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코로나시대, 싸우는 사람들의 안부를 묻다 ⑧
여의도 ‘쌍둥이빌딩’을 청소하는 사람들, 엘지트윈타워 청소노동자

투쟁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에 참석한 청소노동자들의 뒷모습. 붉은 조끼에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 생활임금 쟁취!”라고 쓰여 있다. 사진 황지수
투쟁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에 참석한 청소노동자들의 뒷모습. 붉은 조끼에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 생활임금 쟁취!”라고 쓰여 있다. 사진 황지수

새벽 5시 여의도, 한강 바로 옆에 있는 엘지트윈타워 앞을 지나면 칼바람이 뺨을 스쳐 간다. 여의도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출근시간이다. 여의도환승센터에는 이제 막 버스에서 내린 색색깔의 점퍼를 입은 60대 여성 노동자들로 가득하다. 다른 직원들이 출근하기 훨씬 전에 미리 출근해서 휴지통을 비우고 바닥을 쓸고 변기를 닦는다. 엘지 트윈타워에는 밤 9시에 출근하는 야간 청소노동자도 있다. 그들은 청소기로 아무도 없는 어두운 빌딩의 먼지를 빨아들이고 회의실의 화이트보드를 닦는다.

여의도 엘지트윈타워 앞에는 지난 10월 14일부터 농성천막이 세워져 있다. 천막에는 “생활임금 보장! 노동조합 인정! LG청소노동자 천막농성 ○○일 차”라고 커다랗게 적혀 있고, 주변에는 빨갛고 하얀 천에 노동자들이 직접 글씨를 쓴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19년 10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해서 싸우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엘지트윈타워분회 조합원들이 투쟁하고 있는 현장이다.

엘지트윈타워 청소업무 도급 구조는 이중 하청 구조이다. LG가 LG그룹 소유의 건물, 시설물에 대한 시설 관리 등을 수의계약으로 에스앤아이 코퍼레이션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에스앤아이 코퍼레이션은 LG가 100% 지분을 보유한 종속회사이며, 에스앤아이 코퍼레이션은 다시 지수아이앤씨에 각종 건물관리업을 도급한다. 지수아이앤씨의 지분은 현 LG그룹 회장 구광모의 두 고모인 구훤미, 구미정이 각각 50%씩 소유하고 있다. 구훤미, 구미정은 지난 2018년 지수아이앤씨 주주로 각 30억씩, 총 60억을 배당받았다. 청소노동자들이 최저임금만 받으며 고강도 노동과 각종 갑질을 견뎌내고 있을 때, 회장 고모들은 손가락도 까딱 않고 수십억씩을 챙겼다.

엘지트윈타워분회는 노동조합 결성 후 노동시간 정상화, 임금 인상, 단체협약 체결,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을 위해 교섭을 시작했으나 사측의 교섭 해태로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노동조합의 요구안이자 성취 결과인 노동조건 개선을 사측의 선의인 것 마냥 선전하며, 조합원과 비조합원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고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한 10월 15일은 조합원들이 처음으로 경고파업을 진행하고 천막 농성을 시작한 이튿날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그간 조합원들의 투쟁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오랜만에 천막에 모인 조합원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어느 때보다 활짝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10월 15일 16시, 19시 두 번에 걸쳐 진행되었다. 주간 조합원 2명, 야간 조합원 2명을 인터뷰했고 인터뷰어가 맥락에 맞게 편집했다.)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 설치된 천막 농성장. “LG 청소노동자 천막농성 30일 차”라고 크게 쓰여 있다. 사진 황지수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 설치된 천막 농성장. “LG 청소노동자 천막농성 30일 차”라고 크게 쓰여 있다. 사진 황지수

- 코로나로 더 ‘깨끗이’ 요구되는 노동, 그러나 마스크 한 장 없다

“특별히 추가된 업무는 없지만, 이전보다 훨씬 일이 많아졌죠. 아무래도 직원들이 손을 자주 씻으니까 이전보다 두 번은 더 자주 가서 돌아봐야 해요. 페이퍼 타월이나 물비누 사용량도 늘어서 더 자주 채워놔야 하고요. 쓰레기통에 마스크를 그냥 버리잖아요. 우리는 그런 것들을 치워야 하는 게… 조금 찝찝하고 무섭죠. 쓰레기통이 아니라 그냥 활짝 펼쳐진 채 바닥에 떨어져 있기도 해요. 그걸 치우는 게 우리 일인 거죠. 이런 상황이니까 더 깨끗이 잘해야죠.”

