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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 아래 작은 동네, 장수마을 할머니 [두개의시선]
2020-02-06 21:02:20 최인기
여기 성곽 아래 작은 동네가 있습니다. 잘 다듬어진 골목길을 걷다 보면 작은 평상이 보입니다. 따뜻한 햇볕이 드는 날이면 동네 주민들이 평상 위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를 치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골목에서는 막혔으면 돌아가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일 테지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뿐이랍니다. 사람 사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요? ...
용산참사 11주기, 역사가 던지는 질문 앞에서 [두개의시선]
2020-01-13 16:41:09 최인기
2009년 1월 20일 동틀 무렵 서울 용산의 ‘남일당 빌딩’이 화염에 휩싸였다. 경찰 특공대 진압 작전이 시작된 지 약 30분이 지난 오전 7시 5분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컨테이너에 타고 있던 경찰 특공대가 망루 해체 작업을 시작했고, 이들이 탄 컨테이너가 망루에 충돌했다. 망루 안 계단이 무너졌고, 신나 등 유류물이 흘러내렸다. 경찰은 망루를 향해 물을 뿌렸지만, 오전 7시 25분 망루 전체로 불이 번지면서 망루는 붕괴했...
삶의 의미에는 차이가 없다 [두개의시선]
2019-12-13 19:37:56 최인기
어떤 이가 나무 옆에 앉아 밥을 먹는다. 비둘기들이 옆에서 나란히 식사한다. 나뭇잎 덕분에 햇빛과 그늘이 교차하는 얼룩덜룩한 배경이 펼쳐졌다. 길에서, 그것도 혼자서 먹는 밥 한 끼의 의미가 가벼워 보이진 않다. ‘무거워 보인다’라는 것이 더 어울리는 거 같다. 하지만 비둘기가 있고 비둘기를 쫓아낼 생각도 없는 점심 한 끼는 최소한 심각해 보이지는 않는다. 부자나 빈자나 모두 한 끼의 점심을 먹는다. 식단의 ...
1995년 11월 28일 인천 아암도, 그날의 진실 [두개의시선]
2019-11-20 17:11:32 최인기
겨울을 알리는 진눈깨비가 거리를 적시고 있었다. 삐삐가 요란하게 울렸다. 1995년 11월 28일 오전 10시경, 인천 아암도 농성자 중 한 명이 망루에서 어통소 쪽 50m 정도 떨어진 바닷가에서 시신을 발견하였다는 것이다. 망루에서 농성하던 장애인 노점상 이덕인의 실종을 알리는 소식이었다. 장애인이었던 그에게 세상은 삶의 기회를 열어주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선택한 길은 노점상이었다. 그러나 너무도 가혹한 단...
빈곤철폐의 날, 가난한 나의 목소리를 들고서 [두개의시선]
2019-10-13 18:14:23 최인기
매년 10월 17일 즈음이면 가난한 이들이 모여 자신의 사회적 요구를 내걸고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일정이 전개된다. 올해 ‘빈곤철폐의 날 퍼레이드’는 12일 청계천 광교에서 개최되어 광화문을 거쳐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했다. 1999년, 시혜가 아니라 권리로써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만들어졌지만, 장애인 노점상 최옥란 씨의 죽음(2002년)에서 알 수 있듯이 가난한 이들의 삶의 조건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후 10...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두개의시선]
2019-09-22 17:03:08 최인기
지구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8년 뒤 온실가스로 지구 온도는 1.5도 높아진다고 한다. 텔레비전에서는 북극 얼음이 녹고 황폐한 땅 위에 북극곰이 더위에 몸부림치는 장면이 나온다. 식물이나 동물이 멸종될 위험에 놓인다. 바닷물이 차오르는 섬나라 주민들은 기후난민이 되어 고향을 떠난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구 위 모든 것이 재앙에 빠진다. 기후가 변하면 식량도 부족해진다. 매년 여름...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밖에 [두개의시선]
2019-08-23 11:59:00 최인기
오랜만에 장애인 투쟁에 참석한 후배가 뙤약볕을 걷다가 뭐라고 중얼거린다. “그런데 장애등급제는 진짜가 있고 가짜가 있나 보네…” 조금 엿들은 기억을 살려서 후배에게 훈수를 둔다. “말로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한다고 하지만, 실제 예산을 올려서 충분한 서비스 지원이 되어야 ‘진짜’ 폐지지 안 그래? 방금 집회 사회자가 그러잖아. ‘장애인연금, 활동지원, 주간활동’ 등 예산의 획...
