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혜당학교 고3 학생, 학교서 쓰러진 후 뇌사
학대정황 뚜렷한 상처, 목격자 증언도 있는데
구미경찰서, 담임교사 과실치상 혐의로 검찰 송치
검찰, 보강수사 지휘… 시민사회단체 “학대의심 정황 정리해 제출할 것”

사립 특수학교인 경상북도 구미혜당학교에서 고3 장애학생이 다쳐 4개월째 의식불명인 가운데, 구미경찰서가 담임교사를 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이 보강수사를 지휘했다.

피해자의 가족과 시민사회단체는 고의성 없이 실수로 사람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의미의 ‘과실치상 혐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피해자 몸 여러 군데에 있는 상처와 피해자가 사고 당일 멍석말이(체육용 매트로 학생을 돌돌 마는 일)를 당했다는 목격자의 증언으로 미뤄보아 학대정황이 강하게 의심되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머리 뒤통수 부분이 5cm가량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피해자 아버지 제공
피해자는 머리 뒤통수 부분이 5cm가량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피해자 아버지 제공
피해자 다리에 끈으로 묶인 것 같은 상처가 나 있다. 피해자 아버지 제공
피해자 다리에 끈으로 묶인 것 같은 상처가 나 있다. 피해자 아버지 제공

- 학대정황 뚜렷한데 학교는 “혼자 넘어져 다친 것” 주장

구미혜당학교 고3 중증지적장애인 ㄱ 군(기존 장애1급)은 작년 11월 18일, 학교에서 쓰러져 입원했다. 머리 뒤통수에 5cm가량 찢어진 상처가 있었고 다리에는 끈으로 묶인 것 같은 붉은 흔적이 발견됐다. ㄱ 군은 현재까지 뇌사상태로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호흡하고 있다.

ㄱ 군의 아버지는 “애(ㄱ 군)가 갑자기 쓰러지더니 숨을 안 쉰다, 심정지가 왔다”는 학교의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갔다. ㄱ 군의 몸에 폭행을 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처가 뚜렷하게 있었지만 학교 측은 “하교 시간에 ㄱ 군이 신발을 신다가 넘어져서 다쳤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ㄱ 군의 쌍둥이 동생인 ㄴ 군의 증언은 달랐다. 지적장애인(기존 장애3급)으로 ㄱ 군과 함께 구미혜당학교에 다니는 ㄴ 군은 사고 당일 ㄱ 군이 체육용 매트에 말려 있었고 그 위에 다른 친구가 올라타 있는 걸 두 번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ㄴ 군은 옆에 사회복무요원이 있었지만 그가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ㄱ 군과 같은 반 학생 두 명도 ㄱ 군이 멍석말이를 당하다가 갑자기 숨을 쉬지 않았다고 밝혔다.

ㄱ 군이 쓰러진 지 이틀 후인 작년 11월 20일, ㄱ 군의 아버지는 담임교사와 사회복무요원을 아동학대, 폭행으로 신고했다. 구미경찰서는 지난 1월, 담임교사와 학교법인을 각각 과실치상,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보강수사 지휘를 받았다.

피해자 가족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구미교육지원청 앞에서 교육당국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구미혜당학교인권유린사태해결을위한비상대책위원회
피해자 가족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구미교육지원청 앞에서 교육당국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구미혜당학교인권유린사태해결을위한비상대책위원회

ㄱ 군의 아버지는 경찰이 담임교사에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17일 오후 1시, 구미지원교육청 앞에서 ‘구미혜당학교 인권유린 사태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이는 매트에 둘둘 말려지는 잔인한 짓을 당한 이후 심정지됐다가 뇌사상태가 됐다. 이건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고 인재(人災)다. 경찰이 진실을 밝혀주지 않는다면 이제 누굴 믿어야 하나. 누구도 용서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이번 사건을 지원하는 이주언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또한 학대정황이 강하게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17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학생이 넘어져 다친 거라고 학교가 거듭 주장하니 경찰은 담임교사의 행위에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교사가 학생을 잘 돌봤어야 됐다는 의미에서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한 것 같다”며 “하지만 ㄱ 군 몸의 흔적과 목격자 증언으로 보아 혼자 넘어져서 다친 거라는 학교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학대정황이 강하게 의심된다. 이런 내용을 다시 정리해서 경찰서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활동가들이 '피해사실 은폐 말고 학교의 본분 자각하라', '교육·수사당국은 장애학생 인권을 보장하라', '교육·수사당국은 철저히 수사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구미혜당학교인권유린사태해결을위한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 참가한 활동가들이 '피해사실 은폐 말고 학교의 본분 자각하라', '교육·수사당국은 장애학생 인권을 보장하라', '교육·수사당국은 철저히 수사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구미혜당학교인권유린사태해결을위한비상대책위원회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구미혜당학교, 구미지원교육청, 경상북도교육청 등 교육당국이 이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학대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박재희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피해자가 4개월째 어떤 호전도 없이 병원생활을 하고 있다. 그동안 피해자의 부모님은 관계된 모든 기관에 문을 두드리고 내 아이가 왜 이렇게 됐는지 질문하고 있지만 답변하는 사람은 없었다. 교육당국은 피해자 회복과 학대 재발방지를 위한 모든 조치를 실시하고 특수학교에 만연한 인권유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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