“현장에서 청소할 때도 마스크 쓰고 해야 하니까 엄청 힘들어요. 답답하고 숨쉬기 불편해요. 소독약을 일주일에 두 번씩 뿌리는데 그게 엄청 독해요. 빌딩 전체에 뿌리는데 뿌리고 30분 뒤쯤에 저희(야간 조합원)가 들어가서 청소하거든요. 그 밀폐된 공간에서 청소를 하는데 약이 엄청 독해서 목이 쓰고 너무 힘들어요. 그렇다고 해서 공기청정기를 틀어주는 것도 아니고. 낮에 일하는 본사 직원들도 소독약이 너무 독하다고 말하더라구요. 그것 좀 안 뿌리면 안 되냐고, 항의하더라고. 본사 직원들이 항의해도 그대로인데 우리가 말한다고 회사가 들어주겠어요?”

코로나19로 많은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에 변화가 생겼다. 청소노동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추가된 업무는 없어도 노동 강도는 높아졌다. 화장실 이용량이 늘어 일이 많아졌고, 마스크를 쓰고 일해야 해서 숨쉬기가 답답하다. 독한 소독약품 때문에 목이 아프지만 코로나19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더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 일은 힘들어졌는데 받는 건 최저임금 그대로다. 마스크 한 장도 받지 못한다.

“(마스크 지급) 아예 없습니다~ 일체 없어요~ 처음에는 묶어서 쓰는 얇은 린넨 마스크를 1월부터 일주일에 두 개 줬어요. 3일에 한 개씩 쓰라면서. 비말 차단 전혀 안 되는 건데 그것도 우리가 달라고 해서 준 거예요. 두어 달 주다가 이제는 아예 안 줘요. 마스크 안 주냐고 말해봤는데, 회사가 마스크 안 줘도 법에 안 걸린다면서 안 주네요.”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의 설움은 마스크 지급에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건물에서 확진자가 나와도 제때 알 수 없다. 60대 청소노동자들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이지만, 각자 알아서 살라는 거다.

“엘지트윈타워에서도 확진자가 여러 번 나왔어요. 그런데 전혀 말을 안 해줬어요. 우리가 물어보면 우리도 이제야 알았다, 8시 넘어서 알았다 이렇게 해요. (말을 늦게 해준 거예요, 아예 안 해준 거예요?) 아예 말을 안 한 거예요. 우리가 물어봐서 알려준 거예요. 뉴스기사 보고 알았어요. 층마다 근무하는 보안 직원들도 잘 몰라요. 높은 층 높은 사람들에게나 정규직 직원들에게는 알려주는데, 우리한테는 안 알려줘요.”

“정부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하라고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거리 둘 수가 없어요. 휴게실에서도 모여 있어야 하고, 마스크도 안 주는데요. 마스크는 알아서 사고 니네가 알아서 살아남아라 이거잖아요. 거리두기 하라면서 휴게실 좁은 공간에서 20명이 같이 쉬고 잔단 말이에요. 거기 말고 다른 쉴 곳이 없으니까요. 정부에서 ‘회사에서 마스크는 지급해라’라고 강제하면 좋을 텐데, 그것도 아니고. 우리가 지키려고 쓰는 거지, 회사에서는 야간에는 직원들 없다고 마스크 안 줄 뿐만 아니라 쓰라는 말도 없어요. 가이드라인이나 안전지침 같은 것이 없어요. 그러면서 하청 관리자들은 마스크 다 써요. 지들 살고 싶다고.”

로비에서 진행하는 점심 선전전. “노동기본권 쟁취!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힌 붉은 조끼를 입은 중년 여성 여섯 명이 “구광모 책임져”라고 쓰인 커다란 손피켓을 한 글자씩 들고 있다. 사진 황지수
로비에서 진행하는 점심 선전전. “노동기본권 쟁취!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힌 붉은 조끼를 입은 중년 여성 여섯 명이 “구광모 책임져”라고 쓰인 커다란 손피켓을 한 글자씩 들고 있다. 사진 황지수

- ‘대기업이 살려면 우리가 죽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코로나19는 현장 투쟁을 어렵게 한다. 10월에 시작한 경고파업과 천막농성은 원래 8월에 하려고 했다.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여러 번 시기를 미뤘다. 교섭 역시 코로나19가 핑계가 되어 계속 미뤄졌다. 조합원들이 모이는 것도 문제였다. 다 같이 하던 선전전을 조를 나누어 진행했고, 집회 인원도 제한했다. 정성스레 만든 유인물을 나눠주지 못한 적도 많다.

