 장애인식개선강사 활동을 하면서 한국정부가 비준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시민에게 홍보하는 일자리다. 기존의 시혜적인 ‘장애인복지일자리’와 달리 이들은 ‘권리를 생산하는’ 노동을 한다. 올해에는 350명의 최중증장애인이 서울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센터) 등 15곳에 사업을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1곳당 평균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23.3명씩 일하는 셈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전담인력 인건비를 1곳당 1명씩만 지원하다보니 정작 이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에선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정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국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우정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국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우정규 서울장차연 조직국장은 “인건비가 부족하니 센터 등에선 자부담과 기존의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밖에 없다. 평균 4.3명(최소 2명~최대 8명)이 해당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올해부터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시행하고 있는 전라남도의 경우 중증장애인 5명당 전담인력 1명에 대한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인건비는 월 191만 4440원으로 서울형 생활임금 225만 원 기준에도 미달한다. 더욱이 사업이 종료되는 12월에는 단축근무를 적용해 전담인력 급여를 179만 780원으로 설정했다”라고 지적했다. 

우 조직국장은 내년도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로 거듭나기 위해 2차 자립생활계획에는 △최중증장애인 500명 고용 △12개월 일자리 보장 △퇴직금 예산에 반영 △전담인력 인건비 2명 보장 △안정적·연속적 일자리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탈시설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센터의 확대와 노동자의 처우개선도 필요하다. 1차 자립생활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원하는 센터를 매년 2개소씩 늘려 53곳을 지원하고, 센터당 인력도 매년 1명씩 늘리겠다고 밝혔다.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지역사회재활시설(이용시설)의 98%까지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했으나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안일환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가는 “서울시는 2022년까지 센터 신규 종사자를 7명까지 확대하겠다고 했으나 2020년부터 현재까지 6명으로 동결된 상황으로, 센터 종사자가 업무과중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장기적으로 지금의 센터 수와 인력지원은 2~3배 이상 충원되어야 한다. 2차 자립생활계획에는 매년 1명씩 인력 추가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인건비 수준도 지역사회재활시설(이용시설) 인건비 수준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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