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장애인들, 정책 요구안 보냈지만 세종시는 4개월 간 모르쇠
세종장차연 “세종시 장애인 자립생활 권리 쟁취 위해 계속 투쟁할 것”

28일 오전 11시, 세종장차연은 세종시청 앞에서 세종시 장애인 자립생활권리 쟁취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출처 전장연
28일 오전 11시, 세종장차연은 세종시청 앞에서 세종시 장애인 자립생활권리 쟁취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출처 전장연

행정수도 세종시가 장애인들의 면담 요구를 거듭 무시하자, 장애인들이 세종시청 건물에 그동안 보냈던 면담요구서를 붙이며 면담을 촉구하고 나섰다. 

28일 오전 11시,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세종장차연)는 세종시청 앞에서 세종시 장애인 자립생활권리 쟁취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3월 26일, 새롭게 출범한 세종장차연을 비롯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이 ‘세종시 장애인차별철폐를 위한 7대 정책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때부터 이들은 세종시에 12번이나 면담을 요구했지만, 세종시는 4개월이 지나도록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세종시에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선언 약속 △최중증장애인 노동권 △장애인 평생교육권리 △장애인탈시설권리 선언 약속 △지속가능한 장애인자립생활 지원 기반 확대 △장애인주치의제도 및 의료접근성 강화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및 지원 강화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세종시는 행정도시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장애인 정책은 처참한 수준이다. 세종시 저상버스 도입률은 고작 8%로, 제3차 국가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2017~2021)에서 정한 목표치 42%에 한참 못 미친다. 세종시 특별교통수단 장애인콜택시 ‘누리콜’ 수는 17대로, 법정 운행대수(최소 31대)도 지키지 않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세종시 장애인평생교육 시설은 1곳뿐이며, 평생교육 예산 중 장애인평생교육예산은 0원이다. 세종시청에는 장애인 탈시설 정책을 주관하는 부서도 없으며, 자립생활 주택이나 체험홈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탈시설 후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세종시청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하는 문경희 세종보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우리는 세종에 사는 장애인이 차별과 배제 없이 이동하고, 교육받고, 시설이 아닌 자립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했다. 그러나 세종시는 예산이 없고,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면담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소장은 “지난 이동권 투쟁 때 세종시 공무원들의 권위적인 태도에 질렸다”라며 “우리는 ‘하늘의 별과 달을 따달라’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닌, 상식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김인숙 대변인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전장연
김인숙 대변인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전장연

김인숙 누리콜 시민대책위원회 대변인은 30년 전 서울 안국동 라파엘의집에서 생활교사로 1년 넘게 일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라파엘의집은 사회복지법인 하상복지재단이 서울과 여주에서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거주시설이다. 김 대변인은 “서울 라파엘의집에서 장애아동 20여 명과 함께 살았다. 당시 장애아동들이 성인이 되면 여주 라파엘의집으로 보내질 것이라고 들었다”라며 “그런데 30년 뒤 여주 라파엘의 집에서 거주장애인들이 폭행당하고 방치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짧지만 저와 함께 살았던 그 아이들일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아프고 미안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시설 구조를 방치해왔고, 시설장들의 배를 불려주는 대신 모든 책임을 그들에게 넘겼다. 얼마 전 세종장차연은 세종시 복지국에 요구안을 전달했지만, 복지국은 세종지역 다른 장애인단체와 대화하라는 무례한 제안을 했다. 더 이상 정부와 세종시는 남에게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규식 서울장차연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뒤로는 ‘이춘희 세종시장은 세종시 장애인차별철폐를 위한 7대 정책요구안을 수용하라! 장애인권리 보장하랬더니 대표성 시비걸고 갈등 유발하는 오만한 세종시는 장애인차별철폐 정책요구안을 이행하라’라고 적힌 피켓이 보인다. 사진출처 전장연 
이규식 서울장차연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뒤로는 ‘이춘희 세종시장은 세종시 장애인차별철폐를 위한 7대 정책요구안을 수용하라! 장애인권리 보장하랬더니 대표성 시비걸고 갈등 유발하는 오만한 세종시는 장애인차별철폐 정책요구안을 이행하라’라고 적힌 피켓이 보인다. 사진출처 전장연 

세종장차연 등은 세종시가 특별교통수단 누리콜 운전원에 대한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는 면담에 응하지 않자, 지난 6월 2일, 이춘희 세종시장의 자택을 직접 찾아가 면담을 요구한 바 있다.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세종시 7대 요구안에 아무런 답변이 없다. 앞으로도 답하지 않는다면 조만간 다시 이춘희 세종시장의 집을 찾아가겠다. 그전에 공무원이 나와 꼭 답을 달라”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세종시청 건물에 그동안 12번이나 면담을 요구하며 보냈던 공문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가자들이 세종시청 건물에 그동안 보냈던 면담요구서를 붙이고 있다. 사진출처 전장연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가자들이 세종시청 건물에 그동안 보냈던 면담요구서를 붙이고 있다. 사진출처 전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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