노량진 수산시장 명도집행은 완료되지 않았다 [두개의시선]
2019-08-10 12:45:12 최인기
9일 오전 6시경부터 시작된 노량진수산시장 10차 명도집행은 구 시장의 모든 점포에 대한 명도완료가 아니었다. 법원 집행관은 명도완료를 선언하고 수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모든 점포가 폐쇄되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명도집행은 개인의 사유재산에 대한 집행이기에 그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신중해야 한다. 관련 법률에도 집행과정은 합법적 절차를 준수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날의 명도집행은 최소...
스펙터클한 대한민국이라는 시장 [두개의시선]
2019-08-02 22:18:42 최인기
휴가 떠날 곳을 찾는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 그리 멀지 않다. 1호선 전철을 타고 노량진역에 내리면 된다. 출입구를 나오면 멀리 우뚝 솟은 굴뚝, 길게 뻗은 육교가 보일 것이다. 들어오려면 좀 복잡하다. 커다란 콘크리트로 막아놨기 때문이다. 등산한다는 심정으로 오면 어려운 것도 없겠다. 곳곳에 해골과 철거를 알리는 으스스한 낙서가 ‘레트로’ 한 분위기다. 법률에 근거하면 시장개설자와 책임...
가짜가 ‘진짜’가 되도록 [두개의시선]
2019-07-02 12:47:54 최인기
장애인들이 한강 다리를 건너고 있습니다. 10년의 투쟁과 1,842일 광화문 지하도 농성의 성과로 장애등급제가 31년 만에 폐지가 시작된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폐지되기 위해서는 또 기나긴 싸움이 필요하겠지요. 가짜가 진짜가 되도록 힘과 마음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우린 단지 지옥을 탈출했을 뿐입니다 [두개의시선]
2019-06-25 11:30:59 최인기
...길바닥에 뒹굴며 구르는 돌멩이처럼 단 하루를 살더라도 새처럼, 구름처럼 맑은 자유 누리며 하늘 훨훨 날아 사람답게 살겠다고... 2019년 6월 22일 대장암 투병 중 고인이 된 박정혁 님이 쓴 시 “우린 단지 지옥을 탈출했을 뿐입니다”를 인용했습니다. 영혼조차 황폐하게 만든다는 시설을 나와 2005년 겨울 서울대공원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양한 사람들 [두개의시선]
2019-06-03 13:00:38 최인기
구원 씨는 충주에서 상경해 스무번째 서울 퀴어 퍼레이드에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가 열렸습니다. 집회 참석자들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등이 적힌 팻말과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칩니다. 세상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있듯이 다양한 성소수자도 언제 어디에나 있습니다. 그저 다양한 사람만 있을 뿐 정상과 비정상은 존재하지 않는 거죠. 구원 씨는 모처럼 푸...
썩은 냄새가 스멀스멀 풍긴다 [두개의시선]
2019-05-07 12:12:35 최인기
올해 72세이신 박순선 어머니는 노량진 구 수산시장에서 생선을 파신다. 40년 청춘을 바쳐 장사한 대가로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 불편하시다. 지난 4월 27일 수협중앙회에서 거대한 콘크리트 벽을 시장 주변에 쌓아놔 출입을 봉쇄했다. 늙은 상인은 생선 피 냄새 진동하는 바닥에 주저앉아 운다 수협중앙회 회장은 불법 선거로 구속되기 직전이다. 썩은 냄새가 스멀스멀 풍긴다. 박순선 어머니는 평생 이런 수모는 처음 겪...
화들짝 봄이 지나간다 [두개의시선]
2019-04-20 20:41:45 최인기
4월이 되면 수성 거리며 봄꽃이 피어난다 장애인을 둘러싼 이야기도 함께 피어난다 "누구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네 아직도 살만한 곳이지 희망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네" 사랑을 베푸는 이웃들이 벌처럼 날아들었다 불굴의 투지로 장애를 극복하고 열매를 맺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아픈 가지에 새순이 나듯 장애인들은 동정 따윈 필요 없다며 거리로 나섰다 "장애등급제 폐지하라"...
어떤 이름은 죽어서도 투쟁한다 [두개의시선]
2019-03-25 13:56:40 최인기
홀로 아이를 키우던 그녀는 장애인이었다. 청계천 노점상이었다. 가난한 이들에게 제공한다던 ‘기초 생활 보장제도’는 출발부터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에 턱없이 부족한 제도였다. 게다가 그녀는 가혹한 노점단속과 멸시에 시달렸다. 2002년 3월 26일 새벽, 봄소식으로 충만할 무렵 그녀의 운명은 더 이상 피어나지 못하고 나뭇잎처럼 떨어졌다. 세상은 삶의 기회를 열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청계천 복원공사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