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한 머리카락을 거둬내니 새하얀 머리카락이 드러났다. 색의 대비는 또렷했다. 뿌리는 새하얗고, 그 아래는 붉다. 시설에서 나온 후, 원하는 색으로 머리카락을 물들였다. 시설에 있을 때는 허용되지 않던 행위였다. 염색한 머리카락이 바리캉에 의해 조심스레 밀려 나간다. 색을 벗겨내니 하얗고 검은 머리카락만이 짧게 남았다.초로의 중증장애인들은 생애 처음으로 노동자가 됐다가 이제는 해고노동자가 되어 복직투쟁으로 삭발을 한다.이영애(1966년 11월 5일), 이수미(1962년 7월 4일), 구용호(1957년 9월 5일), 김탄진(1968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발달장애인법) 전면 개정을 국회에 요구했다.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이라고 적힌 파란색 몸피씨를 입은 1000여 명의 장애부모들이 서울시청 서편 2차선 도로를 가득 메웠다.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는 19일 오후 1시, 서울시청 서편에서 전국집중결의대회를 열었다. 부모연대는 2018년 4월, 삭발, 삼보일배, 천막농성 등의 치열한 투쟁을 통해 ‘제1차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
19일 오전 11시, 서울시의회 임시회 개회 당일을 맞아 장애인들이 다시 한번 서울시의회 앞으로 모였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서울시의회 탈시설지원조례 폐지안 부결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에 맞서 같은 시간, 맞은 편에서는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아래 거주시설부모회)가 탈시설조례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서울시 탈시설조례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이 2023년 5월 11일, 주민조례로 청구됐다. 주민조례청구란 일정 수 이상의 주민이 참여하여 해당 지자
- 서울시의회 개최 이틀 앞두고 장애계, 인권위 농성 시도서울시의회 임시회 개최 이틀을 앞두고 장애계가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점거 농성을 시도했다. 19일에 열리는 임시회에 서울시의회 의장 명의로 ‘서울시 탈시설조례’ 폐지를 담은 조례안이 발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17일 오전 7시 30분경, 중증장애인들이 ‘서울시 탈시설조례’ 폐지에 대한 긴급 시정 권고를 요구하기 위해 인권위를 찾았다. 그러나 경찰이 이미 건물을 둘러싼 채 막아서고 있었다. 인권위가 입주해있는 나라키움저동빌딩 측에서 경찰에 시설 보호 요청을 한 것이다. 경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아래 탈시설조례)’가 제정된 지 2년 만에 폐지 위기에 놓였다. 12일 오후 2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탈시설조례 폐지조례안’ 부결 촉구를 위해 서울시의회 앞에 모였다.- ‘탈시설조례’ 통과부터 ‘탈시설조례 폐지조례안’ 입법예고까지2022년 6월 21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탈시설조례가 통과됐다. 2009년부터 탈시설당사자들이 서울시를 향해 투쟁해 온 성과였다. 탈시설조례에는 거주시설에서 벗어난 장애인이
“세상은 만만하지 않지만 우리도 만만하지 않잖아요. 우리는 우리를 지킬 수 있죠. 세상에 지지 말아요.” (지민주, ‘세상에 지지 말아요’ 중에서)4월 10일 총선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지난 18일, 경기도 장애인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탈시설장애인당(當)이 2024경기도총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함께 ‘장애인 차별·혐오정치 종식을 위한 장애인권리행진(Disability Pride)’을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일대에서 연 것이다.‘장애인 차별·혐오정치 종식을 위한 장애인권리행진(D
4월 10일 총선을 맞아 ‘2024송파구총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송파구총선장애인연대)는 송파구 내 장애인 자립생활권리 보장을 위해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장애인권리보장을 위한 정책 요구안을 제시했다.송파구총선장애인연대는 18일 오전 11시, 송파구청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선을 통해 장애인과 모든 송파구민이 지역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시대를 역행하는 서울시, 탈시설 권리 죽이기 정책 연달아 발표서울시는 지난 2월 26일, ‘장애인 자립지원 절차 개선안’을 기반으로
최근 서울시가 장애인지원주택 공고에서 ‘와상장애인 등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입주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아래 발바닥행동) 등 장애계는 “24시간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정책”이라며 16일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를 진정했다.서울시는 2018년 5월 ‘서울시 지원주택 공급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2019년부터 장애인지원주택을 운영해 왔다. 지원주택은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와 함께 주거를 제
4.10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대구 탈시설장애인당(當)이 출범했다. 탈시설장애인당은 정식 정당이 아니라 캠페인 정당이다. 그래서 정당(政黨)이 아니라 정당(正當)으로 표기한다. 이번 선거에서 장애인 권리 실현 공약 요구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여성 장애인 권리 보장, 모든 시민을 위한 이동권 증진 등을 선거 쟁점화, 후보 공약화를 목표로 한다.3일 오전 11시 대구 중구 반월당역 인근에서 탈시설장애인당 대구시당, 탈시설장애인연대 대구지부,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탈시설장애인당 대구시당 공식 출범 기자회견을
올해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가 총 35억 7,5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해 두 개의 장애인거주시설을 신축한다. 이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한 탈시설 정책에 반하는 결정이다. 특히 제주도가 ‘시설 입소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공립형 장애인거주시설을 짓는다’고 밝혀 향후 거센 논란이 예상된다.- ‘공립형 시설’ 짓는 제주도 “입소 대기자 문제 해소하려고”제주도의 공립형 장애인거주시설은 공유지인 구좌읍 덕천리에 지어진다. 복지부는 시설 설립 예산으로 17억 5,000만 원을 편성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대