“눈치가 보인다고 해야 하나? 코로나 때문에 우리가 모여 있는 것이 남들이 보기에 안 좋게 보일까 봐 걱정이죠. 지금은 조금 괜찮지만 한참 심각할 때는 투쟁하는 것이 많이 위축됐었죠. 유인물 안 받으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장갑 끼고 나눠주기는 하는데 우리도 불안하고…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우리 이렇게 모이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하고 힘들었어요.”

“저는 다른 것보다 코로나 때문에 집회를 못 하고 투쟁을 잘 못 한다는 게 제일 답답해요. 나라에서는 거리두기 때문에 집회도 하지 말라, 모이지 말라 하는데 회사가 마스크 안 주는 건 뭐라고 안 하나?”

점심, 저녁마다 주간/야간 조합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현장으로 돌아간다. 빨간 조끼를 입고 열심히 구호를 외치다 어깨를 두드리며 다시 커다란 빌딩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매일 이렇게 투쟁과 노동을 함께하는 것이 힘겨울 법도 한데, 지치지 않는다. 기왕 싸우기로 한 거 끝까지 가보자고 서로를 다독인다. 와중에 다른 곳에서 싸우고 있는 동지들에 대한 연대도 이어가고 있다. 코레일 네트웍스, 이스타 항공, 대학원생 노조, 아시아나 케이오 등 여러 투쟁 현장에 방문하여 마음을 나누고 곁을 지켰다. 조합원들은 함께 싸워서 함께 이기자고 말한다. 코로나19 시기에 그렇게 같이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대기업이 살아야 우리도 살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란 걸 깨달은 거예요. LG 같은 대기업이 살려면 우리가 죽어나야 하는 거예요. 노동조합 가입해서 알게 된 거 또 있어요. 한두 명은 바꿀 수가 없어요. 그런데 우리가 모이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자본가와 노동자가 다른 건 이런 거예요. 자본가들은 못 하지만 우리는 뭉칠 수가 있어요. 나 혼자만 사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살아야 하는 걸 알고 있어요. 지금 같은 코로나19 시기일수록 더 그래야 해요.”

“옛날에는 욕했어, 천막 이런 거 있으면 아이구~ 했는데 이젠 ‘민주노총’이라고 적혀 있으면 너무 반가워. 힘내세요~ 하고 노래 같이 부르고 박수치고 그래요. 저번에는 노량진 수산시장 지나가는데 집회를 하고 있더라구요. 가만 보니까 민주노총도 있고 그래, 그래서 잠깐 들려서 팔뚝질하고 나왔어요.”

여의대로 바로 옆에 위치한 농성 천막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동차들이 지나가는 소리에 언제나 시끄럽다. 밤이 되면 폭주족 오토바이 소리와 커다란 버스가 지나가는 소리, 바람 소리가 한꺼번에 들린다. 가로등 불빛이 들어와서 밤에 눈 붙이기가 쉽지 않다. 천막을 단단하게 동여맸지만 바람과 냉기가 들어온다. 11월 18일에는 104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천막이 무너져서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추운 천막 안에서도 조합원들은 캠핑하는 것 같다며, 청국장을 끓여 먹기도 하고 칼국수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오늘도 엘지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재미있게 따뜻하게 투쟁하고 있다.

“재미있어요. 나는 노동조합 안 했으면 이렇게 재밌는 게 있는지 모르고 살았을 것 같아. 투쟁하는 것 힘들죠. 그렇지만 끝까지 이길 때까지 싸워보고 싶어요. 이렇게 맛있는 것도 나눠 먹으면서 코로나에도, 추운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건강하게 잘 싸워봅시다! 투쟁!”

투쟁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에 참석한 청소노동자들의 모습.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사람들이 거리를 두고 앉아 있으며 마스크를 하고 있다. 청소노동자를 상징하는 빗자루에 요구 사안들이 한 글자씩 쓰여 있다. 사진 황지수
투쟁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에 참석한 청소노동자들의 모습.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사람들이 거리를 두고 앉아 있으며 마스크를 하고 있다. 청소노동자를 상징하는 빗자루에 요구 사안들이 한 글자씩 쓰여 있다. 사진 황지수

필자 소개

황지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에서 활동한 지 이제 반년이 됐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아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 내게 힘을 주는 동지들에게 나도 힘이 되는 좋은 동지가 되고 싶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비마이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