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이후 장애진단 없이 일반 어린이집 가는 장애영유아 늘어
“장애영유아 위한 적절한 지원 결여, 개선 시급”

2012년부터 만 3~5세 보육과 교육 과정을 통합한 '누리과정'이 시행되고 정부의 보육료 지원이 확대되면서 '국가 무상보육'의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장애아 통합보육 현장에서는 장애아에 대한 별도의 지원 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채 시행되는 무상보육으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윤경 한국성대학교 영유아보육학과 교수
전국장애아통합어린이집협의회 주최로 30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회통합과 장애아통합보육 컨퍼런스'에서 발표에 나선 조윤경 한국성대학교 영유아보육학과 교수는 무상보육 실시 이후 일반 어린이집에서 장애통합 보육이 더 힘들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진단했다.

2012년 무상보육 실시 이전에 보육료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장애진단을 받은 후 장애아보육료 지원을 받아야 했지만, 무상보육 실시 이후에는 장애진단을 받지 않고도 보육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이 때문에 낙인효과가 있는 장애진단을 굳이 받으려 하지 않는 이들이 늘었고, 이런 장애영유아가 특수교육적 지원이 열악한 일반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장애아전문 어린이집과 장애아통합 어린이집의 장애아동은 9559명에서 9695명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일반 어린이집의 장애아동은 3463명에서 2014명으로 감소했다. 조 교수는 이것이 “실제로 장애아동 수가 감소하는 것이라기보다 장애아보육료지원을 받지 않고 일반무상지원을 받는 영유아가 늘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장애영유아는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해 발달적으로 더 문제를 보일 수 있고, 교사는 지원 인력 등의 부족으로 학급 운영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와 함께 일반 어린이집에는 장애아 보육의 질적인 내실화를 담보할 전문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장애아 9명당 1명의 치료사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장애아동 정원수가 많은 장애아전문 어린이집의 경우 치료사 지원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장애아동 정원이 9명 미만인 일반 어린이집에서는 치료사 배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설사 9명 이상의 장애유아가 있더라도 서울시만 치료사 인건비 보조가 되고 있고, 이마저도 일반 어린이집과 장애아전문 어린이집 치료사는 차별적으로 수당이 지원되고 있다”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조 교수는 또 "저출산으로 인한 영유아의 감소로 어린이집의 만 3~5세 유아 학급의 구성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유아 수가 줄어서 만 5세반 구성이 어려워지게 되면, 만4·5세 혼합반을 만들 수밖에 없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렇게 되면 만 4세와 5세, 그리고 장애유아 세 범주의 집단을 한 학급에서 감당해야 해서 교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라며 “이 때문에 교사들이 장애통합 활성화를 위해 처우개선보다 우선해서 보조인력 지원을 요구할 만큼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조 교수는 “영유아가 발달에 문제를 보이는 경우 조기에 장애 진단을 받고 이에 적합한 서비스를 받는 것이 중요함에 대한 대중인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홍보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와 함께 어린이집에서의 장애 통합 서비스의 내실화를 통해 서비스를 받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입증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이를 위해 장애 통합 보육의 질적인 향상에 초점이 맞춰진 지속적 평가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또 “장애 조기 선별과 장애진단 그리고 다양한 서비스를 포함하는 조기 개입 서비스로의 연계를 위해 통합적인 서비스 전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지역사회 내 보건소, 특수교육지원센터, 장애아동지원센터,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이 상호협력하고 연계하는 국가적 차원의 전달체계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30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사회통합과 장애아통합보육 컨퍼런스'가 전국장애아통합어린이집협의회 주최로 열렸다.

 

이야기원격평생교육원 이계윤 교수는 조 교수가 지적한 무상보육 시행에 따라 장애아통합보육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에 대해 동감을 표하면서, 장애아표준보육단가를 적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0세아(0~12개월 영아) 기준으로 되어있는 보육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1995년부터 장애아보육료는 0세아 기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연구기관에 위탁한 보고에서 장애아표준보육단가는 0세아와는 전혀 다른 기준에 의해 제시되어야 한다고 수차례 발표했었다.”면서 “특수교사가 아닌 일반보육교사가 장애영유아를 담당하는 현실은 장애영유아에 대한 적절한 조기개입의 기회를 놓치게 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장애영유아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표준보육단가가 실제로 적용되어야만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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