국회 앞 기자회견 현장은 초상집을 방불케 했다. 장애인들은 ‘투쟁’을 외칠 힘조차 없어 보였다.‘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IL센터)의 복지시설화 법안’이라 불리는 장애인복지법 개악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종성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안이 지난 8일, 기어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고 말았다.본회의를 앞둔 8일 오전 11시,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 기자회견을 연 장애인들은 “자립생활은 죽었다”며 탄식했다. 해당 개악안의 통과를 막기 위해 국회의사당역에 농성장을 차린 지 200일이 넘었다. 지난달 21
이 기사는 발달장애인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언어로 썼습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해 쉬운 정보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의 ‘이해하기 쉬운 정보 제작 기준’을 참고했습니다.- 한 문장에 하나의 정보만 담는다.- 단순한 문장 구조로 짧게 작성한다.- 구어체로 작성한다.- 줄임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복잡한 단어, 어려운 단어, 전문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어렵지만 사용해야 하는 단어는 쉬운 설명을 함께 제공한다.- 어려운 단어가 많은 경우 별도의 단어목록을 만들어 설명을 제공한다.- 숫자는 아라비아 숫자로 기재한다.-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총무이자 장애인거주시설 ‘둘다섯해누리’의 원장인 이기수 신부가 비인간동물의 지능과 발달장애인의 지능을 비교해 논란이 일고 있다.이 신부는 지난 10월 26일, ‘장애인 탈시설 범사회복지 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장애인 주거복지정책의 방향성 모색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했다. 그는 한 발달장애인 ㄱ 씨가 나오는 영상을 틀며 “이게 2급이다. 우리 시설(둘다섯해누리)에 사는 아이다”라고 말했다.이어 이 신부는 다른 발달장애인 ㄴ 씨의 인터뷰 영상을 틀었다. 이 신부는 영상 속 ㄴ 씨를 향해 “요거는 3
대구시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 권리가 침해될 위기에 놓였다. 대구시가 발달장애인 자립지원사업 예산을 15% 삭감했기 때문이다.이에 대구 발달장애인들은 8일 오전 11시, 대구시 중구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재우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대구 발달장애인들 “자립지원사업 축소, 반대한다”대구시가 대구시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대구시는 발달장애인 자립지원사업 예산을 올해 3억 9200만 원에서 내년도 3억 3200만 원으로 15% 삭감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대구장차연)는 “시비
국가가 시설수용 피해생존자에게 보상을 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은 지난 9월 6일, ‘거주시설 수용 피해생존자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아래 시설수용 피해생존자 보상법)’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아래 유엔협약)과 탈시설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거주시설 운영과 그에 따른 피해의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것을 명시해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시설수용 피해생존자들은 지난 3일 오후 2시,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시설수용 정책의 사과를 촉구하는 증언대회’에
2003년 10월 20일 ‘한국장애인IL단체협의회’로 출범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가 올해로 출범 20주년을 맞았다.한자협은 20일 오후 4시, 서울시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2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올해 창립 기념 슬로건은 ‘시퍼렇게 날이 설 때까지’이다. 이는 ‘전대협 진군가’를 개사한 ‘한자협 진군가’의 한 소절에서 따온 것이다.이번 기념식에는 전국에서 자립생활운동을 하는 활동가들 3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시퍼렇게 날이 설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탈시설·자립생활 운동의 결의를 다졌다.특별히 이번 기념식
조인제 씨가 상을 받고 환히 웃었다. 3개 정도 남은 그의 치아가 밝게 빛났다. 인제 씨는 이내 입을 다물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누군가를 쳐다봤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이다. 인제 씨는 탈시설 자립왕 상패를 꼭 끌어안고 복지부 공무원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인제 씨는 가족과 지인의 반대에도,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하는데도 탈시설했다. 21년간 요양시설에 갇혀 살았던 삶을 끝내고 자립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만 65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인제 씨는 불합리한 제도에 굴복하기보다 맞서 싸우면서 자립하
70세 최정식 씨는 탈시설 반대론자였다. 노들장애인야학(아래 노들야학)을 알기 전까지는 그랬다.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최 씨와의 첫 만남을 “파란만장했다”고 기억했다. 둘은 탈시설 운동가와 탈시설 반대 시위자로 장애인거주시설 송전원 앞에서 처음 만났다.송전원에서는 노동착취, 성폭력 등 인권침해가 수년간 일어나 2016년, 폐쇄를 앞두고 있었다. 장애자녀 주희 씨(40세)를 송전원에 입소시킨 최 씨는 ‘송전원 폐쇄 절대 반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다 조 활동가를 마주쳤다.7년 뒤인 2023년, 송전원은 사라졌고 주희
서울시가 8월 셋째 주로 예정되어 있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와의 면담을 파기했다. 이에 대해 23일 오후 6시, 전장연은 혜화역 2번 출구 앞 도로 1차선을 점거하고 서울시의 면담 파기를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전장연 활동가 100여 명은 결의대회 후, 탈시설에 대한 강도 높은 공격을 가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규탄하며 대학로를 행진했다. 이후엔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서울시청으로 이동하면서 장애인권리예산 쟁취를 위한 시민 선전전을 이어 나갔다.- 전장연-서울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지난 5월 12일, 김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